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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결정이 어려운 이유

청진기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결정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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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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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 원장)

▲ 이현석(경기 군포 현대중앙의원 원장)
개원 초부터 고혈압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던 환자가 있었다. 도중에 어지럼증과 순간적인 의식불명이 있어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주선해 우측 뇌의 조그만 혈관이 막혀 있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면서 라포가 잘 형성된 환자였다.

평소 흉부 X선 촬영에서 대동맥이 확장됐기에 이를 설명하고 혈압 관리와 콜레스테롤 조절만 철저히 하도록 했는데, 그 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 근처 의원에서 흉부 X선 촬영을 한 후에 대동맥이 확장돼 있어 수술이 필요하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도록 권유해 수술 날짜를 잡게 됐다. 그리고 필자에게 찾아와서 대동맥 파열이 되면 즉사한다고 하는데 왜 수술을 권하지 않았냐고 강력히 항의를 했다.

물론 대동맥 확장의 경우 대동맥 파열의 위험이 커지며, 이 중 90% 이상이 24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의외로 노령층에서는 대동맥 확장의 예가 많으나 실제로 대동맥 파열에 도달하는 경우는 제한돼 있고 특히 당시에는 대동맥 수술만을 전담하는 의사도 거의 없어서 수술 자체의 위험부담을 고려해 정도가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수술을 권하지 않고 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에 주력하도록 설명을 했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수술을 할 경우의 장점과 위험성 특히 하반신 마비와 같은 부작용과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겨우 설득해서 돌려 보냈다. 그 후 일 주일 후에 보호자가 찾아와서 수술은 잘됐다고 하는데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며칠 전에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고 화를 내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소송을 도와 달라니…. 그래서 하반신 마비는 수술 환자의 일부에서 오는 불가피한 합병증이므로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해서 보냈다. 사실 하반신 마비는 본인과 가족들에게는 매우 힘든 고통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지금 당시 일을 생각하면 일본 오오다기념병원의 사례가 떠오른다. 응급이 아닌 상황의 뇌혈관종 같이 장기적인 위험은 있으나 수술 자체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경우 수 차례에 걸쳐 해당과의 의사들이 모여서 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반드시 환자와 보호자를 참석시킨다.

그래서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을 할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의 득실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게 한 다음 환자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사실 반드시 필요한 처치와 그렇지 않은 처치가 대부분이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의사에 따라 충분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찬성 또는 반대하는 그룹으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환자는 병원에 따라 다른 설명을 듣고 의료계를 불신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오오다기념병원처럼 환자에게 양쪽의 논리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킨 다음에 환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은 환자에게 질환에 대한 지식을 수 주일에 걸쳐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인내하고 받아줄 수 있는 환자도 많지 않다.

실제로 초등학생을 데리고 온 엄마에게 맹장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근처 병원 일반외과로 가라고 안내했다가 맹장염조차 확실하게 진단해서 치료도 못하는(이 보호자는 맹장염도 약물로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의사가 있냐면서 화를 낸 적도 있었다.

환자에 따라서 의사가 모든 결정을 해주기를 바라고 의지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이를 다른 병원에 가서 확인하거나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또 친구나 동네 지인과 같은 비전문가의 판단에 의존하기도 한다.

치료도 잘하면서 이렇듯 다양한 환자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길이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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