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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살리게 해달라"...법원서 읍소한 의사

"환자 살리게 해달라"...법원서 읍소한 의사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07.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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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소송 항소심 법정
"판사님 가족이 백혈병 환자라면..."

20일 오전 10시 서울고등법원 제306호 법정. 조석구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는 증인석에 올라 마이크 앞에 섰다.

고등법원 제4행정부 윤재윤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여의도성모병원 대 보건복지부의 '백혈병 환자 임의비급여' 소송(과징금부과처분취소 및 부당이득금환수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측 증인으로 출석한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직업적 양심을 지키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입을 열었다.

'의학적 비급여'소송으로도 불리우는 이 사건은 여의도성모병원이 백혈병환자를 치료하면서 사용한 항암제·항생제·골수천자바늘 등 약제와 치료재료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총 141억 9000여만원에 달하는 환수 및 과징금 처분을 받자 '억울하다'며 낸 소송이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의학적으로 타당한 의료행위는 요양급여기준 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로 병원측의 완승을 판결했다. 복지부는 즉각 항소했다.

환자 위해 최선을 다하면 불법?
조 교수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치료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41·남)의 경험을 예로 들며 요양급여기준의 부당성을 꼬집었다. 조 교수는 지난 2006년 이 환자에게 항암제인 글리벡을 투여, 치료하기 시작했다. 물론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므로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구했다.

치료 이후 환자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돼 거의 완치단계에 이르렀으며, 이같은 치료성적을 담은 논문이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조 교수의 치료행위를 '부당진료'라며 환자가 부담한 2200여만원의 약제비를 환수하고 과징금까지 부과했다.

조 교수는 이밖에도 환자 치료에 꼭 필요한 항암제, 항생제를 사용했다가 단지 요양급여기준 범위안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의 치료성과와 무관하에 '부당진료' 판정을 받은 경험을 쏟아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척추에 바늘을 찔러넣어 골수를 채취하는 '골수천자'의 고통에 울부짖는 4세 남아 환자의 동영상을 재판부에 보여주며 "1회용 바늘을 사용하면 이같은 고통을 덜수 있고 백혈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으나 당시 요양급여기준은 이를 허용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조 교수는 "이 소송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의 미약한 항변"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사로서의 당연한 의무다"고 말했다. 또 "외람되지만 만일 재판장님이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면, 또는 환자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으며 '역지사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부 "의학적 비급여는 법 파괴행위"
조 교수의 증언에 이어 원고와 피고측 변호인의 변론이 이어졌다. 병원측 변호인은 복지부의 환수·과징금처분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요양급여기준은 보험급여의 한도를 정한 것일 뿐, 기준에서 벗어난 의료행위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금지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의학적 비급여가 법령상 금지되는 것이라면 이는 의료기관의 재산권, 환자의 생명권·건강권 및 수진권까지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측 변호인은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요양급여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변호인은 "의학적 비급여를 인정해 줄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법령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으로서, 그 피해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요양급여기준이 부당하다면 복지부에 고시변경신청, 심평원에 급여기준변경심의신청 등을 통해 급여를 인정받는 것이 합리적이지, 현행 제도와 법령을 파괴하는 형태로 새로운 요양급여를 창출하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건의 쟁점은 의학적 타당성이 아니라 요양급여비용을 어떤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이 갖춰질 때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달 31일 열리는 속행 공판에는 백혈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 심사업무를 맡고 있는 의사가 각각 원고와 피고측 증언으로 출석, 양측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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