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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 허리에 침 맞고 다발성 농양 '충격'

80대 노인 허리에 침 맞고 다발성 농양 '충격'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5.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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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 환자 감염 상황 전혀 알지 못해
감염 의심도 못하다니..."한방 맹신은 위험"

한의원에서 침을 맞던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서 심각한 다발성 농양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작용 없이 안전한 것으로 인식돼 있는 침술 치료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가 나왔다.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유현정 전문의팀(유현정·이구은·강현석·노숙영)은 최근 한의원과 한의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침술 치료를 받다 감염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81세 김 모 환자의 허리 부위에서 다량의 농양을 제거한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신경과학회 공식 저널이자 임상 신경학 분야 최고 권위의 저널인 '뉴롤로지(Neurology)' 5월 7일자에 실렸다.

▲유현정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전문의

병원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 2011년 4월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서 침술과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하지마비 증세가 생겨 모 한방대학병원에 입원했다.

감염을 의심하지 못한 한방병원은 엉뚱하게도 두부 MRI를 찍어 뇌졸중 진단을 내렸으며, 이곳에서 계속 입원 치료를 받던 김 씨는 고열과 배변 장애, 사지마비 증상이 악화돼 결국 분당제생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제생병원 의료진은 전신 MRI 촬영 결과 경막 외 부위의 척추를 누르고 있는 다발성 농양을 발견, 김 씨의 허리에서 10cc에 달하는 농양을 제거 한 뒤 '편측 후궁 절제술 후 양측 감압술(ULBD)'이라고 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8주간 입원 치료를 받은 김 씨는 현재 감염과 사지마비 증상이 모두 완쾌돼 일상생활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됐다.

유현정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침술을 받은 뒤 한두 군데 경막 외 농양이 발생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보고 된 적은 있지만 다발성 농양이 발생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특히 "환자가 내원한 당시 농양이 척추 신경을 압박해 하지 마비가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며 "그대로 계속 방치됐다면 패혈증까지 일으켜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정도로 위급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 전문의는 "고령에 당뇨 등의 면역저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침술 치료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케이스가 알려지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명색이 의료인에 속하는 한의사가, 더욱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게다가 대학병원이 환자의 감염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

서울의 한 외과 전문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발생했다면 감염을 의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원내 감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얼마만큼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진단하고 치료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의는 "한방을 맹신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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