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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에 부가세…알 수 없는 정부 속내

임상시험에 부가세…알 수 없는 정부 속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4.05.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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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처는 '의료산업 육성' 다른 부처는 '의료산업 죽이기'
부가세 걷어서 제약사에 환급.. 병원도 제약계도 "불필요"

 그래픽 / 윤세호기자

기획재정부가 임상시험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소급하지 않는 대신 3월17일 계약분 부터는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하면서 병원계와 제약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거둬들인 세금을 제약사가 세액공제를 통해 환급하겠다고 밝히자 돌려줄 것이면 굳이 부가세 부과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의약품 안전성 검사 등을 목적으로 정형화된 실험·측정방법에 따라 제약사에게 공급하는 시험용역'에 대해 여러 국가에서 과세를 하고 있다며 2014년 3월 17일부터 계약을 하는 임상시험용역에 대해 과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과세 시 의료기관은 제약사로부터 부가세가 포함된 대금을 받아 부가세를 납부하게 되며, 제약사도 의료기관에 지급한 부가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과 제약사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획재정부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다시 돌려줄 세금을 무리수를 던지면서 걷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정부 부처간에도 이견이 있는 부가세 부과를 강행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걷은 세금 어느 정도 공제해줄까?
병원계와 제약계는 정부가 걷은 부가세를 어느 정도 공제를 해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A대학병원 교수는 "납부한 세금은 100% 공제를 받지 못할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무리하게 세금을 걷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한쪽 부처에서는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쪽 부처에서는 의료산업을 오히려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B대학병원 관계자도 "기재부가 5년전의 임상시험용역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부가세가 포함된 비용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제약사가 이같은 부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임상시험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부가세 면제 대상이라고 판단했음에도 기재부는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부가세 과세 결정을 내려 정부 간에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도 "지금까지 면제를 해 온 부가세를 갑자기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제약사업의 R&D 역량을 비롯한 보건의료계의 경쟁력을 크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비용 늘면 제약사들 다른 나라로 발길 돌릴 것
최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약개발과 관련된 임상시험에 부가세가 부과될 경우 글로벌 임상시험의 경우 제약사의 추가적인 부담은 200억원이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약개발연구조합의 보고서를 보면 2010년 기준 국내 제약산업의 전체 R&D 투자비는 약 7834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임상시험에 투자된 비용은 1987억원으로 전체 R&D 투자비의 22.8%를 차지하고 있다.

즉,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신약개발 임상시험 비용이 약 2000억원이 들어가고, 여기서 10%에 해당하는 비용인 200억원을 부가세로 납부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세금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신약개발 의지가 꺾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된다.

부가세 부과는 다국적 제약사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한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보다 한국에서는 신약에 대한 약가도 제대로 받기도 어려운데,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에 추가적으로 부가세를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는 부가세 부과에 대해 공제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100% 다 주지않을 것"이라며 "약가도 제대로 못받고 임상시험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게 되면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임상시험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과 한국의 의료기관이 임상시험을 통해 학문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던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에서는 수준 높은 임상시험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협, "임상시험 과세 안된다" 기존입장 고수
대한병원협회는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의약품·의료기기에 대한 유효성·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은 '의료행위'이자 '학술연구'이므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병협은 14일 기재부의 임상시험용역 부가가치세 과세 적용과 관련,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지금까지 과세 당국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임상시험을 학술연구용역과 기술개발 또는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보건용역으로 판단해 면세해 왔다"며 "국세청도 지난 30년 동안 정기 세무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과세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부가가치세 관련 법령에는 면세하는 의료보건 용역의 범위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또는 간호사가 제공하는 용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방성민 병협 기획정책실 부장은 "임상시험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판단했음에도 다른 부처가 이를 배제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소관부처의 역할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라며 "부처 간의 행정해석이 상반될 경우 법제처 심사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는만큼 과세 원칙에 맞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것이 병협 집행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부가세를 공제해 주겠다면 세수를 늘리지 못하는 것인데, 세수를 더 늘리지도 못하면서 임상시험 비용만 높여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국회서도 "부가세 부과 문제있다" 지적
기재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임상시험은 새로운 이론이나 방법 또는 공식에 의해 개발된 약물의 검증절차로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이고,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대상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될 우려가 높은 의료행위"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또 국회서도 임상시험용역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임상시험 부가세 과세 여부의 핵심 쟁점은 임상시험이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이나, 기재부는 의료법이 아닌 약사법 규정에 따라 용역제공자와 용역을 제공받는 용역결과물 등을 고려할 때 임상시험을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부가세 과세 대상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임상시험의 가치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일련의 사례를 보면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에 관한 사안 조차, 보건복지부가 다른 부처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그 어떠한 부서보다 보건복지부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예민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업무 자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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