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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질병…일상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

청진기 질병…일상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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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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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ENT R2)

▲ 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ENT R2)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라는 것이 있다. 일상은 각 개인의 직업을 메인으로 여가생활 등이 포함돼 있다. 일상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 삶의 '일상'에는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질병이다.

환자들에게 만나 '입원 치료를 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내가 질병이 얼마나 안좋길래 입원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만큼 내가 지금 입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환자들과 하는 상담 중에 상당수는 지금 입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그럴 때 마다 내 상담의 원칙은 질병치료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지만 꽤 유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은 약만 갖고 갔다가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다음날 입원을 하게 하거나 우선 입원하고 잠깐 외출을 하여 정리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거나 입원치료 대신 매일 적은시간 할애해 통원치료를 하게 하는 선택안들이 그것이다.

치료원칙이 다르지 않고 일상에 최대한 적은 변화가 생기도록 도와준다. 많은 환자들은 짧은 치료 기간과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원한다.

한 달 전쯤 목에 만져지는 종물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조직검사상 전이성 암으로 판명됐다. 환자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고 한창 사회의 한 위치에서 열심히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꽤 오랜시간 말이 없었고 원발부위를 찾아야 하고 어떤 암이며 병기는 어느정도 되는지 알아야 치료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의사의 설명보다는 내가 얼마나 살 수 있는가, 내가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하는가, 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집중했다.

폐암의 경부전이 상태로 항암방사선 치료를 원해 협진 의뢰한 뒤 그를 만날 수 없었지만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이전의 일상은 다시 찾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1년 반 전에는 우리 가족에도 암환자가 생겼다. 어머니께서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모두 해야 했고 아버지의 제안으로 어머니의 질병치료와 간호를 위해 누나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어머니께서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했을 즈음 누나는 다시 취직했지만 1년이 넘는 어머니의 암 치료 기간동안 어머니뿐 아니라 가족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가 생겼고 그 기간 동안 우리는 그 변화에 순응해야 했다.

그래서 환자들의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설명할 때는 조심스러워 진다. 왜 이 정도의 치료를 해야 하는지, 지금 치료 하지 않고 나중에 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사가 질병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사회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환자가 질병에 걸리면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환자는 그 당연한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들의 일상을 포기하거나 혹은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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