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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0:09 (토)
"수가인상 우리손으로" ②

"수가인상 우리손으로" ②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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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지속 가능한가?

올해 말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1조 8000억원 가량 당기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수입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건보재정은 4.9% 보험료 인상요인을 감안할 때 수입 32조 8561억원과 지출 34조 8936억원으로 2조 375억원의 당기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2011년 수가인상률을 3%로 가정할 때 누적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9.1%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2012년 6.1%, 2013년 4.8%, 2014년 4.5% 등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누적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발생한 배경에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보험료를 동결하면서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건강보험 전환(5000억원)과 큰 폭의 보장성강화(진료비 본인부담상한제 강화, 희귀난치성질환 및 암환자 본인부담 경감 확대, 한방물리요법, 아동 치아 홈 메우기)를 위해 6100억원의 보험급여비를 지출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설상가상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보장성강화 항목에 이어 올해 9개 보장성강화 항목(심장·뇌혈관질환 및 결핵환자와 중증화상 본인부담률 경감, 치료재료 급여전환, 임신출산진료비 지원, 항암제, 희귀난치 치료제, 장애인보장구 및 소모품, MRI 보험급여 확대)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올해 9개 항목의 보장성강화 항목이 시행될 경우 6500억원에 달하는 보험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반면, 수입은 4.9%의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임금정체 등에 따라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2월 말 현재 2조 1137억원의 누적수지 흑자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 달 보험급여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인데가 지난해와 올해 보장성강화 항목 신설로 건강보험이 떠 안아야 하는 지출규모가 1조 2500억원에 달해 수지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건강보험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의료공급자의 핵심인 대한의사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의협신문>이 3월 21일 창간 43주년을 맞아 전국의 의사 9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3 이상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927명 가운데 35.9%(393명)가 '지속가능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33.2%(308명)는 '지속가능성에 상당히 문제있다'고 지적, 무려 69.1%(641명)의 의사들이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문제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는 응답은 28.2%(261명)였다. '별다른 문제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2.7%(25명)에 불과했다.

올해 말 2조원 대 당기수지 적자 전망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생산가능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수입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수가인상률 3%를 가정하고 중·장기(2010∼2030년) 적정 보험료 인상률을 추계한 결과, 해마다 평균 4.1%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중·장기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2015년 50조원을, 2024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출산율이 1.0까지 떨어졌을 경우 2010∼2030년까지 평균 3.9%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출산율이 1.3까지 증가했을 경우에는 평균 4.1%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건보공단이 2008년 내놓은 <건강보험 중·장기 재정운용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2009년부터 매년 수가 2% 인상시 전체 요양급여비 지출은 2020년에 50조원을, 2028년에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가 인상을 3%로 했을 경우에는 2018년에 50조원을, 2026년에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두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재정 전망은 지난 2000∼2009년까지 건강보험 급여비 추이를 살펴볼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결코 허투루 넘길 수만은 없다.

미래전략위원회도 별도의 보장성 확대없이도 2012년 보험급여비가 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건보료 인상을 위한 군불때기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재정과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의료공급자·재정 관리자·의료이용자 등이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과거 10년 동안의 보험급여비 증가추이를 들여다 보면 건보공단의 연구보고서에서 추정한 중·장기 재정 전망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00년 9조 418억원 수준인 건강보험 급여비는 2009년 30조 1461억원으로 3.3배 증가했다. 보험급여비 증가추이는 10년간 연평균 14.8%에 달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은 최근 공개한 <건강보험 내실화를 위한 재정효율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2001년 재정안정화대책과 보장성 강화 시행 등의 외부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보험급여비는 평균 12∼13% 정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최근 5년 평균도 12.8%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보험료 수입은 최근 5년간 과거보다 낮은 12.2%대의 평균증가율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이 지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건보 지출 2015년 50조원 돌파 전망

건강보험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건보재정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시급한 일은 2011년 말로 끝나는 건보재정 국고지원금에 대한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약 5조원에 달하는 국고지원금이 중단되면 건보재정 파탄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공급자와 가입자 단체가 지난 3월 6일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해 조속히 국고지원이 계속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나선 것도 국고지원금 중단에 따른 위기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자리하고 있다.

