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7:53 (일)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19 05:59
  • 댓글 7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기관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는 상황'
"강제지정제도, 정부가 악용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의료민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료계의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투쟁이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인식돼고 있어 의료계 안팎의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민영화는 과거 '괴담'으로까지 불리며 보수·진보 진영의 싸움으로 확산돼 국론분열 양상으로 비화됐던 전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의협이 역사적으로 유지해 온 정치적 좌표와 '의료민영화'란 키워드의 결합이 당장 어색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사회·노동계의 의료민영화 저지 움직임에 의협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의료계 내부 일각에선 의협의 투쟁 노선이 의료민영화란 거대 담론속에서 희석되거나, 보수-진보라는 단순한 정치 프레임에 갇혀 운신의 폭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의료기관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상황이 '의료민영화'이며, 의협은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 의협 입장의 핵심이다.

노 회장은 18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여의도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의료민영화라는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부터 의사협회가 주도적으로 의료민영화 반대 시위를 한 것처럼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 취지다.

이어 의협이 바라보는 의료민영화의 개념을 밝혔다. 노 회장은 "의료민영화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라고 하면 국유화돼있는 것을 민간에게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렇다면 지금 회자되는 의료민영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의료기관의 93%가 민영화 돼 있고, 이들 민간 병의원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의해 공공의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것, 또는 공보험이 사보험화 되는 것을 의료민영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며 다양한 개념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의료기관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상황'을 의료민영화로 정의했다. "바람직한 의료제도는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그에 따른 정당하고 적정한 의료수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제도"라면서 "투자자를 위해 의료기관이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의료환경을 의협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의협이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설립를 허용할 경우, 의료기관의 소유자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병원의 수익을 끌어올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자본을 자회사로 빼돌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대다수 병원들이 원가에 못미치는 의료수가로 인해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고,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는 왜곡된 행태가 만연한데, 정부는 근본적인 저수가 문제의 해결 대신 편법으로 병원의 손실을 메우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의협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그 짐을 국민에게 지우면서 추진하는 산업화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짐을 지우고 의사들에게 비윤리적인 의료를 강요하는 현행 의료제도 역시 이 기회에 바꿔야 한다는게 의협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시민사회·노동계는 의료민영화를 곧 강제지정제 폐지로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의협의 입장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노 회장은 "의협은 과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추진한 적이 있으며 현재 재추진 중이다. 그 이유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크게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가의 75%에 불과한 진료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 의사들에게 '경제적 치료'란 이름의 싸구려 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당연지정제를 악용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불합리한 계약을 의사들에게 강요할 때 의사는 그 계약을 거부할 수 없는것이 당연지정제다. 따라서 정부가 불합리한 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의사도 당연지정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악용했기 때문에 의협이 헌법소원을 추진한 것이고, 만약 정부가 악용하지 않는다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재차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