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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의료계, 신종플루 극복 '총력 대응' 선언

coverstory 의료계, 신종플루 극복 '총력 대응' 선언

  • 이석영, 이현식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8.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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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신종플루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를 맞아 의사들이 자신의 건강은 뒤로 한 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온국민의 신뢰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의사들이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앞장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 신원형 의협 상근부회장과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7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신종플루 상담소'에서 시민들에게 손 씻는 요령 및 각종 상담을 해주곳 있다.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의협은 신종 플루에 대한 당국의 초기 대비책에 미비한 점도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대응방법에 초점을 맞춰 위기를 극복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좌훈정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무엇보다 의료인의 안전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신종플루 환자 치료에 몰두할 수 없다"며 "마스크·보호장비 등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신종플루 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로 땀 흘리고 있지만 의료현장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신종플루 환자가 늘면서 정부가 치료 중심기관을 보건소에서 거점병원 등 민간병원으로 전환하자 현실적인 몇 가지 문제들이 의료기관의 숨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류는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주관으로 열린 신종플루 대비 간담회에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충남 소재 300병상 규모 병원의 관계자가 거점병원에 지정된 이후의 고초를 호소하면서 "거점병원에서 제외해 달라"는 나름의 강경발언을 하자 전국에서 모인 거점병원 대표 360명의 얼굴엔 '공감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수용되기 힘들 것이란 씁쓸함도 함께 묻어났다.

지방 병원들의 간호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이 병원은 간호인력을 다 구하지 못해 전체 병상의 절반인 150병상만 가동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근근히 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한 명이라도 신종플루에 걸린다면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의료인으로서 기본적인 책무는 다하겠지만 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신종플루 환자를 전담할 수는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충남 서천의 한 병원장은 "전에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 130명을 맡아 진료한 적이 있었는데, 치료는 잘 됐지만 그후 병원이 도산할 뻔 했다"며 뼈아픈 과거를 반추했다.

또 "콜레라를 치료한 병원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6개월간 임산부가 한 명도 안 왔다"며 "정부 시책을 열심히 따랐지만 후폭풍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행정적인 업무부담도 고통스럽다. 이 병원장은 "약(타미플루) 하나 쓸 때마다 보건소에 보고하게 돼 있는데 치료하면서 어떻게 일일이 보고할 수가 있느냐"며 "설마 질병관리본부가 이런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보건소마다 지침이 다른 것도 문제가 있다"고 허탈해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았지만 본지가 확인한 결과 타미플루 처방을 '일일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은 보건소가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였다.

관할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도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았다고 했고, 다시 해당 도청에 연락한 결과 질병관리본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라고 했다. 기록 양식은 환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기본사항 이외에 입원·외래 여부, 투약 내용과 분량 및 처방전 번호까지 기재하게 돼 있다.

▲ 26일 서울의 한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 내 임시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환자를 보고 있다.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도청 방역담당 관계자는 "의심 환자건 확진 환자건 숫자를 알고 있어야 하고, 국가에서 약을 무상으로 지원하는데 숫자는 당연히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의료계의 시각과 차이를 보였다.

적절한 진료 공간을 만드는 것도 큰 숙제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은 건물 리모델링 작업으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격리병동을 따로 지정하고 응급실에 별도의 진료공간을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대부분 거점병원들은 격리병동을 따로 지정하기가 어려워 일반 환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충남 논산의 B병원장은 "보건소에서 공간을 내주고 거점병원 의사들이 파견을 나가면 후폭풍도 없을 것이고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장에선 진료비·약제비 삭감·환수에 대한 우려 많아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책이 보건소와 거점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선 개원가는 상대적으로 한발짝 물러서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건강 보호의 최일선에 있는 만큼 신종플루 사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일선 개원가에서 타미플루 처방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원가 "문의는 많지만 실제 처방은 적어"

▲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한 대학병원감염내과 전문의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외래 환자를 보고 있다.김선경 기자 photo@kma.org
경기도 A약국과 B약국의 경우 거점약국으로 지정된 이후 26일 현재까지 타미플루 조제가 한 건도 없었다. 인천시 C약국과 D약국 역시 확진환자에 대한 처방은 없었다. 부산 E약국 도 비보험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가 몇 명 있었으나 "조제해줄 수 없다"는 설명을 하고 돌려보낸 게 전부다.

서울의 경우 처방이 조금 이뤄지고 있다. 구로구 F약국은 거점약국 지정 이후 26일 오전 현재까지 4건의 조제가 있었다. 중랑구 G약국은 1건 있었다.

강남구는 비교적 활발해 H약국의 경우 26일 현재 모두 25명에게 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거점약국으로 지정된 21일부터 23일까지 4명에 그쳤던 환자는 24일 12명, 25일 오전까지 8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동네의원에서 타미플루 처방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신종플루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처음부터 거점병원으로 가고 있으며, 개원의들이 처방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모 의원장은 "문의는 많이 오고 있으나 실제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환자가 온 경우는 없다"면서 "외국에서 돌아왔거나 출국을 앞둔 사람들이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잘 설득해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처방에 소극적인 이유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약제비 삭감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의원장은 "심평원은 고위험군이 아니면 삭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신종플루 환자의 80% 이상이 젊은 환자들이다"며 "삭감하겠다는 근거가 불분명해 실제로 동료 의사들이 삭감에 대한 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가 개원가에 처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소재 어느 구에서는 보건소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협조공문을 보내 "신종플루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처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페인독감 때도 의료진이 가장 먼저 죽어"

일선 개원가는 정부의 신종플루 대응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의료인 보호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 S의원장은 "전염병이 창궐하면 의료인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며 스페인독감이 유행했을 당시 간호사·의사·장의사·요리사·경찰 순서로 죽었다"고 밝히고 "정부는 의사들에게 방패도 쥐어주지 않고 전선으로 내몰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관우 서울 강남구의사회장은 "최일선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에게 정부가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의료인들이 자괴감을 갖고 있다면 대유행과 같은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훈정 공보이사는 2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에 의심환자가 왔을 때 환자 설득과 관리가 쉽지 않아 상당히 곤란을 겪고 있다"며 "항바이러스제 투약 지침은 유소아나 노년층·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한해서만 처방을 하게 돼 있는데 실제 환자들은 10~20대의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열제 드시고 집에 가서 일주일 정도 쉬십시오'라고 하면 환자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좌 이사는 "일선 보건소와 거점병원에서 투약을 하게 돼 있는 반면 1차 의료기관에서는 바로 투약할 수 없고 처방전을 발급해서 환자가 또 그것을 들고 거점약국을 찾아서 헤매다가 그 약을 구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사람에게 전파될 우려가 있고 약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며 "최소한 강력히 의심이 되는 환자에 대해선 1차 의료기관에서도 직접 약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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