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환상의 양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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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4.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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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문(가톨릭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과/인문사회의학과)
 최보문(가톨릭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과/인문사회의학과)

지난해 영국 햄프셔에서 열린 왕립의사협회 심의에 관한 모임에는 소위 영국 의료계의 거물이라는 사람들이 다 모였다고 한다. 모임 마지막 날 여흥 겸 일종의 설문이 주어졌는데, 이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의사도움에 의한 자살 혹은 안락사가 법제화되리라고 보는가?
2. 의과대학 수를 줄여야 하는가?
3. 현재 의료계의 문제점이 의사가 원인제공을 했다고 보는가, 아니면 문제해결을 위해 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4. 자식에게 의사가 되라고 하겠는가?

1번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렇다, 2번은 절반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의료계의 문제 원인으로 의사 자신을 꼽은 사람은 1/3이었던데 반해, 나머지 의사들은 문제와 해결을 모두 다 갖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설문도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죽으리라고 예측하는가? 84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그 이후에 온갖 병이 엄습해서 갑자기 죽게 될 것인가? 아니면 105세 넘도록 살면서 서서히 죽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대부분의 의사들은 치매에 빠지고 관절마다 다 인공관절로 대치하고 파킨슨병에 걸려 비척대면서 귀먹은 채로 105살이 지나도록 살게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설문은 의사가 아닌, 인간의 본색을 드러나게 하는 것도 있다.

어떤 양로원은 애완뱀도 허용하고 담배와 마약도 마음대로 하고 금방 만난 사람과 하룻밤 섹스까지도 허용하는데, 당신이 양로원에 가게 된다면 그런 노인들로 꽉찬 그곳에 가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100여명이 넘는 참석 의사 전원이 예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소위 왕립의사협회 원로들이자 평생을 존경받는 의사로써 질병과 싸우고 건강을 수호하며 살아온 의사들의 반응치고는 참으로 우리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가?

의사들은 건강 100세를 위해 환자들에게 많은 것을 권한다. 운동을 많이 하며 균형잡힌 식사를 위해 기름진 것을 줄이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술과 담배를 금지하고 운동을 많이 해서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을 맛있게 먹을 여유를 빼앗고 섭식장애를 초래케 하고 질병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환상의 양로원'을 꿈꾸는 영국 노의사들의 얘기를 읽으며 하버드 대학 열대의학 교수이자 의철학자인 르네 듀보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명한 의사는 환자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일지라도 환자의 즐거움을 무리하게 금지시키지 않으며, 의사의 임무는 단지 환자가 기대보다 빨리 죽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깨닫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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