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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암센터 증설은 공멸의 길…질로 승부"

"포화상태 암센터 증설은 공멸의 길…질로 승부"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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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2020 새 비전 Beyond the BEST 발표
한설희 병원장 "무한정 규모만 키워서 될 일 아니다"

▲ 왼쪽부터 한설희 건국대병원장, 하지현 의료원 발전기획TFT 비전수립위원장.
2005년 신축병원으로 문을 연 이후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온 건국대학교병원이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병원 곳곳에는 2020년까지 규모가 아닌 의료 질적인 면에서 최고를 넘어선 병원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은 'Beyond the BEST' 이미지가 게시돼 있다.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고가 아닌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듯 병원계도 마찬가지"라면서 "규모는 두세 배를 넘는 병원을 넘어설 수 없지만, 일정 분야에서는 최고를 넘어서는 작지만 강한 병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료원발전기획TFT 비전수립위원장을 맡은 하지현 교수(정신건강의학과)가 동석해 새 병원 비전 수립과정과 의미를 설명했다.

'심야치유식당' 등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병상 경쟁에서 무리하게 암센터를 늘리는 등의 행보는 공멸의 길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며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병원계 분위기에 난색을 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원 10주년을 앞두고 새롭게 비전을 정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설명해달라.  

과거 민중병원이었던 우리 병원은 2005년 건국대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했다. 제3의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가기 위해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높았다. 현재 의료계 3대 비급여 개선과 영리병원 도입, 원격의료 법제화 등 병원을 둘러싼 주요 환경이 급변함에 따른 방향성을 정립할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병원 구성원, 고객, 언론인 등을 인터뷰 해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묻고 교직원 대상 비전 공모전을 진행했다. 사람들은 건국대병원 하면 '친절, 신뢰, 젊음, 빠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반영했다. 이렇게 탄생한 새 비전에서의 BEST는 ▲Better tomorrow '더 나은 미래' ▲Expertise '전문성' ▲Speed '신속' ▲Trust '신뢰'를 의미한다.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건국대병원의 행보가 눈에 띈다. 

물리적인 한계를 느낀 게 사실이다. 작은 병상에서 900병상 가까이 키우는 동안 다른 병원들은 1000~2000병상으로 훌쩍 커져 있지 않나. 그러나 소위 빅5 병원이 다 잘나가고 만족했다면 굳이 이쪽으로 오는 환자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부분이 있다.

아직은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VIP 병동이나 헬스케어센터를 이용해보고 비용 대비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는 환자들이 많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대형병원들 대부분이 적자가 났다고 하던데, 우리는 작년 80억원 이상 흑자를 냈다. 그만큼 환자들이 믿고 와준다는 증거라고 본다.

초기 스타교수를 지속 영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송명근 교수 사직으로 인한 타격은 없는지. 

스타교수를 영입해서 병원이 급성장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있다. 이제 어느 정도 격차를 좁힌 만큼 기존처럼 스타교수를 지속 영입할 계획은 없다. 그런 분들에게 의존하다보면 젊은 의료진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게 단점이다. 시간이 좀 걸리고 더디더라도 지난 10년간 자기 실력을 쌓아온 중진이 의료 선봉에 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송명근 교수가 지난달 말로 사임했다. 이유는 잘 아시다시피 신념처럼 믿고 있는 수술기법을 여러가지 이유로 정부에서 고시 폐지 등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한국에서는 은퇴하지만 세계에서는 첫 걸음"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환자 관리에 대해서는 손을 맞춘 의료진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다.

끝으로 의료계에 하고 싶은 말과 남은 임기 동안의 포부를 들려달라.

지난 9년간 건국대병원은 단단한 병원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면서 명실상부한 상위권 병원으로 거듭나는 성과도 거뒀다. 앞으로는 젊은 병원에서 장년 병원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질적 성장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유방암센터와 대장암센터 등은 어디에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원래 CEO가 바뀌면 기존에 해왔던 것을 뒤집어 엎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혁보다는 개선이 좋다는 입장이다. 조금씩 작은 부분이라도 개선해나가다 보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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