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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리고 희망의 글쓰기’ 의사수필가 그 첫 걸음을 내딛으며

‘생명, 그리고 희망의 글쓰기’ 의사수필가 그 첫 걸음을 내딛으며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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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예비 의사수필가들 작품시상식 및 수필심포지엄 열어

한국의사수필가협회 임직원 및 수필공모전 당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의사수필가협회가 주관하는 '제3회 한국의학도수필공모전 및 수필심포지엄' 시상식이 지난 9월 28일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전국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수필공모전으로 총 76편의 응모작 가운데 대상·금상·은상·동상 등 10명의 수상자를 선정, 시상식을 가졌다.

심포지엄을 경청하는 한국의사수필가협회원.

1·2부로 나눠 열린 이날 행사의 1부는 '생명, 그리고 희망의 글쓰기'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김인환 문학평론가(고려대 명예교수)는 ‘수필의 철학’을 주제로 이태동 문학평론가(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생명과 글쓰기’를 주제로 의료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수필문학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미디어는 의료를 어떻게 다루나’를 주제로 발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부에서는 한국의학도 수필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대상 '고갱의 그림에서 재회(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배수정)', 금상 '침묵의 숲에서(서남대 의과대학교 예과2년 한서윤)'·'할머니의 미소(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한소영)', 은상 '살아있다는 것(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배재경)'·'이름 없는 아이(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김호준)', 동상 '8층과 9층의 경계(카톨릭대 의학전문대학원 1년 임현아)'·'살아있다는 것, 그 놀라운 축복(을지대 의과대학 본4년 이현아)'·'이 순간을 사랑으로(성균관대 본과3년 석범준)'·'허수아비처럼 친구를 기다리며(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년 최나영)'·'수건을 개는 방식(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3년 김혜인)' 등 10명의 예비의사수필가들의 당선 작품을 발표, 시상을 했다.

 

대상을 수상한 배수정(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학생.

이날 대상을 받은 배수정 학생은 "글쓰는 기술이 아닌, 그 내용에 공감해준 것 같아 더욱 감사드린다”라며 "무언가의 이면을 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며 나는 왜 인생의 고단함을 떠올리는지, 기증된 시신을 마주하며 경건한 마음에 앞서 왜 초라한 인간의 육신을 보는 것인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생각들이 부끄럽고, 때로는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무거운 마음을 털어놓는 글쓰기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고백인 동시에 그 자체로 치유의 시간이었다"라며 수상 소감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번 심사를 마친 심사위원(이방헌 한국의사수필가협회 고문·김인환 문학평론가·이태동 문학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이 심사평을 밝혔다.

<심사평 전문>

수필의 우열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태도를 바꿀 만한 힘' 글 속에 녹아 있는가?

수필의 우열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우선 1단계로 세 사람의 심사위원 중 두 사람 이상이 추천하는 작품 10편을 고르기로 했다. 10편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여러 번 거듭 숙고했는데 결정하기까지 오랜 논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이 지어낸 이야기라면 수필은 겪은 이야기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겪은 일의 의미를 논의의 주제로 삼아 보았다.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겪은 일들은 모두 비슷했지만 겪는 방식이 서로 달랐다. 그 겪음이 존재의 중핵에 닿아 있어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태도를 바꿀 만한 힘이 글 속에 들어 있는가에 초점을 모아 논의했다. 절실한 체험의 기록은 많았지만 중간쯤 읽으면 끝을 알 수 있는 평범한 구성이 많았다. 해부학 교실, 수술실, 응급실, 치매 요양소 등에서 겪은 이야기들 가운데 4편을 고르고 나날의 삶 속에서 겪은 사건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이야기들 가운데 여섯 편을 골라서 이야기의 앞뒤가 어긋나 있지 않는지, 이야기가 무리 없이 제풀에 풀려나가는지, 자연스러운 전개 속에 어떤 새로움이 있는지,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읽는 사람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는지 여러 모로 논의하는 중에 5편이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5편의 글투와 글맛, 다시 말하면 문장과 문체를 자세히 뜯어 읽어 본 후에 나머지 수상작을 결정했다.

대상을 받은 글 속에서 고갱의 그림은 삶과 죽음을 포함할 만큼 큰 공간으로 나타난다. 심사위원들은 그 공간 속에 들어가 생사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참신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금상을 받은 글은 해부학 실습실에서, 치매 요양원에서 자기와 무관한 대상으로 보이던 노인 또는 카데바가 어떻게 자기와 유관한 실체로 변모되었는가를 기록했는데 그 체험의 기록에 담긴 절실함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도록 구성돼 있다는 데 심사위원들이 합의했다. 대상과 금상의 차이는 체험의 강도가 아니라 문장과 문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은상을 받은 글들 중에 하나는 자기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타자 이야기지만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인간이란 어떤 비극도 파괴할 수 없는 신비라는 사실을 경험했고 사랑의 신비를 기록했다. 그러나 체험의 무게 때문에 구성과 문체에는 거친 데가 있었다. 수필은 겪은 이야기지만 체험을 기록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체험은 무엇인가를 포섭하고 무엇인가를 배제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승화돼야 한다. 포섭하고 배제하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다. 장려상을 받은 사람들은 이 상상력의 가치를 좀 더 깊이 있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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