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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 비대위...어느 목소리 따라야 하나?"

"집행부, 비대위...어느 목소리 따라야 하나?"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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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엇박자가 회원 무관심으로...반모임도 지지부진
지역 회장 "투표만 하지말고 한 목소리 내라" 쓴소리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둘러싼 의협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엇갈린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선 회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지난달 30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6월 부터 시행키로 정부의 합의했다고 밝혔다. 의협은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시범사업은 원격진료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저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라며 회원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또 이번 기회에 원격진료의 문제점들을 확실히 밝혀내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원격진료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시범사업 자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최근 일선 시도의사회에 보낸 자료를 통해 "'선시범 사업, 후 입법'이라는 애초 의정협의 결과와는 달리 현재 시범사업은 입법과정과 별개로 진행되고, 시범사업은 단지 입법의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입법과정에 들어갔으며 졸속 시범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면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한다는 점에서는 시범사업 자체를 거부해야 하지만, 회원들이 시범사업을 원하고 있다면 졸속 시범사업을 거부하고 충분한 기간을 갖고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재논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민의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반모임과 설문조사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집행부와 비대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동안 회원들은 혼란을 빚고 있다. 비대위가 3∼5일 개최키로 결정한 반모임 진행이 더딘 것은 일선 회원들이 겪고 있는 혼선과 이로 인한 무관심 정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본지 파악 결과 경상남도의사회의 경우 반모임 개최 공문을 각 시·군·구의사회에 전달했으나 개최 일정을 회신해 온 곳은 없는 실정이다. 전라북도의사회·대전광역시의사회도 관할 시·군·구의사회에 비대위 자료 등을 하달하고 이번 주 내 반모임 개최를 요청했으나 반응은 거의 없다.

"반모임 뭐하러 여나?" 일부 의사회 '시큰둥'

경상북도의사회·대구광역시의사회·울산광역시의사회 등은 일부 시·군·구의사회 반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나 시간의 촉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사회의 경우 징검다리 휴일 등을 감안해 오는 10일까지 구의사회 자율적으로 반모임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도 11∼13일 사이에 반모임을 열 예정이다.

광주광역시의사회의 경우 총 76개 반 가운데 약 60% 정도가 모임을 가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시의사회 관계자는 "과거 중요 이슈가 있을 경우 반모임 개최율이 8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회원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모임 개최 자체에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광역시의사회에 따르면 산하 15개 시·군·구의사회 중 4∼5곳은 반모임 개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라남도의사회 관계자도 "일부 구·군의사회장들은 '반모임을 하라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은 "비대위에서 내려온 반모임 개최 공문을 시·군에 전달하지도 않았다"며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간 것 아닌가. 지역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임수흠 회장도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 내부의 여러가지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효과적인 반모임이 될 것 같지 않다. 참여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비대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빠른 시일내로 (내부 혼란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목소리 못내고 회원투표만...무책임해"

집행부와 비대위가 하루 빨리 단일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지역의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2일 약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반모임을 가진 춘천시의사회 강석태 회장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의협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어느 쪽에 따라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원들이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의협 수뇌부를 비판했다.

비대위의 의견수렴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강 회장은 "지난 비대위 회의에서 지역별 여론 수렴 결과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포함한 의정협의 결과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나중에 입장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강경한 비대위원의 목소리만 부각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회원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이미 같은 사안으로 두 번씩이나 조사하지 않았나. (집행부나 비대위) 자신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회원들한테 자꾸 투표하라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킨다. 어렵더라도 (의협 지도부) 전체적인 의견, 합리적 목소리를 냉정하게 끌고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일정대로 반모임과 대회원 설문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성일 비대위 대변인은 "애초 3∼5일 개최키로 결정한 것은 권고일 뿐 지역별 실정에 따라 효율적으로 반모임을 개최하면 된다"며 "설문조사는 이달 중 실시하되 분석 결과는 다음달 경에나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궐선거에 따른 새 집행부와 비대위와의 관계 개선을 기대했다. 정 대변인은 "현재 집행부가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의협 내부의 입장 조율에 어려움이 많다"며 "새 집행부 이사들이 비대위에 참여하게 되면 회원들이 겪는 혼란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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