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리필제가 결국 '없었던 일'로 가닥이 잡혔다.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뒤늦게나마 문제점을 인식하고 철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뒷맛은 여간 찜찜한 게 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증상 변화·상태·복약 순응도 등을 세밀하게 살펴 그에 걸맞는 처방을 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건 환자 진료의 기본이다.
처방전은 린스나 주방세제 또는 문구류 같이 용기에 내용물만 따로 구입해 다시 채우고 마냥 사용하는 제품처럼 생각해선 안된다.
의료비를 절감한다든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접근해 선 안되는 이유다.
처방전 리필제는 의사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처방전을 다시 사용하자는 것은 의사가 환자의 질병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 와 자칫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만약 처방전 리필제 적용 대상이 자신의 부모나 형제라도 흔쾌하게 찬성할 수 있을지 곰곰 따져 볼 일이다.
의료계가 똘똘 뭉쳐 처방전 리필제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설득해 좋은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 문제가 언제 또 수면 위로 떠 오를지 모르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겠지만 전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회 구성원 간 갈등과 반목이 조장되고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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