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다녀와서 (하)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하)
  • Doctorsnews admin@doctorsnew.co.kr
  • 승인 2010.04.02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천재중(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변인)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진료실 컴퓨터에 소아환자가 뜰 때면 일단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대부분의 소아환자는 진료에 cooperation 되지 않고, 아이의 건강과 질병 때문에 지친 보호자는 평소의 모습이 궁금해질 정도의 irritable 한(짜증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그런 아이와 보호자를 만나고 나면, 며칠동안 날을 센 사람처럼 온몸이 지치고 기분이 엄청 상해 진료실 안에서 혼자 열을 삭히고는 합니다. 스스로 자조하며 웃는 소리로 "소아과 의사 3년이면, 성불한다"라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나의 모습은 아이들의 그러한 투정조차도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네가 아직은 투정을 부릴 수 있는 기운이 있구나, 힘이 있구나!"
"너무 다행이다, 계속 건강하게 투정 부려다오."
"멋지고 건강하게 자라 다오!!"

88세 만성피로를 주소로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진료를 시작 할 때, 난 항상 환자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고 할머니·할아버지·형·누나 등의 호칭을 캄보디아어로 불러주었습니다. 언제나 진료할 때의 분위기는 항상 좋았고 대부분의 환자는 환한 미소로 타국의 낯선 의사를 맞아 주었습니다.

▲ 환자를 진찰하고 있는 천 대변인.

그런데, 진료 시작할 때 방긋 웃으시던 할머니가 진료 중간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갑자기 이게 웬일이야. 내가 실수라도 한 것인가?' 놀라며 통역에게 물어보니, '할머니는 지금까지 의사를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며, 내가 할머니의 인생에서 첫 번째 의사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 팀이 자신과 캄보디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그 고마움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아…"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깊은 소리가 나왔습니다. 환자와의 관계에 지쳐, 스스로를 고급기술자로 여겼던 부족하고 건방졌던 청년의사인 나에게 팔십 인생의 가볍지 않은 진정한 감사의 눈물은, 이런 고마움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무사히, 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곳에서 만났던 환자 하나하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인생 중에 건강과 행복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준 것보다는 받은 것이 너무 많은, 고마운 기억을 전해준 캄보디아에서의 며칠이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