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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건정심 탈퇴" 선포...강경대응 예고

의협 "건정심 탈퇴" 선포...강경대응 예고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5.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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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은 정부 꼭두각시...근본적 구조개선 없이 참여 없어"
24일 제13차 회의에서 의협측 대표 퇴장 후 바로 탈퇴 선언

▲24일 오후 건정심 회의 참여 거부 선언을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의협 유승모 보험이사(오른쪽)와 윤용선 보험ㆍ의무 전문위원(왼쪽)이 송형곤 대변인(가운데)과 함께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이 결국 건정심 탈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불공정한 논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4일 오후 2시부터 열린 건정심 제 13차 회의에서 의협측 대표로 참석한 유승모 보험이사와 윤용선 보험·의무 전문위원은 '회의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곧이어 송형곤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의협은 탈퇴 선언문을 통해 "건정심은 요양급여 기준, 보험료율 등을 의결하는 건강보험 관련 최고 의결기구로서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공익단체가 8인씩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당사자들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사안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건정심은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정부가 전문가단체의 목소리를 합법적으로 묵살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건정심의 구조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공익단체 8인 중에 의료비를 적게 쓰고자 하는 의료소비자와 이해를 같이하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 측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건정심의 모든 결정이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의료서비스 비용의 문제는 항상 16:8의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위원들 가운데 의사를 대표하는 위원은 공급자 8인 중 3인에 불과함으로써, 표결이 이뤄질 경우 전문가단체의 의견은 묵살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여기에 더해 정부는 공익단체 8인 중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에도 기타 위원을 대부분 정부 측 인사로 채워넣음으로써 건정심이 공정함을 잃고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개최된 제4차 건정심 회의에는 공익대표로 참석한 6인 중 복지부 공무원 1명, 건보공단 1명, 심평원 1명, 보사연 1명, 기재부 1명 등 복지부 소속이거나 복지부와 이해관계를 함께 하는 인물들로 대부분 채워졌다.

▲ 의협측 대표인 윤용선 보험ㆍ의무 전문위원이 건정심 회의 도중 회의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은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감사원까지 나서 개선을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절대적으로 정부 측에 유리한 인적 구성을 통해 정부는 의료의 질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표결로써 묵살하는 횡포를 저질러왔다"고 성토했다.

감사원은 2004년 12월 '국민건강보험 운영실태' 보고서에서 "건정심의 주요 사항이 복지부의 의향대로 결정되도록 공익대표를 임명 또는 위촉하고 있고, 심의안건 자료와 설명이 충실하지 않아 형식적인 심의·의결절차로 전락될 염려가 있다"며 설치 목적에 맞게 위원을 구성·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의협은 정부가 포괄수가제에 대해 '의협과 합의했다'며 마치 의협이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동의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에 걸쳐 열린 포괄수가제발전협의체와 건정심 회의를 통해 의협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 대해 수가수준의 조정, 환자분류체계 정비 등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협측 위원이 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정부와 합의한 것처럼 거짓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오늘 건정심 탈퇴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반대하기 때문뿐만 아니라 또 다시 의사단체의 의견을 묵살한 것에 대한 항의"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바뀔 때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건정심이 노사가 1:1의 동수로 협의구조를 갖춘 노동위원회와 같이 의사·약사·치과의사·한의사 등 각 단체와 정부가 1:1의 협의체를 갖추어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일하며 국민을 건강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히고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일에 무기력하게 들러리의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절대로 건정심에 슬그머니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국민으로부터 진정성을 의심 받고 정부에 의해 묵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근본적 원인을 찾아 개선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정부로부터는 존중을 받는 의사단체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 의협측 대표로 참석한 유승모 보험이사(오른쪽)가 건정심 회의 시작전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왼쪽은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 ⓒ의협신문 김선경
의협이 건정심 탈퇴라는 특단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후속 대응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형곤 공보이사는 "건정심의 불합리한 구조를 국민에게 알리고 의협의 요구를 이해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혀, 의협이 당분간 언론 등을 활용한 대국민 홍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계의 주장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장외 집회 등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앞서 노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건정심 탈퇴 자체는 강력한 대처방안이 아니다. 다만 강력한 대처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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