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네 번째 NEJM 게재도 문제없다"
인터뷰"네 번째 NEJM 게재도 문제없다"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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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최초로 3번째 게재 이뤄…"아이디어가 가장 중요"
박승정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전 세계 의사들이 참고하는 임상 진료 지침의 변화는, 곧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만큼 지침의 변화는 많은 근거를 필요로 하고, 이러한 근거는 유수의 국제 의학 학술지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훌륭한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정보들은 대개 학술지에 먼저 발표되기 때문이다.

박승정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최근 '약물방출스텐트 시술 후 항혈소판제 병용요법의 기간(Duration of Dual Antiplatelet Therapy after Implantation of Drug-Eluting Stents)'라는 제목의 논문을 <NEJM>에 게재했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어렵다는 관문을 벌써 세 번째 통과했다. 2008년에는 그의 연구 결과가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로 <NEJM>에 세 번이나 논문을 게재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들었다.

임상 의사로서 <NEJM>에 논문을 게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NEJM>은 인용지수(IF)가 50이상이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Nature>나 <Science>의 인용지수가 30점 정도니까 두 배 가까이 높다. 그만큼 사람들이 <NEJM>을 많이 보고, 영향력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NEJM>을 통해 진료 원칙이나 기본 가이드라인이 바뀐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NEJM>에서 먼저 게재 요청이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렇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내과학회(ACC) 학술대회(3월 14~16일)에서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NEJM> 측에서 내용을 스크리닝해 연구자들한테 논문을 보내보지 않겠냐고 먼저 제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논문 게재 절차와 심사 과정을 똑같이 밟아야 했다.

-미국심장내과학회의 Late Breaking Session에서는 그 해에 가장 중요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발표 당시 반응은 어땠나?

많은 사람이 발표를 들었고, 현지 반응은 괜찮았다. 하지만 연구 대상자(2701명)가 많지 않다고 하면서 결과를 잘 믿지 않으려 했다. 사실 스텐트 시술 후 항혈소판제 병용요법의 기간에 대해선 편견이 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오래 쓸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의 병용요법을 1년 이상 오래 쓸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자극을 준 셈이다. 아마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속으로는 섬뜩 했을 거다. 어쨌든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스텐트 시술 후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는 1년만 써야 하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역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아스피린+플라빅스 병용요법은 1년 정도만 써도 괜찮을 것이고, 2년 이상 쓰려면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최소 1년은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실 나는 병용요법을 1년 동안만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연구 결과 스텐트 시술 후 1년 이내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경우에는 2년을 써도 별 차이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병용요법을 1년 이상 써야 한다는 임상 근거가 없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고, 어떤 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꼭 가이드라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연구 결과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고, 실제 진료할 때 1년이 지나면 환자들에게 이제 병용요법을 중단하자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년 이상 병용요법을 사용한 경우 통계적인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심혈관 질환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이유가 뭘까?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 경험과 연구 결과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아무래도 아스피린과 플라빅스를 많이 쓰면 출혈 위험이 늘어나고 뇌졸중 발생 빈도도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제로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오랫동안 사용했더니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등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연구와 똑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한 대규모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구비만 1000억원 규모이고,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NEJM>에 발표한 연구들은 주로 중재 시술과 관련이 있었다. 다음 주제는 무엇인가?

2003년에는 당시 새로 나온 약물방출스텐트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2008년에는 좌관동맥 주간부 병변에 대한 스텐트 시술 효과를 관상동맥우회술(CABG)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에는 좌관동맥 주간부 병변은 스텐트 시술의 금기증이었는데, 그 연구 이후 가이드라인이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다' 정도로 약간 바뀌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다음 연구 주제는 비밀인데……. 대체로 굵직한 연구 주제들을 선택한다. 어떤 스텐트를 쓰니까 어떤 점이 좋더라는 식의 연구가 아니라, 어떤 환자에게 어떤 시술이 적절한 지를 찾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요즘에는 중재시술이 유행하면서 스텐트 시술을 왜 하는지, 정말 환자한테 도움이 되는지를 적절히 평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스텐트를 넣는 경우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스텐트 시술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의 임상 경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임상 연구의 큰 흐름은 이런 연구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NEJM> 게재는 또 할 수도 있다. <NEJM>에 논문을 게재하는 비결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적절한 시기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다.

-관상동맥중재시술 국제학술회의(TCTAP 2010)가 4월 28일부터 서울에서 열린다. 어떤 행사인가?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법인 '심장혈관연구재단'이 미국 콜롬비아 그룹과 함께 매년 개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참가자가 4000명 정도 되는데, 이중 40%는 외국인이다. 다른 학술회의와 달리 실제 사례에 대한 라이브 시술을 중계하고, 가상 공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육과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

올해는 좌관동맥 주간부 병변에 대한 중재 시술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또 판막질환에 대한 중재시술도 다룰 예정이다. 과거 수술의 영역이었던 두 주제는 최근 학계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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