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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규제로 제약산업 재편될까

'리베이트' 규제로 제약산업 재편될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1.11.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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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그 후 1년]제약산업에 미친 영향

 

 

 

▲ 약가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리베이트 쌍벌제 법 이후 제약업계는 정부의 약가인하쓰나미에 제약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며 저항하고 있다.사진은 8월12일 제약협회 회원사 임직원 50여명이 약가인하 규탄대회에서 정부정책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의협신문 김선경

올 한 해 리베이트 문제로 제약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한 각종 리베이트 사건들로 검찰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1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물론 이를 받은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마련됨으로써 금전·물품·편익·향응 등 경제적 이익 제공 행위가 금지됐다.

정부가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자 제약협회는 공정경쟁규약을 개정하고 제약사들이 그동안 영업·마케팅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었던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명절 및 경조사비 지원, 시판후 조사, 부스설치, 기념품 제공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품목이 많은 다국적 제약사보다 제네릭 품목에 의존하면서 영업 및 마케팅을 해왔던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까지의 영업 및 마케팅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규제가 강화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이렇다할 제품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매출 실적 감소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사 제품설명회, 홍보부스 설치 규모 및 횟수가 줄어들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 심해졌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는 등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영업활동비를 대폭 축소하고, 의학계 학술대회에 지원규모도 줄였다.

다국적 제약사에서는 희망퇴직자를 받는 곳도 나오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는 임금인하, 영업부서 축소 등을 예정하고 있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제약산업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 초에 발표한 <제약산업의 구조선진화를 위한 산업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GMP 선진화와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 제약산업 환경변화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약사가 78곳이나 됐다.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218곳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무엇보다 제약계에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영업 및 마케팅 활동 위축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자율적 준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각종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대한 내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 하지만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제약계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이와 관련 제약계 한 관계자는 "각종 규제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고, 최근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만나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만나지 않다보니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겠다는 의료인들도 많아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국내 제약사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리베이트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시점에서 영업사원들은 실적에 대한 압박도 상당하다"며 "오죽하면 자살을 선택하는 영업사원도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리베이트 규제로 인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가 손을 잡는 횟수가 많아졌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의약품을 코프로모션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보다 확대할 수 있겠다는 요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영업 및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해 학술마케팅쪽으로 눈을 돌리는 제약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제품에 대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다른 회사 제품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제약사도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제약사도 늘어나고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으로 제약계가 현재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계기를 앞당겨 줬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R&D 투자를 늘리고,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제약산업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 FTA로 인해 글로벌 신약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은 더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리베이트에 대한 규제에만 목을 메지 말고 앞으로 제약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리베이트 규제에 이어 최근 정부는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해 제약계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계는 약 생산중단, 궐기대회 등 강력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두 제도 시행으로 리베이트 규모는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인해 또 다른 편법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리베이트는 더욱 치밀해지고 교묘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약사가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직접 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고 제3자(광고대행사 등)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관에 판넬광고를 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제약계 관계자는 "이러한 형태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하지만 학술활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제약사들이 제품 홍보 및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제약사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약산업을 투명하게 바꾸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수 있도록 하는 리베이트 규제가 될 수 있도록 정부도 좀더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수 많은 규제 때문에 제약사들이 제대로 된 마케팅 조차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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