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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어디로...집행부·대의원회 '정면충돌'

의협은 어디로...집행부·대의원회 '정면충돌'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0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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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회, 의협회장 '배제' 새로운 비대위 구성 의결
의협 '전회원 투표' 맞서... 사실상 대의원회 '불신임'

▲30일 열린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는 노환규 의협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표결에 부쳐 85대 53으로 가결시켰다. 

대정부 투쟁 과정에서 수면아래 감춰져 왔던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갈등이 임시총회를 계기로 노골화됐다.

30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찬성 133명, 반대 13명의 압도적 우세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또 새로 구성될 비대위에 의협회장을 포함시키지 않는 방안 역시 표결에 부쳐 찬성 85명, 반대 53명으로 가결시켰다.

지금까지 의협의 대정부 투쟁을 이끈 1기 비대위와 2기 투쟁위는 모두 노환규 의협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지휘했다. 대의원회가 비대위를 새로 구성하되 의협회장을 배제키로 한 것은 의협회장이 비대위원장을 겸임할 경우, 투쟁과정에서 비대위원장의 신변에 위협이 발생하면 협회의 고유 회무까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1기·2기 투쟁체는 상임이사회 의결에 따라 구성된 의협 산하 특별위원회로서, 총파업과 같은 중대 사안을 결정하고 집행하기엔 그 위상에 부족함이 있으므로, 의협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를 통해 구성된 투쟁체가 대정부 투쟁을 이끄는 것이 정당성과 명분을 가질 수 있다는게 대의원회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노 회장을 배제한 비대위 구성' 결정의 밑바닥에는 의협회장에 대한 대의원회의 골 깊은 불신이 짙게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시도의사회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들을 비롯한 지역 의사회 임원들, 전문과목별 개원의협의회 대표들과 의과대학 교수 등 이른바 의사사회의 기성세대들로 구성된 대의원회는 젊은 민초 의사회원들의 절대적 지지 속에 출범한 제37대 노환규 집행부와 임기 초반부터 소통의 부재라는 벽에 부딪혔다.

▲지난해 7월 강원도에서 열린 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의 모습. 이날 회의에서 시도회장들은 노환규 의협회장의 회무 집행이 독단적이라고 비판했다. 

제 37대 집행부 출범 이후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반대를 위한 토요 휴무 투쟁, 수술 연기 방침 및 철회, 한마음 전국의사 가족대회, 진주의료원 사태 개입 등 굵직한 사안 마다 시도의사회 회장들과 대의원회 운영위원들은 노 회장과 부딪혔다.  

특히 대정부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의협의 지역 참모격인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회장의 회무 추진 방식이 독단적·일방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013년 7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소속 각 시도 의사회장들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소속 각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들, 그리고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전문과목별 개의의사회 회장 등은 '회무 독선을 중단하라'며 집행부에 강력 권고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의협 대의원회 의장과 감사단에 노환규 의협회장이 추진 중인 일부 사업에 의혹이 있다며 '수시 사무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파업투쟁이 본격화된 올 초부터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1월 11일 총파업 출정식에서 대정부 협상에 무게를 실은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과 파업투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노환규 회장은 심각한 이견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대의원회는 파업투쟁을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전회원 투표의 적법성, 1차 의정협의 결과를 불수용하고 비대위를 사실상 해산시킨 노환규 회장의 판단, 2차 의정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노 회장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삼으며 노 회장과 집행부를 압박했다.

▲30일 임시총회에서 이창 의협 감사는 대정부 투쟁 경과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담긴 감사결과를 보고했다. 

30일 임총은 그동안 대의원회가 노환규 회장에 품고 있던 불신이 극명하게 표출된 자리였다. 다수의 대의원들이 의정협의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를 수용한 집행부의 판단에 극도의 불만을 드러냈다.

노 회장이 페이스북 등 미디어를 통해 대의원회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시도의사회장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내부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담긴 의협 감사단의 감사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결국 의협회장을 배제한 새로운 비대위 구성안의 가결로 이어졌다.

