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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감정을 요리하는 인생

청진기 감정을 요리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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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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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 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 / 아크로마인드연구소 원장,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

▲ 송향 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

이 지구라는 별에서 백년 남짓 모습을 보이다가 사라지는 사람의 한평생은 우주의 시간대에서 보면 짧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은 몸과 마음과 영으로서 지구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짧은 찰나의 삶에서도 우주의 영원을 느낄 수 있고 영원에서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영적인 수준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인생은 그에게 주어진 지구별에서의 찰나를 분노와 고통 속에서 지내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은 고통과 영원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데, 철이 들어 어렴풋이 영원의 방향이 느껴지면 이미 나에게 주어진 모래시계가 다 끝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살아갈 때에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노출되는데, 직면한 환경이 자신이 익히고 있었던 대처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에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 대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하면 성공적인 삶이 되고 실패하면 실패한 삶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변화에 노출되면 즉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에게는 사랑·기쁨·호기심·분노·공포·슬픔·죄책감·놀람·혐오 등 아홉 가지의 기본 감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홉 중에 여섯 가지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복적으로 겪는 절반 이상의 감정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 부정적인 감정은 새로운 삶의 전략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 감정 자체에 휘둘려서 나는 없어지고 감정이라는 주인의 명령에 춤추게 된다. 더 나아가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잘사는 삶으로 착각하면서 살게 된다.

우리가 망망대해 위에서 배를 저어가고 있다. 그런데 갑판 아래에는 크고 무서운 감정 괴물이 살고 있는데, 괴물은 우리가 바다에서 목표 없이 표류하는 한 얌전히 갑판 아래에 있겠다고 약속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해변으로 가는 배들을 보게 되고 그 곳이 정말로 가고 싶은 곳이란 걸 알게 된다.

우리는 용기를 내어서 키를 돌리고 해변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배가 방향을 바꾸는 그 순간에 괴물이 갑판 아래에서 나타나 우리를 해치겠다고 협박한다. 우리는 겁에 질려서 다시 방향을 돌려 바다 쪽으로 나아가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반복 된다.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 괴물을 배 밑에 달고 살아간다. 분노 괴물, 공포 괴물 등. 괴물의 협박으로 해변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실상은 협박만 할 뿐 실제로 우리를 다치게 할 능력은 없는 것이다. 왜냐면, 감정은 나의 감정일 뿐이지, 감정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변으로 가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 배 밑의 감정 괴물을 아예 없애는 것은 영적인 수준에서나 가능하고, 내 능력으론 어림없는데!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에게 방법은 하나이다. 즉, 괴물을 달고 해안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괴물이 협박하면 달래면서 안아주고 수용하면서 의식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그리 여유롭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겁이 나면 숨고, 좋으면 더 취하는 등 그냥 감정이 이끄는 대로 하루하루 살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즐거울까? 그러나 지구별에서 찰나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그 찰나의 순간순간에 어려움이 운명적으로 쓰나미처럼 몰려 올 때가 있는 것 같다.

요사이 의료계가 어려움이 많다. 이 어려움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가고자하는 해변으로의 방향키를 방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본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바라보고, 아픈 감정을 수용하면서, '감정'이 아니라 '내'가 중심이 되어서 옳은 가치를 향하여 나아간다면, 병든 우리사회를 고쳐나가는 의미 있는 힘들이 모여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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