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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새 것'을 맞는다는 것

청진기 '새 것'을 맞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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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9.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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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주(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R1)

▲ 신명주(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R1)

구글 글래스를 이용해 정형외과 수술 과정을 의대생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줬다는 기사가 있었다(구글 글래스는 안경처럼 쓰는 컴퓨터이다).

정형외과 의사가 구글 글래스를 끼고 무릎 수술을 했고 안경에 달린 작은 카메라를 통해 멀리 떨어진 곳의 의대생들이 수술 과정을 지켜봤다. 학생들은 수술의사의 시선에 따라 수술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학생들은 물론 수술의사 역시 이 신기술에 만족했다고 한다.

기사를 보자마자 나의 첫 기관삽관 시도가 떠올랐다. 의과대학 학생 때 기관삽관에 관심이 많아 강의도 찾아서 들었고 인형에게 하는 기관삽관도 곧잘 했다. 그렇기에 기관삽관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본과 4학년 마취과 실습 때 기관삽관을 직접 해볼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은 후두경을 잡고 기관삽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목 안의 공간이 워낙 작았던 탓에 나는 교수님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인형에게 한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다. 그러나 사람과 인형은 너무나도 달랐다. 결국 나의 첫 기관삽관은 실패로 끝났다. 만약 교수님이 보는 시야 그대로를 내가 보면서 방법을 익혔다면 조금 더 쉽게 기관삽관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과대학 실습 시절 수술 참관은 고역이었다. 수술방에서 수술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면, 수술하는 의사들 때문에 수술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술에 참여해 스크럽을 서면 수술 장면이 조금 보이기는 하지만 잘 못 당긴다고 교수님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또한 수술하는 부위가 작은 경우 학생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교수님은 열의를 가지고 학생에게 설명하셨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교수님의 팔과 기구들뿐이었다. 그나마 수술 과정을 잘 볼 수 있는 경우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에 들어갔을 때였다. 교수님도 비디오를 통해 수술을 해서 교수님이 보는 시야가 곧 내가 보는 시야와 같아지기 때문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의학 교육의 모습을 많이 바꿨다. 이제 의과대학에서 칠판에 필기하면서 강의하는 교수는 찾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교수는 분필 대신 PPT를 이용해 수업한다. 한때는 혁신적이었을 OHP 같은 기계는 이제 학교 창고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더는 그림을 보며 수술이나 술기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필요가 없어졌다. 유튜브에서 원하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각종 수술이나 술기에 대한 자세한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교과서를 찾는 대신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어 구글링하면 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교수님의 수술방에 가면 처음 보는 기계들로 가득하다. 수술할 때 조금 더 좋은 수술 시야를 확보하고 수술을 쉽게 하기 위한 기계들이다(물론 수련의사의 교육을 위한 기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계들은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렵다.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그것을 응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신기술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신기술을 접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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