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청진기 송구영신:겸허한 마음으로

청진기 송구영신:겸허한 마음으로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30 10:2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 R4)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항상 마음이 들뜨곤 한다. 으레 사람들과 어울려 일년의 회포를 푸는 즐거움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난 한 해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 또 내년에 대한 막연한 희망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의대생 때는 거의 항상 시험 공부에 찌들어 있었고 바로 지금도 곧 있을 전문의 시험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들뜬 마음과 설레임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찾아왔다.

다만 예년에는 연말연시가 마냥 설레이고 즐거운 때였다면, 올해부터는 조금은 겸허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시기로 정하려고 한다. 어느샌가 나를 둘러싼 외부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하는 것에 소홀하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당장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전부인 양 시간을 흘려 보내며, 일신의 행복 혹은 불행에 관한 직접적인 판단이나 행동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내 자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진정 잘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본다면 그저 피상적이거나 혹은 자신의 좋은 모습에 대해서 떠올릴 것이다. 이를테면 '스포츠를 좋아하는 내과의사'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스스로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한 자의식을 은연중 가지고 있더라도 굳이 의식화해서 끄집어내고 그것을 고치고자 고민하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당장 대면하고 있는 번잡한 일과 고민들을 해결하는 데에 어떠한 도움도 위안도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없이 자신을 곧이곧대로 마주하는 것은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노력이 익숙하지 않거나 거북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과정 속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생각의 가치나 행동양식을 체득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있기에, 꾸준히 자신에 대해 이해와 반성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래의 나는 내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매일을 하루같이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다만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햇수의 변화를 구실 삼아 부끄러움을 떨치고 나 자신에 대해 진실하게 고민해보려고 한다.

비록 작심삼일의 간사한 마음으로 변화에 대한 노력이 무뎌질 수도 있겠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모습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붙잡고자 하는 의미만으로도 가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보태어 '우리'에 대해 생각해 보아도 같은 이야기가 된다. 직면하고 있는 외부적 현실과의 갈등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겨내는 데에만 급급하여 우리 스스로의 모습과 문제에 용기있고 솔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모습은 결코 스스로에게 자랑스럽지 못할 것이다.

새해의 벽두를 맞아 모두가 겸허하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모든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이웃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바램과 함께 기원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