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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운전자 '수면장애' 진단 의무화 해야

대중교통 운전자 '수면장애' 진단 의무화 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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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면학회, 세계수면의 날 맞아 18일 'Wake up Korea' 심포지엄
청소년 수면부족 심각…고령 운전자 '인지능력검사' 필요

▲ 태국의 졸음운전 예방 광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 번의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진단을 의무화 하고, 치매를 비롯한 질환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노인에 대해서는 인지검사를 통해 운전면허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권 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IT본부 교통환경처 책임연구원은 18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수면학회 'Wake up Korea' 심포지엄에서 운전자 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결과, 26.1%(140명)가 주행중 졸음운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537명 중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9.0%(102명)였으며, 102명 가운데 37.3%는 졸음 운전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2010∼2012년 3년 동안 버스교통사고를 경험한 운전자 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조사 결과, 안전운전 불이행과 같은 인적요인에 의한 교통사고가 59.9%(10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중 졸음운전이 26.6%(29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경험자의 연령대는 50대가 62.1%로 가장 높았다"고 밝힌 박 책임연구원은 "4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증상이 심할수록 일반운전자에 비해 사고위험성이 2∼3배 높다는 일본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철도기관사나 버스운전자의 경우 단 한 번의 사고로 맣은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객운수업체부터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사전진단 의무화하고,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관리와 안전운전에 관해 학제간 조사연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계에 대한 관심과 대응도 주문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의학계와 연계해 교통사고 상황에 대한 감정업무를 추진하고, 수면장애환자·치매환자·간질환자 등의 사고예방에 관한 연구센터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고 후 치료·재활·지원 등은 물론 교통안전·의학·경제·환경·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박상권 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IT본부 교통환경처 책임연구원은 " 여객운수업체부터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사전진단 의무화하고, 장시간 운전을 하는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수면장애 관리와 안전운전에 관해 학제간 조사연구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치매환자 현황'에 따르면 2012년에 54만명 수준인 치매 환자는 2050년이 되면 약 27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치매 유병률은2012년 9.18%에서 2050년 15.06%로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80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경우 운전대를 잡아도 사고 위험이 없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인지검사를 해야 한다"며 "인지장애가 떨어지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해야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치매 중증도별 분포는 최경도 치매 17.4%, 경도 치매 41.4%, 중등도 치매 25.7%, 중증 치매 15.5%로, 최경도 및 경도 치매가 전체의 58.8%를 차지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7.8%로 전체 노인 인구의 4분의 1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있지만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 2∼3배 높아

대한수면학회는 제7회 세계수면의 날(3월 셋째주 금요일)을 맞아 18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Wake up Korea' 심포지엄을 열고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장애로 인한 개인·사회·국가적 차원의 손실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Sleep Medicine)가 주관하고 있는 세계수면의 날 행사는 2008년부터 시작됐으며, 매년 3월 셋째주 금요일을 수면의 날로 선포했다.

대한수면학회는 전국 10여개 병원별로 수면주간행사(3월 14∼21일)를 열어 수면의 중요성과 수면장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대국민 건강강좌를 열고 있다.

'Wake up Korea' 심포지엄을 주관한 홍승철 대한수면의학회장(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낮 졸림증의 원인으로 ▲청소년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면시간 부족 ▲수면무호흡과 같은 잠이 자주 깨는 수면장애 ▲기면병과 같은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을 지적했다.

홍 회장은 낮 졸림증이 개인에게는 주간 졸림증·피곤함·두통·업무능력 저하를, 사회적으로는 주위와의 관계 악화·기업의 경쟁력 저하·타인의 안전 위협 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적으로는 비용증가와 경쟁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3년 로체스터의대 연구팀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수면과 치매와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는 동안 뇌 안에 생성된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시키게 된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할 경우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을 증가시키고, 뇌세포 손상과 치매를 유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리스 오하욘 스탠포드의대 교수는 "낮 졸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약 10%에 달한다"며 "특히 낮 졸림증 가운데 가장 심한 수면장애인 기면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정신과 질환과 신체질환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오하욘 교수는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기면증 환자에서 우울증 2.67배, 사회불안장애 2.43배 높다고 설명했다.

신체질환으로는 고콜레스트롤증 1.51배, 소화기관장애 3.27배, 심장질환 2.07배, 상기도 질환 2.52배, 고혈압은 1.32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망률과 자살률을 조사한 결과,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기면병에서 사망률은 1.65배 높았다고 밝힌 오하욘 교수는 특히 55세 이하 기면병 환자에서 사망률이 3.61배, 자살률이 7.35배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18일 대한수면학회 'Wake up Korea'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리스 오하욘 스탠포드의대 교수가 55세 이하 기면병 환자에서 사망률이 3.61배, 자살률이 7.35배로 높게 나타났다며 수면장애 예방과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김지현 단국의대 교수(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건강 실태'를 통해 "전체 학생의 66.6%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외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1년 2∼12월 질병관리본부 학술용역 연구사업으로 시행한 중·고등학생 2만 6395명에 대한 수면패턴과 수면건강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학생의 66.6%가 수면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낮졸림증을 호소하는 학생이 18.5%에 달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399.4분, 주말 평균 수면시간은 546.7분으로 평소 부족한 수면을 주말에 몰아 보충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고등학생(14∼19세)들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은 대한수면학회가 제안한 권장 수면시간(510∼555분)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주간 졸림 지수와 우울지수가 증가했으며, 자살에 대한 생각도 비례해 늘었다.

학생들이 주로 호소하는 수면장애로는 불면증 28.4%, 주간 졸림증 16.4%, 코골이 20.0%, 수면무호흡증 8.6%, 하지불안증후군 23.4%, 몽유병과 같은 사건수면이 17.8%로 조사됐다. 16.1%는 수면문제로 인해 주간기능에 자주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은 외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수면관련 증상을 가지고 있고, 우울증과 자살충동 같은 정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면시간을 늘리기 위해 등교시간을 한 시간 늦추는 범국가적인 운동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 수면건강 '적신호'…66.6% "수면부족" 호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6년 15만명에서 2012년 35만 7000명으로 2.4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수면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수면 중 일정한 압력을 주입해 모호흡 상태를 예방하는 '지속적 양압호흡기 치료(CPAP)' 등 수면질환자를 위한 진단 및 치료는 아직까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면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CPAP를 받은 환자의 경우 10년 후 생존율은 80%인 반면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50%로 낮았다.

홍승철 대한수면학회장은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와 나고야철도 충돌사고 등은 잠을 제대로 못자서 발생한 수면장애로 인한 사고"라며 "수면장애는 개인의 건강문제를 뛰어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들의 수면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홍 회장은 "수면질환은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며 "건강한 수면이 없이는 국가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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