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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의학과 나의 삶

임상의학과 나의 삶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0.09.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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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외 지음/신광출판사 펴냄/2만 2000원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로 시작하는 히포크라스선서의 첫 서약은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겪게 될 수많은 고난과 질곡 속에서도 의사의 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의업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준 스승에 대한 맹서이기도 하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의학 수준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가 처한 의료·교육 현장을 지킨 우리 시대의 많은 스승들의 숨결이 녹아 있다. 의사의 길이 사람을 위한 길임을 알리기 위해 교육과 임상현장에서 주춧돌이 되어 근간을 세우고, 서까래가 되어 그 곳에 널다란 지붕을 얹을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주고, 지금은 바깥기둥 안기둥 가리지 않고 흔들림 없는 버팀목이 되어 생명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에 온몸으로 '뒷배'가 되어주고 있는 우리의 스승들. 그들에게 의사의 길은 무엇이고 학문의 길은 또 무엇일까.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가 또 하나의 역사(役事)를 마무리했다. 이번엔 <임상의학과 나의 삶>이다. 지난해 4월 발간됐던 <기초의학과 나의 삶>은 평생 기초의학에 매진하며 국내 의학 발전의 토대를 다졌던 마흔 한 분 기초의학자의 삶 속에서 오늘을 반추했다. 이번 역시 권이혁 명예교수가 몸소 기획하고 대표필자를 자처했다. 김용일 가천의대 명예총장이 편집위원장을, 박영숙·안규리·왕규창·임정기 교수가 편집위원을 맡아 쉬흔셋 임상의학자의 삶을 책 속으로 옮겼다.

이 책에는 그들의 학문적 열정이 드러나 있고, 의사로서 느꼈던 수많은 애환도 녹아 있다. 한 사람의 의사가 되기까지, 또 지금과 같이 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기까지 겪어내야 했던 다양한 삶의 편린들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자가 전문분야를 선택하게 된 동기를 말하기도 하고, 전문 학회나 연구회를 만들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시킨 역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고난과 시련 속에 지냈으면서도 '행복한 의사'였다는 고백도 볼 수 있고, 도규계의 수장이라는 보람과 함께 갈등·영욕·사명감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나타나 있다. 스승에 대한 추억을 되뇌이며 그리워하고, 후학들의 학문적 완성도를 위해 "대화는 사람을 풍부하게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는 베이컨의 말에 덧붙여 글쓰기를 독려하기도 한다.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의사들이 거리로 나선 '핑크리본캠페인' 같은 프로그램이 미치는 영향을 직접 느껴볼 수 있고, 각 전문과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의학수준에 힘입어 머릿속으로 그렸던 꿈을 눈 앞으로 끌어내는 기쁨에도 동참할 수 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느꼈던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어디까지일까 가늠할 수 없는 의학 발전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예수가 말씀하셨던 '다른 이를 긍휼히 여기라'의 의미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의 진정한 의미와 기쁨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를 위해 의사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에 대한 체험도 전한다.  

후회는 없었을까. 삶 속 간단치 않게 드러나는 여러가지 후회와 아쉬움들을 드러내면서도 의사로서 교육자로서 환자와 후학들에게 최선을 다짐한다. 앞으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호기심이 있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새롭게 맞닥뜨리는 지적호기심은 의사와 스승의 길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

감사가 있다. 스승에 대한 감사는 물론이고 진료현장에서 살붙이가 되어 가는 환자들과 보호자, 그리고 자기 일도 아닌데 온몸으로 희생하는 각 영역의 봉사자에게도 마음을 전한다.

꿈이 있다. 어느 필진은 "그 애만 잘 된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R&D사업만 잘 된다면 나의 존재는 없어져도 좋다'는 각오로 글로벌 항암 신약을 꿈꾸고 있다.

이 밖에도 쉬흔셋 임상의학자가 지나온 수십년 삶의 역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음과 생각과 기록이 소담스레 옮겨져 있다.

권이혁 명예교수는 책 들머리를 통해 "의학계에 몸 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동료나 의학도에게 전하고 싶은 소회를 남기며, 기록보관에 대한 중요성을 되새기는"데서 발간 의미를 찾는다. 필진은 노스승의 절절한 바람을 읽었는지 700쪽이 넘는 책 한쪽 한쪽 마다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가슴으로 전하는 후학에 대한 당부와 함께 의료계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기록도 챙겨서 옮겨 놓았다.

강순범 서울의대 교수(산부인과)·김광현 서울의대 교수(이비인후과)·김동규 서울의대 교수(신경외과)·김선회 서울의대 교수(외과)·김성덕 중앙대 의무부총장(마취과)·김영설 경희의대 학장(내과)·김유영 서울대 명예교수(내과)·김인세 부산대 총장(마취과)·김주현 서울의대 교수(흉부외과)·김호연 가톨릭의대 교수(내과)·노동영 서울의대 교수(외과)·노성훈 연세의대 교수(외과)·문신용 서울의대 교수(산부인과)·박귀원 서울의대 교수(소아외과)·박기현 아주의대 교수(이비인후과)·박영배 서울의대 교수(내과)·박영숙 을지의대 교수(소화기내과)·박인숙 울산의대 교수(소아심장과)·서정기 서울의대 교수(소아과)·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순환기내과)·설상영 인제의대 교수(소화기내과)·성상철 서울의대 교수(정형외과)·송인성 서울의대 교수(내과)·신익균 가천의대 교수(심장내과)·심영수 서울의대 교수(호흡기내과)·심찬섭 건국의대 교수(소화기내과)·안규리 서울의대 교수(신장내과)·왕규창 서울의대 교수(신경외과)·유세화 고려의대 교수(호흡기내과)·윤병우 서울의대 교수(신경과)·윤용범 서울의대 교수(소화기내과)·이명식 성균관의대 교수(내과)·이명철 서울의대 교수(핵의학과)·이순남 이화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이승규 울산의대 교수(외과)·이종철 삼성의료원장(내과)·이진수 국립암센터원장(종양내과)·이춘기 서울의대 교수(정형외과)·이효석 서울의대 교수(소화기내과)·임정기 서울의대 교수(영상의학과)·장세경 중앙의대 교수(소화기내과)·전범석 서울의대 교수(신경과)·정남식 연세의대 학장(심장내과)·정지태 고려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정 흠 서울의대 교수(안과)·조광현 서울의대 교수(피부과)·조보연 서울의대 교수(내과)·조수철 서울의대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지훈상 연세의대 교수(외과)·최병인 서울의대 교수(영상의학과)·최 용 인제의대 교수(소아청소년과)·최 황 서울의대 교수(소아비뇨기과)·홍성희 을지병원 이사장(성형외과).

이 책을 엮은 쉬흔세 분의 필진이다. 이들이 책 속에 풀어놓은 수많은 과거와 경험은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엿보는 창으로 다가온다(☎02-925-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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