의협을 비롯한 11개 단체는 공동 의견서를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대폭 확대해 재정안정화를 선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는 30년 동안 유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틀을 개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들어 초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1차의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통해 의료공급구조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더 많은 보험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보험당국은 언제든 재정위기 상황이 불거졌을 때 의료공급자에 대한 무자비한 통제의 칼을 꺼내들 수 있다.

실제 2000년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의 통합과 의약분업 제도 도입으로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마저 모두 소진한 채 재정파탄 상황이 벌어지자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1년 5월 31일 '건강보험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 주: 현금흐름 수지에 의한 재정임

재정 파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의료공급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며 ▲진찰료·처방료 통합 ▲주사제 처방·조제료 삭제 ▲차등수가제 ▲야간가산 시간 조정 등의 긴급조치를 강행했다. 이것도 모자라 그해 10월 5일에는 ▲수진자 조회 ▲진료비 현지 심사·실사 강화 ▲청구대행 실태 파악 및 부조리 근절 ▲약품비 절감 등 2차 대책도 쏟아냈다.

2002년에는 건강보험 역사상 처음으로 수가를 2.9% 인하했다. 담배부담금에서 건강보험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도 신설됐다.

1, 2차 건강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을 의료공급자로부터 회수해 갔다는 것이 학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2001년 2조 4088억원에 달하던 당기수지 적자는 2002년 7607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데 이어 2003년 1조 794억원의 흑자를 내며 반전됐다.

누적수지도 2002년 2조 5716억원의 적자에서 2003년 1조 4922억원 적자로 줄어들었으며, 2004년 757억원 흑자로 돌아서면서 재정파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의 수가인상 비용을 대부분 회수한 간 것이다.

보험료도 2002년 6.7%, 2003년 8.5%, 2004년 6.75% 등 3년 동안 7%대 인상이 이뤄지면서 재정위기 탈출에 힘을 보탰다.

재정파탄 사태오자 의료공급자에게 고통 전가

지속적인 보장성강화와 노인의료비·만성질환의 증가로 최근들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8일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건보공단은 전사적인 자구노력을 통해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재정효율화를 달성키로 결의했다.

건보공단은 올해는 전년도 임금수준의 둔화 등으로 보험료 수입은 정체될 것인 반면에 보험급여비 지출은 신규 보장성 강화 등으로 지속 증가해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건보공단은 전사적으로 재정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체납보험료 징수 ▲사업장 관리 강화 ▲부과재원 추가 발굴 등으로 수입을 확충하고, ▲요양기관의 부당·허위청구 확인 ▲건강보험증 대여 부당 수급자 관리 등을 강화해 재정누수를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내핍을 통해 관리운영비를 절감하는 자구노력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정형근 이사장은 "올해 당기재정적자와 향후 예상되는 보험재정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조직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할 문제는 건보재정 적자의 원인이 현행 수가지불제도인 행위별수가제도 때문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이사장은 최근들어 행위별수가제가 재정적자의 원인이라며 부쩍 총액예산제와 포괄수가제를 강조하고 있다.

보험자 입장에서는 총액예산제를 도입하면 손쉽게 진료비 통제를 할 수 있겠지만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질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려온 지불제도를 개편하는데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의료공급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건강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과 같은 무자비한 의료공급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위해 공급자·사용자·보험자·공익 등이 공동 전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유승모 의협 보험이사는 "보험료율 5.3%는 OECD 국가중 최저 수준"이라며 "의료비 지출로 가정경제가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위해서라도 보험료를 적정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점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공급자·보험자·소비자 측면에서 비용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의료공급자단체가 자율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전략을 앞서서 제시할 필요도 있다.

의협과 병협이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약품비 절감 대책'은 의료공급자단체가 자율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의료계가 얼마나 결집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냐의 여부에 따라 향후 건강보험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

유 보험이사는 "약품비를 절감해 수가에 반영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한 만큼 회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의협의 약품비 절감운동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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