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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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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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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신(충남 부여 현대내과)

독감치료약 타미플루는 본래 임산부나 한 살 미만의 소아에선 사용해서는 안되는 약이었다. 그러나 신종인플루엔자의 확산을 우려해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임산부와 1세미만의 소아에서도 사용할수있도록 사용허가범위를 부랴부랴 확대했다.

의사들이 진료를 하다보면 병용금기·연령금기·용량초과 등 환자의 이익이 부작용을 상회할 경우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위해 단기간 허가범위를 벗어나는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독도 잘쓰면 약이되는 것처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의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환자의 질병치료를 위해서 약을 사용하는 것인데, 의사로부터 약제비를 환수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피법(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의 입증책임이다. 의료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주의의의무와 설명의의무는 다했는지 적절한 인력과 장비로 최선의 진료를 했는지, 의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법의 틀 속에서 감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의의무와 설명의의무를 다하기 위해 감기환자에게도 사망할수 있음을 주지 시켜야하고, CT나 MRI검사도 권유해야 한다.

검사를 거부하는 환자에게선 informed consent 를 받아둬야 한다. 환자들의 '밑져야 본전' 이라는 생각때문에 고소는 남발될테고, 의사들의 과잉·방어진료로 의료비는 급등할것이고, 보험 재정은 고갈 될 것이다.

환자가 근육주사를 맞고 집에가다가 부주의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골절이 되었다고 했을때, '주사에 의한 부작용'으로 환자측에서 의료소송을 제기한다면 의사는 의료사고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탐정처럼 환자의 집까지 가는 길을 더듬어서 문제의 돌부리를 찾아내고, 돌에 묻은 혈흔을 감정의뢰해 환자의 혈액임을 밝혀내야 의료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얘기다.

'무기 대등의 원칙'이란 법률용어가 있다. 이것은 본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분쟁을 시작하기전에 싸울수 있는 무기를 대등하게 해 놓은후 싸움을 시작한다는 취지인데, 의사의 입증책임을 주장하는 측에선 의료가 독점적이고, 밀폐적이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의사의 무기가 환자의 무기보다 더 화력이 월등하다고 주장하며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한 것이다.

하지만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지 연구가 모두끝난 학문이 아니다. 즉, 현재의 의료는 불확실하고 완벽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의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의사가 자신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원인을 알수없는 죽음·자살·타살·사고사 및 외인사 등)에도 의사가 죄를 뒤집어 써야한다면 의료업을 포기하란 말이나 똑같다.

입장을 바꾸어 법조인·정치인 등 모든 전문가 직종과 비전문가와의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무기대등의 원칙을 져버리고 전문가에게 모두 입증책임을 전가한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청주와 탁주와 막걸리는 같은 가문 아닌가? 왜 우리 의사들만 따로 떼내어 족쇄를 채우려 드는가?

왜 포퓰리즘에 밀려 자유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우향좌 하는가? 남의 눈속의 티끌은 잘도 보면서 자기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함이다. 역지사지 해야한다.

무기대등의 원칙은 지켜져야하고, 의사의 입증책임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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