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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지속성 갖춘 대외협력 창구 절실

전문성·지속성 갖춘 대외협력 창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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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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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총선·대선정국 어떻게 맞을까
-정치세력화와 로비, 그 딜레마와 해법-

▲ 전경수(국회의원 보좌관)

정치세력화(political empowerment)라는 용어는 본래 여성 및 노동자 세력 등에서 주로 사용하던 용어로서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이들 세력이 의회 등 국정운영의 상층부에 그 구성원으로서 직접 진입을 하기 위한 활동이며 두 번째는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 즉 로비(Lobby) 활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현상 한 가지는 언뜻 보면 동일한 취지로 이뤄지는 이런 두 가지 의미의 정치세력화 활동이 상호 충돌하고 때로는 한 쪽의 활동이 다른 한 쪽의 활동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특정 직능단체의 지도부 중 한 사람이 직접 의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딜레마에 봉착하기 쉽다. 해당 직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회유하려다 보면 정치권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러한 충돌은 본인의 정계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 활동과 관련된 이슈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를 경우 더 큰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왜곡된 형태로 이뤄지는 로비 활동

이런 딜레마에 봉착한 직능 단체의 지도부가 정치권과의 갈등을 피하려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을 포기하는 경우 정치 세력화 시도가 다른 의미에서의 정치세력화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정치세력화의 두 가지 의미간에 발생하는 모순과 충돌은 불가피한 것인가? 과연 민주주의 정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딜레마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가?

필자는 이러한 딜레마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두 번째 의미에서의 정치세력화, 즉 로비 활동이 한국 사회에서 왜곡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로비라는 단어를 공공연하게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로 여겨질 만큼 이 단어에 대한 부정적 어감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이익단체의 로비는 다원주의적인 민주주의 정치의 운영에 있어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첫째,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본래 권력자들의 횡포로부터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민주주의이며 이를 위한 활동은 결코 어두운 곳에서 부끄럽게 이뤄져야 할 일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간접적으로 민의가 반영되지만 대의제의 한계로 인해 어느 국가에서든 반드시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결합되기 마련이다. 로비는 다수의 국민이 결합한 단체를 통해 그 구성원인 다수 국민의 민의가 반영되는 직접 민주주의적 정치참여 행위이다.

이익단체는 구성원들의 입장을 모아 정치적 결정에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참여민주주의의 공간을 확장한다.

둘째, 정치인들은 전문가 단체들에 비해 정보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탁상공론에 빠져 그릇된 정책판단을 하기 쉽다. 이익집단은 비전문적이고 특정 관점에 매몰된 정책 결정을 견제하여 결과적으로 공공정책의 질을 향상시킨다.

셋째, 이익단체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사전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성급한 정책 결정으로 인해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직역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로 인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막아 정치 안정에 기여한다.

이러한 점들이 널리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유럽의 경우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로비 사무소만 1만 4000개 정도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 의회에서 활동 중인 전일제 로비스트만 약 1만 7000명에 달할 정도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의 로비는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 집중한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로비보다는 낡은 정치 현실의 틀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인 관련 단체들의 로비 활동을 사례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먼저 일단 매우 사후적이고 단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다.

사후적·단기적 접근 가장 큰 문제

전문적인 대외 협력 담당자라면 특별한 이슈가 없더라도 정책결정자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정책결정 과정에 사전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제시해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혼란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현재 보건의료인 단체들의 로비활동은 회원들의 반발이나 사회적 관심이 일어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사후적으로 대처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평소 정책결정자와의 라포(rapport)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당연히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 성과 또한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점이라면 매우 비전문적이고 소극적인 로비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건의료 분야의 정보들은 특히 전문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아서 비전문가인 정치인들을 이해시키고 설명시키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공문서 달랑 몇 장을 팩스로 밀어넣거나 우편함에 던지고 가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도 많다.

과연 진정으로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기 위한 것인지, 그저 책임을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대외 활동의 담당자들의 잦은 교체와 비전문성도 심각한 문제이다.

두 가지는 결국 하나의 문제로 귀착되는데, 정책 결정자들에 비해 당연히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할 로비 담당자들이 정책의 연혁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요구사항만 들이미는 경우도 많다.

담당자가 자주 교체되다 보니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하고 지속적인 라포를 형성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서구에서 발간된 로비 지침서들의 내용을 토대로 우리 보건의료인 단체들이 유념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만 제안해 보려고 한다.

첫째, 집행부의 교체 여부에 상관 없이 지속적으로 정책결정자들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전문성을 갖춘 대외협력 담당자가 있어야 한다. 정책결정자들은 소관 업무 분야가 상당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항상 전문적인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많은 현장의 목소리를 알고 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중요한 로비의 수단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여론의 주목을 받고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향응이나 불법 자금이 아니라 바로 단체들이 가진 전문성과 조직력이다.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에도 부합할 뿐더러 로비의 효과 역시 신뢰할 만 하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건 성과와 언론보도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개된 정보에 대해 정치인은 거의 관심이 없다. 각 정책결정자의 요구를 알고 그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 전문성과 지속성을 가진 대외협력 담당자의 존재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둘째, 지속적으로 공직자의 업무 성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향응이나 후원금 등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수단이 떳떳하지 못한 만큼 공직자 자신도 이후에 그들을 계속 만나는 것이 불편해 질 수밖에 없다.

정정당당하게 정책과 관련한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업무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현장에서 공직자들이 가장 꺼리는 민원인들이 바로 공무에 도움이 되거나 흥미로운 정보 없이 친분이나 정보 수집 등을 목적으로 무작정 찾아 밥이나 먹자는 식의 사람들이다.

정보를 습득하고 인맥을 확장하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 이로 인해 업무 성과에 상호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의 경우 국정감사 질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고 법안 발의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조직을 관리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문제나 의료민영화 논쟁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보건의료계의 이슈들이 과거와 같이 전문가 그룹 내의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온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경우가 더욱 많아 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건의료분야에서 관련 단체들의 참여와 대외적인 활동은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질 것이며 더 많은 여론의 감시에 노출될 것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과거의 구태의연한 활동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이고 떳떳한 로비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이는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 뿐 아니라 정책결정의 민주성과 전문성 향상이라는 공익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정책결정 민주성 담보 공익에도 기여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의미의 정치세력화 활동 간의 딜레마 역시 이러한 건전한 로비 활동이 정착하게 되었을 때에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떳떳하고 정당한 요구와 활동이 관련 직역의 정치활동에 장애물이 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진화된 참여 민주주의의 정착까지는 우리 정치문화가 가야할 길이 멀기는 하지만 한 해가 다르게 투명화되어가는 정치권의 변화 속도를 감안할 때 의료인 단체들 역시 과감한 변화의 시도가 필요한 때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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