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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진정한 리더-앞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라

청진기 진정한 리더-앞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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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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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 김충기(세브란스병원 내과R4)

사람들은 항상 훌륭한 리더의 출현을 원한다. 아마도 자신을 리더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은 군대의 선두에서 말을 달려 대평원을 정복한 칭기즈칸의 전설, 혹은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는 그 유명한 그림으로부터 리더의 이미지를 각인해왔을 것이다.

특히 엄격한 유교적 가부장 사회의 정서가 남아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는 군사 정권의 경험까지 갖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혼란과 위기에 처한 이 사회의 해법을 오로지 '강력한' 리더십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지금 우리 사회의 시민들은 칭기즈칸의 기병들처럼 위대하고 강력한 리더의 외침을 따라 무작정 쫓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1000년 전 몽골 평원에서의 칭기즈칸처럼 선두에서 박차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는 리더가 있다면, 그 뒤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음은 당연하다. 아무리 리더에게 대평원을 가로질러 위대한 승리와 영광이 있다는 믿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따르는 모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

그 믿음을 진실로 이뤄낼 수 있다는 보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 더구나 실패에 대한 대가가 결국 모두에게 함께 돌아가는 상황에서 결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리더 혼자서 짊어지겠다는 말은 오만함과 다름이 없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의 목표와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다름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의 공통적 지향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하는 것이 모두가 이 시대의 리더에게 바라는 역할일 것이다.

얼마 전 노르웨이 테러의 희생자를 기리는 스톨텐베르크 총리의 추모연설에서 바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테러에 대한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개방성, 더 많은 인간애이다." 테러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며 국내외에서 많은 갈등을 가져왔던 미국과는 사뭇 비교가 되는 모습이었다.

진정 커다란 국가적 위기 앞에서 '보복·응징·전쟁'과 같은 말이 아닌 희생의 아픔, 증오와 분노를 보듬는 사랑이라는 더 큰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자 마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다.

이제 리더는 머나먼 앞을 넘어보기에 앞서 자신의 뒤에 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보고 보듬어야 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조정경기에서 보았던 콕스처럼 배를 저어나가는 사람들과 마주보면서 용기를 북돋아 모두가 함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배가 나아가는 동안에는 그 누군가 혼자서 희생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

힘을 모아서 같이 노력할 수 있도록 배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뒤로 돌아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력한' 리더십의 환상에 빠져 사람들의 희생과 고통을 당연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사람을 아끼고 보듬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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