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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못 낳도록 가로막는 분만 정책"

"아기 못 낳도록 가로막는 분만 정책"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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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암 교수 "모성사망비 2배 증가…우려가 현실로"
분만의료는 공익 위한 공적 의무, 정부 지원 절실

▲ 김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장을 맡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김암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가 "최근 4년 동안 모성사망비가 2배 증가했다"며 그 원인으로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의 붕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하고 있는 <의료정책포럼> 최근호를 통해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 붕괴의 현실'을 진단하고, 분만인프라 확립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와 노력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단 한 명의 새 생명이라도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기라는 두 생명을 돌볼 수 있는 분만의료기관이 근거리에 있어야 하고, 경험 많은 산부인과 의사의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처치가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분만장을 폐쇄하는 병·의원이 늘고, 산부인과 의사의 수도 나날이 감소하면서 분만 인프라가 취약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5년 이후 9년 연속 미달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최근 전국 산부인과 수련병원 107곳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수련병원은 23%(25곳)였으며, 무려 73%(78곳)가 절반 이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해 배출하는 전문의 수도 2001년 270명에서 2012년 90명으로 2/3가량이 줄어든 상태.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는 이유로 손꼽은 것은 '의료소송의 위험성이 많아서'가 가장 많은 49%를 차지했으며, '삶의 질 하락'도 20%에 달했다. 17%는 '수련 후 진로 불투명'을 꼽았다.

분만 산부인과 의원은 2003년 1371곳에서 2008년 561곳으로 59%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병원급에서도 재정 적자를 이유로 분만실을 없애는 병원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2개 시와 56개 군 지역에는 분만을 담당할 산부인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전국 수련병원들은 지역에서 고위험 임신부들의 안전한 분만을 책임져야 하는 의료기관들이므로 필요한 진료인력의 부족은 안전한 분만 인프라 형성에 커다란 저해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분만을 담당할 의료기관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감소하면서 안전한 분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모성사망비는 2008년 10만 출생아 분만당 8.4명에서 2011년 17.2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김 교수는 "분만의사의 감소와 고위험 임신의 증가가 모성사망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분만취약지역 임산부들의 원정출산이 증가하고, 응급상황일 발생한 경우 분만 지연이나 후송 지연에 따른 의료사고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분만을 가로막는 위기는 외면한 채 환자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일률적 진료를 강요하는 '포괄수가제'를 강제로 시행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원죄적 책임을 강요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 중 강제적 분담금을 도입하는 등 분만 환경을 악화시키는 역주행 분만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적 안일함에 정점을 찍은 듯한 모습"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고 있는 <의료정책포럼> 최근호.
김 교수는 "하루 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젊은 의사들이 기꺼이 자신의 전공으로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분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꿈과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과 미래에 대한 경제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가 과실이 없어도 분쟁 비용의 일부를 부담토록한 현행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등에 관한 법률'을 겨냥, "의사들이 의료분쟁에 대한 걱정없이 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의사들의 경우에는 분만이나 육아를 위한 휴직 후 안정적으로 복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남성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도 제안했다. 이와함께 고령화되어 가는 분만담당 의사들이 몇 년이라도 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꼽았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의료를 수행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행위를 넘어 국익을 위해 공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사회적·국가적으로 널리 인정될 때 분만 인프라의 안전적인 확립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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