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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건의료미래위원회 5개월이 남긴 것

시론 보건의료미래위원회 5개월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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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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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선언적 의미..보건의료 미래비전은 의약분업 평가부터"

▲ 나현서울시의사회장)

지난 8월 31일 7차 회의를 끝으로 5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한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남긴 건 무엇일까?

정부에 따르면 보건의료미래위는 보건의료체계의 미래비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와 정책제안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구다.

과연 보건의료미래위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냈는가? 아니다. 보건의료미래위 마지막 회의에서 채택된 대정부 건의문에 대해 의료인단체들, 특히 의·병협이 "합의에 의한 게 아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고 보건의료체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며, 지속가능한 길을 찾아낸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의료미래위 5개월의 활동은 실패로 끝났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보건의료미래위가 대정부 건의로 내놓은 10대 정책제언을 보면 대개가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현실 가능성은 없거나 이미 추진되고 있는 것,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정책과 모순이 되는 것, 의료계의 반발을 살 만한 것들 뿐이다. 도대체 왜 겨우 이런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망라해 보건의료미래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구를 설치했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10대 정책제언 가운데 중증·고액·입원의 본인부담률은 낮추고, 경증·소액·외래는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경우 일차의료 살리기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및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의료기관 종별 외래환자 본인 부담률 차등화 시책과 상충된다.

공정한 보험료 부과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도 말이야 좋은 이야기지만 직장과 지역의 단일보험료부과체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 예방적 건강정책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경우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 및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어 의료계와의 마찰이 뻖뻔히 내다보인다.

지불제도 개편을 검토한다는 것은 수가 현실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의료계로서는 의료계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약가제도 개선의 경우 이미 실시한 상황이어서 제약업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나머지 내용도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보건의료미래위가 애당초 지불제도 개편이나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 및 건강관리서비스 법제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겨냥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보건의료미래위의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미래 비전을 위한 기구라면 장기간 치열한 논쟁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함에도 5개월로 활동시한을 못박아두고 출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초 의협은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논의를 해야 하는 만큼 시한을 정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리적이고도 충실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협의 건의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회의를 진행해 나갔다.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식이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3개 소위원회에 전문가단체인 의협 추천 인사가 단 한 명밖에 없었다는 점도 미래위의 실패 요인이다. 보건의료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겠다면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였으니 실패는 당연한 귀결이다. 아젠다 설정에 있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했다는 점도 실패의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정부는 각계의 제안을 받아 검토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의협이 제안한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 및 재검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아젠다 설정에 있어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관련성이 적으면서, 직역·단체 간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큰 일부 과제는 제외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의약분업 재검토 제안에 대해 이 원칙을 적용시켜 배제했다. 이는 이해할 수 없다. 의약분업은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지속가능성과 관련이 크다. 물론 직역 간 논란을 야기할 소지는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아젠다로 설정했어야 옳았다. 도대체 이런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무얼 논의한단 말인가.

의협은 처음부터 보건의료미래위가 정부 정책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여 불참을 고려했으나 그보다는 참여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의료계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그나마 의료제도의 왜곡을 최소화시키는 길이라고 판단하여 끝내 이탈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보건의료미래위는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방향 및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양새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보건의료미래위 5개월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남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진정 보건의료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려 한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성을 갖고 의료계와 머리를 맞댄다면 보다 발전적인 방향과 방안이 마련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의약분업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개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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