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인터뷰]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인터뷰]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11 14: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문 선생님이 영어 가르치는 것 납득할 수 있나?"
수술 안전성 확보 위해 마취감시관리료 신설해야

▲ 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의협신문 송성철
"한문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도록 한다면 어떤 학생과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마취통증의학과도 마찬가집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마취로 인한 사망사고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홍기혁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은 "마취는 환자의 반응정도가 다 다르고, 마취약의 양에 따라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므로 환자 감시장치를 부착한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산소와 응급구조키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하든지 다른 과 의사가 마취를 하든지 건강보험에서 동일한 진료비를 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취를 할 수 있도록 잘못 설계한 건강보험 제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홍 이사장은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 전후 환자 관리를 비롯해 회복실 관리·수술 후 통증관리·중환자 관리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전문과임에도 전신마취수가는 시간당 7만 4000원"이라며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 20일 동안 일해도 보험수가는 88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880만원 가운데 마취장비 가격을 제외하고 의사업무량을 산출하면 한 달 160만원에 밖에 안됩니다. 개원가나 작은 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홍 이사장은 "개원가에서 수술을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는 수가가 3만 5000원에 불과하다"며 "초빙료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안전한 마취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도와 수가 자체가 마취통증의학의 전문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자체에 대한 인식도 밑바닥 수준이다. 학회가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술 중 환자의 혈압이나 맥박 등 생명 징후를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수술집도의사(46.3%), 간호사(33.5%), 마취전문의사 (18.5%)로 응답했다. '수술 후 마취를 깨우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간호사(50.2%), 마취전문의사(33.2%), 수술집도의사(11.2%) 순으로 답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환자의 통증을 치료해 주는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조사에서는 간호사(51.4%), 수술집도의사(32.6%), 마취전문의사(11.8%)로 응답,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간호사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수술에 앞서 마취와 합병증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보다 질 높고 안전한 마취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 홍 이사장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수술을 받는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활력증상에 대해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마취감시관리(MAC)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부터 병·의원급에 시행하고 있는 포괄수가제(DRG)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초빙하든 안하든 수가가 같습니다. 마취료와 초빙료를 인정하지 않으면 환자의 안전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홍 이사장은 "마취는 작은 실수만으로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주게 된다"며 "보장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환자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