회원 설문조사, 사실상 '대의원회 불신임'

이날 임시총회에 앞서 의협 집행부는 부의 안건으로 '총파업 재진행'의 건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전국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들로 구성된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정관상의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회차를 달리하는 긴급 임총을 같은 날 개최해달라는 정식 요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의원회의 이 같은 결정들이 투쟁을 갈망하는 회원들의 정서에 반한다고 판단한 의협 집행부는 회원 설문조사로 맞섰다. 의협은 28일 정오부터 30일 오후 2시까지 회원 2만4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임총이 끝난 직후인 30일 오후 7시경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설문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의원총회 보다는 전체 회원의 뜻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대의원회 운영위가 안건 상정을 거부한 '총파업 재개'에 대해 85.76%의 회원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총파업 돌입 여부는 대의원총회 결정을 따르는게 아닌 전회원 투표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수(52.93%)를 넘겼다. 심지어 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이 부결되더라도 전회원 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 72.96%에 달했다.

▲변영우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 1월 11일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변 의장은 노환규 의협회장으로부터 투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총은 의협회장을 배제한 비대위를 구성키로 결정했으나, 전회원 투표에선 거꾸로 '의협 회장이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78.67%)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80.24%에 달하는 회원은'의협회장에 투쟁과 회무를 모두 믿고 맡겨야한다'며 노환규 회장을 신임한다고 답했다.

노 회장은 임총 다음날인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회원님들의 뜻과 다른 임시총회 결과가 크게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집행부는 앞으로 회원들의 뜻이 반영되는 의사협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임총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비쳤다.

"대정부 투쟁, 내부개혁 동시에 할 것"

대의원회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료계 지도자들을 비판하며 의협의 '내부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 회장은 "대의원회 의장은 1월 총파업 출정식 당일 '투쟁을 해서는 얻을 것이 없다'고 말했고 3월 10일 총파업 투쟁을 사흘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투쟁은 100% 실패할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과거 대정부 투쟁에 앞장섰던 분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 줄곧 투쟁의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정부가 유화채널로 대의원회 의장을 활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준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료원 원장직이라는 개인사정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30일 임총에서 집행부의 '총파업 재진행' 안건 부의 요청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 "투쟁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 중심돼 의사협회장을 배제하는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것은 회원들의 뜻과 다른 결정"이라며 "정관에도 없는 '대의원 총회의 비대위 구성'을 의결한 것은 그들이 항상 내세우는 정관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회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은 의료발전협의회 협의결과는 잘 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회원들이 받아들인 2차 의정협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회원들의 뜻을 (투표로) 묻는 것은 정관에 없기 때문에 불법이고, 정관에 없는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괜찮다고 주장한다"면서 "전체 회원들의 뜻보다 2백여명 대의원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리더들이 의료계를 이끌어 가는 한, 전진은 없이 퇴보만 있을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임총 결과는)투쟁하기 싫은 대의원들이 고의적으로 회원들의 뜻을 배제한 것이다. 이제 대정부 투쟁과 내부개혁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부개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의 대의원회 개혁 발언은 이번 임총 사태를 겪은 뒤 충동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5월 회장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시도의사회 임원들이 대의원직을 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회원들의 외면을 받지 않는 구조로 (대의원회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은 굳은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총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의 노환규 의협회장 페이스북 화면

노 회장은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의원 직선제 등 의협 의사결정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회장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대의원들이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승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의협 중앙 대의원을 겸임하고 있는 모 지역의사회장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의도적 질문으로만 채워져 있다. 말이 설문조사지 사실상 의협회장 개인의 주장이 담긴 성명서"라며 "이런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유도하는 투표는 내부 분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들 사이에선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의정협의 후속 대응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회원은 "현재 의협의 상황을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정부"라며 "의정협의를 엎고 투쟁에 다시 나서든, 협의 결과 이행에 매진하든 내부 단합이 없이는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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