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7개질병 DRG 말 되나"...미 학자 '크레이지' 외친 사연

"7개질병 DRG 말 되나"...미 학자 '크레이지' 외친 사연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03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근영 한림의대 교수, 한·미 보건의료정책 토론회서 작심발언
"한국은 병원이 장례식장해서 돈 버는 나라...의사 희생만 강요"

▲2일 열린 '한·미 보건의료정책동향 및 개혁방안' 국제 워크숍.

"한국은 병원들이 장례식장과 음식점을 해서 돈을 버는 나라다.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의사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어쩌면 좋겠나."

이근영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가 한국과 미국의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한 국제 워크숍 자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근영 교수는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미 보건의료정책 동향 및 개혁방안 국제워크숍'에 토론자로 참석해 한국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결정 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미국 보건의료정책동향을 설명해 줄 대표로 오리건 주립대학 교수들이, 국내에서는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김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신현웅 보사연 건강보장연구센터장·정형선 연세대 교수 등 학자들과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근영 교수

이 교수는 이날 참석한 미국 연자들을 상대로 "한국은 병원이 장례식장과 음심점을 해서 돈을 버는 나라"라고 꼬집으면서 "정부가 국민의 입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요한 보건의료정책 등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 가는 것이 맞는 일이냐"고 의견을 물었다.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을 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는 대표적인 정책 오류로 7월 시행에 들어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확대적용을 들었다.

이 교수는 "오늘 워크숍에 참석한 미국 학자들에게 7개 질환 DRG 강제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크레이지(Crazy)'라고 하더라"며 "어떻게 7개 질환만을 뽑아 포괄수가제를 시행할 수가 있느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지만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들을 대며 제도 시행을 강행했고, 그렇게 정책이 돌아가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DRG 확대시행을 주장하는 정부측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주로 행위별수가제가 비용유발적이므로 포괄수가제 등 새로운 지불제도의 도입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논리다.

이 교수는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나 병원이 제왕절개를 늘릴 수 있느냐. 아니면 재왕절개가 재원일수를 늘리고 진료비를 늘리는데 관여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따져물은 뒤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도) 제왕절개수술을 포괄수가제로 묶어야 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는) OECD에 비해 평균 재원일수가 높은데다, 행위별수가 적용비율이 83%에 달해 의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의료비 절감을 위한 대책을 당장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또한 순 거짓말"이라면서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니 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정부는 의사들이 행위를 늘려 불필요한 의료비용 지출을 늘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의사들이 희생하는 이런 제도들을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느냐"고 비판하면서 "전문가인 의사들을 배제한 채, 비용에만 초점을 둔 정책결정을 계속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짧게 해명했다.

이 교수에게서 마이크를 넘겨 받은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가입자와 공급자·공익이 다 참여해서 중요한 건강보험 제도를 결정하고 있고, 그 중 상당한 영향력 가진 것이 의료계"라면서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