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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와 아나키즘

신종플루와 아나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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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0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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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진(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주무이사)

지난 8월 25일 2009년도 전국 공중보건의사 의과 학술대회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두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전반부에 '보건(지)소에서 접하는 문제들'이라는 주제로 배상수 한림의대 교수의 강연 등을 비롯한 여러 강의들이 진행되었다.

후반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주제로 채워졌는데 이례적으로 약 200명 가량의 회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최근 신종플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듯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신종플루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진단 등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다루었으나, 청중의 대부분은 자신의 감염 가능성, 진단과 처방후의 여러 가지 야기될 수 있는 (행정적)문제점들, 그리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와 백신 투여에 대한 다양한 불안감들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의 일선에서 겪는 혼란감이 심하다는 얘기다. 의료인들이 이 정도라면 일반 국민들의 불안감은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신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상기질환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계절 독감의 사망률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것 이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물론 전염력이 훨씬 높고 빠르게 전염된다는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전 국민적인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분명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다. 이참에 행정부 내에서의 위상을 강화하려 보건복지가족부가 필요 이상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물론 건강·의료·복지가 행정의 최하위인 현시점에서 복지부의 위상 재고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국민의 공포감을 담보로 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언제나 '핫이슈'만 노리는 언론들도 자중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적 내용들만 담아 내보낸다는 변명을 하지만 문제는 내용 자체에만 있지 않고 그 '양'에도 있다고 할 것이다. 지난 5월 이후 모든 매체는 하루에도 2~3꼭지 이상씩 신종플루 관련 보도를 하였다.

물론 중요한 사안이지만 신종플루의 실질적 위험성에 비례해서는 그 양이 너무 과하였다.

이제는 주식지수처럼 매일매일 발병환자수를 카운트만 해서 내보낼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위생관리와 적절한 대응만 있으면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으며 얼마든지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계몽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각 보건소는 9,10월 이후 인플루엔자 대 유행에 대비해 바짝 긴장한 상태다. 일선에 있는 공중보건의 선생님들은 기존업무에 더하여 (대부분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공포심이 극에 다다른) 엄청난 유사증상 환자 쓰나미에 홀로 고독히 맞서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않는다면 올 가을 맹목적으로 약과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거대한 아나키즘(anarchism)이 몰려올 것은 분명하다.

문득 여름마다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광고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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