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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불신의 추억: 기시감과 피해망상

청진기 불신의 추억: 기시감과 피해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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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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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 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지난 주 <의협신문> 인터넷판에 '차등수가제 기준 완화 검토'라는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내용을 요약하면 ▲차등수가제 기준을 일부 전문과에 한해 완화 ▲진료 특성에 따른 가·나·다 군 분류 ▲600~700억에 이르는 보험급여비 절감분에 대한 환원 방안이다.

2000년 의약 분업 이후 지난 14년 동안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 이비인후과 개원의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 한 맺힘, 암 덩어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차등수가제이다. 그럼에도 왜 이 달콤한 기사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손톱 밑 가시처럼 내내 거슬릴까?

불신의 제공자

2000년 추가 재정 부담 없이도 의약분업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막상 시행을 해 보니 엄청난 건강보험 재정의 압박을 겪게 된다.

의약분업 도입을 위해 성난 의사들을 회유하느라 무리하게 의료수가를 올려주었기 때문이라며 또 다시 거짓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기획 실사를 통해 1년 만에 거의 회수해 간다. 의약분업이 얼마나 준비가 안 됐는지 그리고 무엇이 블랙홀인지 보여주는 확증이다.

그럼에도 2001년 5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정착 종합대책' 중 하나로 차등수가제가 2001년 7월 1일부터 5년 한시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이어서 '1차 의료 항생제 과잉처방 억제 대책'과 '진료 영역간 수가의 차이 반영 즉, 가나다군 분류 방침'으로 압박하며 의사사회 내부의 엄청난 분열을 초래한다. 기억하실 것이다.

심청이 치맛자락처럼 누더기인 우리나라 모든 의료정책 중에 차등수가제는 외국 제도의 이름만 빌려 와 본질과 취지를 왜곡해 전혀 다른 적용을 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 제도의 본래 취지는 여건도 불리하고 환자도 적은 지역 근무를 꺼려하는 개원의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을 문제 삼아 하루 76명 이상 환자 진료 수입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갈취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2001년 6월, 당시 복지부 담당 실무자·과장·국장 심지어 장관까지 '일정 기간 시행해서 재정이 안정화 되면 개선되거나 폐지될 제도이며.

특정과의 과도한 불이익은 시행 1년의 결과를 검토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적극 해소한다'는 구두(!) 약속을 하며 협조를 호소했다(7년 후 당시의 실무자가 과장이 되고, 과장이 국장이 돼 다시 물으니 전혀 기억이 없단다). 불신의 제공자는 과연 누구인가? 급기야 이제는 서면 협의 결과도 무시하는 지경이지만.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꽤 구체적으로 차등수가제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개원의 수입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의 탐욕도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호객한 것도 아니다. 긴 대기시간을 감수하며 특정 의사에 대한 환자의 자발적인 선택이다.

의사의 진료 노동에 대한 정의로운 인정을 원한다. 의사 자존심의 문제이다'라는 논지를 펼쳤다. 하지만 너무 잦은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면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고, 말이 좋아 재정중립이지 재정부담은 전혀 안 하면서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개원의가 더 가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위턱 아래턱'의 방안을 내놓는다.

결국 '야간-휴일 진료분 제외'와 '회의록에 구간 요율은 차후 다시 논의한다는 기록을 남긴다'는 선에서 거부했다.

저쪽에서 웬 떡을 던졌다

기사의 문맥을 찬찬히 짚어 보면, 전부가 아니라 일부 전문과(이비인후과를 특정해 언급했다. 감읍해야 할 일인가, 아니면 무슨 저의인지 의심해야 할 일인가?)만 해당된다고 명시했고, 진료 특성에 따른 분류(가·나·다 군. 과거 이 사안으로 전문과 별로 얼마나 큰 혼란을 겪고 분열되었던가!)와 절감분 환원 방안(정부에서 과연 600~700억의 재원을 마련해 줄 의지와 여력이 있을까? 한편 의협에서 단순하게 경영이 어려운 회원을 도와주는 쪽으로 진행된다면 과연 정의로울까?)은 통 크게도 의사협회가 마련해 주길 주문했단다.

최소한의 사전 교감이나 조율 없이 이와 같은 제안이 일방적으로 기사화될 리는 없다. 특히 19일이면 한창 2차 의정 협의에 대한 회원 투표가 진행되던 미묘한 시점이다.

막강한 우리의 상대는 상황주도권을 위해 고도의 협상 기술은 물론, 회유와 협박의 다양한 카드를 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이 제안으로 인해 각 전문과들이 이해득실에 따라 다투고 줄 서며 사분오열이 촉발돼 투쟁력의 저하로 이어질까 심히 우려된다.

의사협회가 이 제안을 잡음 없이 얼마나 공정하게 미래지향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일 텐데, 부디 투명하고 현명한 대처를 해 주길 간곡하게 부탁하며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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