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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계절을 즐기자(하)

인생의 사계절을 즐기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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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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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대한의사협회 고문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매년 2월말과 8월말 금요일 저녁에는 서울의대 연례행사로서 정년퇴임 기념식이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개최된다. 퇴임하는 선배를 보내기 위해 해당 교실원은 물론 많은 명예교수들이 참석해서 축하한다.

이 모임에는 필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왔다. 정규행사는 만찬회로 이어지는데 주근원(朱槿源) 선생께서 건배제의를 하시고, 만찬이 끝날 무렵에 내가 소위 덕담(德談)을 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인생의 4계절' 특히 '의사나 의학자의 4계절'에 관하여 말하기도 한다.

의사나 의학자가 되기 위해 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학생과정을 마칠 때가지를 청춘기로 정하고, 인턴·레지던트·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까지를 청춘기로 삼는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정교수가 되면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필자가 이렇게 구분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의대 학생이 되면 누구나 인생의 목적을 생각하게 되고 내가 뭣 때문에 의대학생이 됐느냐에 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 중에는 몹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의대에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필자는 청춘시절에 고민을 해 본 일이 없다면 그 사람은 청춘을, 인생을 헛 산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고민은 청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학생 생활을 마치고 인턴이 된다. 사람의 직업으로서 인턴과 같이 지독한 것은 없다. 식사나 수면 시간을 얻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삶은 고달프다. 다른 직업분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레지던트가 되어도 고달픈 생활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자기라는 존재는 없다. 환자를 위해서, 남을 위해서 그리고 학문을 위해서 있을 뿐이다. 좋게 이야기 하면 남을 돕기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삶은 그 후에도 계속된다. 전임강사때도, 조교수 때도 부교수 때도 마찬가지다. 남을 돕기 위해 땀 흘리고 고생하는 것이다. 학교에 남지 않고 개원하는 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기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이 계속되는 것이다.

필자는 의사나 의학자들의 삶은 거룩하다고 믿는다. 사회인들이 어찌 생각하건 문제가 아니다. 일부사회인은 의사에 대한 인식이 지극히 부적절하다. 숫자가 많으니 의사 중에는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의사의 본분을 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의사는 남을 위해 있는 사람이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교수 정도가 되면 태양이 내려 쪼이는 더운 계절에서 가을 문턱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가 정년퇴임이 되면 그야말로 수확의 가을을 맛보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그만큼 땀 흘리고 고생했으니 이제까지 뿌린 땀의 대가를 거두어 드리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필자는 정년퇴임 일을 '인생의 추석'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정년퇴임하는 분들에게 마음껏 추석을 즐기라고 말한다.

그러다가 80이 되면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삶의 질(quality)'이 아니라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을 생각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죽음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정년퇴임을 맞는 분들에게 나는 인생의 청춘을 잊지 말자고 강조하며, 정년퇴임이란 '인생의 추석'과도 같은 것이니, 부디 이 추석을 추석답게 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외치는 버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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