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희 정신건강의사회장 "인권 보장이 전부는 아냐"
최근 국회에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한 법률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가운데, 정신건강의학 개원의를 대표하는 전문의가 '법이 개정되더라도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각과개원의협의회 회장단협의회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 전 대구에서 한 남성이 성기자해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몇 일후 이 남성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두 다리를 잃는 더욱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한 인간으로서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두 번째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만약 그 분의 행동이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졌고 첫 번째 사고 즉시 적절한 치료적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최소한 두 번째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다.
이 남성에게 정신과적 진단과 처치가 시의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으로 이어졌으며, 신속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건강 의료기관의 문턱을 낮춰야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 개선 방향은 오히려 문턱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신보건법 개정안들의 개정취지는 환자의 인권, 즉 치료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전문의 두 명 이상의 진단, 최소 두개 기관 전문의의 판단,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자는 내용 등 현실에 너무 동떨어진 내용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는 재산을 둘러싼 가족갈등에 의한 입원에 대한 언론보도, 멀쩡한 사람을 강제입원 시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드라마 내용 등도 크게 한 몫 한 것 같다"면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실정법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특히 "법률이 개정돼 환자의 인권이 강화될 경우, 앞서 예를 든 남성의 경우 정말로 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혼란을 겪고 있었다면 어떻게 해 주어야 할까?"라며 "그 분이 입원치료를 거부했다던 지 절차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되고 그 결과 몇 일후 지하철에 뛰어들어 양다리를 잃게 된 것이 그 분의 인권을 보장해준 결과라면 나는 그 법을 지키고 싶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