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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여, 천식 흡입제 처방에 자신감을 가져라!"

"의사여, 천식 흡입제 처방에 자신감을 가져라!"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4.01.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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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보험이사(인제의대 교수)

정재원 천식알레르기학회 보험이사
말많고 탈많았던 천식치료 급여기준이 1일부터 변경됐다. 질환의 경·중에 따라 스테로이드 흡입제 급여여부를 결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증상조절이 되는지, 되지않는지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정재원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보험이사(인제의대 교수)를 15일 만나 바뀐 천식치료 급여기준의 의미와 스테로이드 흡입치료기 활성화 필요성 등을 들어봤다.

바뀐 급여기준의 의미는?

우선 천식치료와 관련해 질환의 경중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경증 천식이라도 증상조절이 안되면 적극적인 진료와 급여를 해야한다. 바뀐 급여기준도 국제 가이드라인 'GINA'의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제 천식 질환의 경중에 상관없이 환자의 주간증상과 야간증상, 일상생활 장애정도,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를 얼마나 자주 썼는지, 폐기능 측정치 등 5가지 증상들 가운데 한두가지라도 조절이 안되면 부분조절 단계로 보고 세레타이드 등 스테로이드 흡입치료제를 써도 급여가 가능하도록 됐다.

3~6개월마다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기재하도록 단서조항이 달렸지만 천식이란 질환이 워낙 상시적으로 환자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특히 흡입치료제 급여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실상 급여범위를 넓혀 흡입치료제 사용을 독려한 점은 천식 치료의 세계적인 흐름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경구용 치료제가 흡입치료제보다 많이 처방된다는 지적이 있다.

흡입치료제는 경구용 치료제에 비해 장점이 많다. 알레르기 염증질환인 천식의 특성상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써야하는데 흡입치료제는 병변이 있는 폐와 기관지에 직접 작용하니 경구용처럼 다른 부위 등이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적다.

투여 후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도 흡입치료제는 10분이면 되지만 경구용은 한 시간은 걸린다. 그런데도 치료제 비율이 한국의 경우 경구용이 80%, 흡입제가 20%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는 흡입제 처방비율이 최소 50~80%까지 이른다.

흡입제 처방이 위축된 이유가 있나?

흡입제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게 2000년 전후다. 이미 1970년대부터 흡입제가 광범위하게 쓰였던 유럽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그러다보니 의사와 약사, 환자 모두 흡입제에 대한 인식이 낮다. 개업해서 흡입제를 처음 봤다는 개원의도 꽤 있다.

속효성 기관지 확장제로 오해를 해 증상이 심하지 않는데 왜 흡입제를 처방하냐고 항의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꾸 처방이 경구용으로 간다. 우선 의사가 흡입제를 처방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흡입제를 다뤄보고 환자에게 흡입제 사용교육도 해서 '흡입제 친숙모드'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급여기준 등을 통해 흡입제 친숙모드를 조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심평원이 세레타이드와 심비코트 등 흡입제를 전산항목으로 선정하면서 삭감이 대규모로 일어나자 안그래도 적은 흡입제 처방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심평원이야 그런 의도가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천식알레르기학회는 2012년부터 복지부와 심평원 등을 만나 심시지침을 변경해 흡입제 사용으로 삭감되는 사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건의했고 이번 심시지침 변경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개원 현실에서 천식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사막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다는 기분으로 환자의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천식 환자는 언듯보면 비염같고 별증상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이미 의사를 만나러 올 정도면 천식 증상이 가볍지는 않다고 전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러 병의원을 돌고 왔는데도 낫지않는다고 하는 경우 천식일 경우가 높다.

천식 유병률은 고혈압 유병률과 비슷하다. 오늘 자신을 찾은 고혈압 환자만큼 천식 환자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주변에 있는 천식 환자들을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흡입제 가운데 세레타이드 급여가능 기준이 'FEV1 50% 미만'부터 적용하던 것을 'FEV1 60% 미만'으로 완화됐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서 세레타이드를 투여했더니 FEV1 50% 이상 FEV1 60% 미만 환자도 질환의 악화 정도가 늦춰지고 사망률도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심평원도 이런 최신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세레타이드 급여기준을 확대하는 조치를 했다.

천식 치료의 최신 흐름은?

하루 한번만 흡입하면 되는 장기 지속형 스테로이드 단독·혼합 흡입제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천식인지, COPD인지 구분이 어렵거나 두 가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등을 결합한 3종 복합제로 치료효과를 높이는 것도 추세다.

하루 한번 정도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물론 증상이 심할 때 1~2주를 간헐적으로 몰아 약물을 투여하고 이후에는 투여하지 않는 간헐적 요법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주목받고 있다. 질환의 경중보다는 증상조절 여부로 진료수준을 판단하는 추세는 이번 우리나라 급여기준에도 이미 반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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