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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KT의 EDI 독점 "더 이상 안된다"

coverstory KT의 EDI 독점 "더 이상 안된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9.08.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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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KT의 독점적이고 불평등한 EDI 서비스에 의사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KT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996년 EDI 사업에 대한 10년 연한의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나 의사들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

그후 KT는 심평원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147억4296만원(2000∼2001년 96억 7296만원, 2006년 50억 7000만원)을 투자했고 투자비용은 심평원과 EDI를 이용한 의사들로부터 회수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의사들은 EDI도입 이전에 별도의 청구 비용없이 진료비청구를 할 수 있었으나 심평원과 KT와의 장기 독점계약 때문에 EDI사용료를 계속 지불해 왔다.

뿐만 아니라 요양기관별 EDI 사용료를 차별적으로 책정함으로써 급기야 의료계가 KT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불미스런 상황까지 불러오게 됐다.

804명의 의사들은 "KT가 EDI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다른 업체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해 독점적 지위를 누렸고, EDI 서비스 이용요금 산정 때 전제요건이 되는 원가 구성요소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부당하게 가격결정을 내렸으며, 의원·약국·치과의원·한의원의 요금체계를 차별적으로 적용했다"며 '시장지배적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6일 제출했다.

이들은 신고서에서 "KT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데이콤 등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EDI 시장의 신규진입을 제한했으며, 충분한 가격인하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EDI 사용료를 책정한 결과 의원의 EDI 사용료가 다른 요양기관보다 약 46% 이상 높았다"고 주장했다.

신고서를 공정위에 대표로 제출한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EDI 계약 당시 KT는 심평원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96억 7296만원을 투자했고, 2006년 노후장비 교체 명목으로 50억 7000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비용을 차후 회수키로 했으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심평원으로부터 어느정도의 투자 비용을 회수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EDI 청구와 관련이 없는 심평원 전산시스템 구축비용이 의사 회원들의 EDI 청구비용에 포함된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번 기회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6월 KT와 심평원의 'Web-EDI 투자 계약서' 중 제21조(투자금의 회수)를 보면 "투자금 회수는 'KT'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심평원'으로부터 징수하는 대가와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하는 약정요금으로서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윤 회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회장은 "2006년 의협·치협·한의협·약사회가 KT와 31% 요금인하 협상을 체결한 바 있어 의협이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개인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대표로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윤 회장은 "공정위 신고를 통해 KT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과잉요금 징수행위를 시정하고 심평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아 앞으로 의협이 동등한 협력자 입장에서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KT의 'Van-EDI'·'Web-EDI' 독점

KT가 제공하고 있는 EDI 서비스는 Van-EDI서비스(KT의 전화선을 이용한 서비스)와 Web-EDI서비스(KT의 인터넷 회선을 통한 서비스)가 있다.

KT는 Van-EDI는 1996~2006년 10월말, Web-EDI는 2001~2011년 4월말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장기독점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다. 이는 실질적으로 1996년부터 2011년까지 15년간의 장기독점계약으로 볼 수 있다. 현재 EDI서비스는 오직 KT만 독점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시장지배적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보면 KT는 국가망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Vav-EDI에 관해 2006년 10월말까지 이미 독점권을 취득했고, Web-EDI에 관해서도 사실상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계약을 통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독점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의원 95%가 EDI를 사용하고 있는데 804명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대표성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XML포털 도입 추진 KT의 의도적 방해

2006년 심평원은 Van-EDI 계약 종료에 맞춰 의협을 비롯한 5개 의약단체와 공동으로 무료 포털방식의 XML-EDI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2000년 6월 KT와 Web-EDI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계약기간 내에 제3의 중계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추진을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막혀 무료 포털방식 추진이 중단됐다. KT가 심평원에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KT의 불공정한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KT와 심평원의 장기계약 에 묶여 오랜기간 동안 EDI를 사용하면서 높은 이용료까지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XML 포털방식 도입을 위해 심평원과 5개 의약단체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진료비 전자청구 발전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결과 XML포털방식을 도입하면 향후 6년간(2006~2011년) 요양기관은 688억원의 비용절감효과가 있고, 포털시스템의 도입 및 운용비용 160억원(6년간)이 소요돼, 실질적으로 528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KT가 계약위반을 주장하면서 무료 포털방식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해 2011년까지 EDI를 사용하고 있는 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용료를 부담해야할 형편에 놓여 있다.

▶KT, EDI 서비스로 오히려 손해봤다?

지난 2006년 국정감사에서 KT는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EDI사업을 하면서 313억원의 누적손실(총매출 881억원, 총지출 1195억원)이 발생했으므로 장기간의 독점계약이 필수적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손해를 감수하고 공익적 측면의 사업을 위해 10년간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민간기업(KT는 2002년 민영화됐음)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윤창겸 회장은 "Van-EDI의 경우 2006년에 계약이 종료되고 2006년~2011년까지 재계약이 이뤄졌는데, KT는 그간의 사업으로 손실이 컸다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계약을 중단했어야 한다"고 KT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XML 포털방식으로 2006년~2011년까지 528억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KT는 무리하게 XML 포털방식을 무산시키고 재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것은 EDI 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도 "KT에서 매년 EDI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최근까지 KT는 EDI 사업을 통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EDI 사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적자구조에서 어떻게 EDI 요금을 9차례나 인하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1) - 시장진입의 제한 및 경쟁사업자 배제

신고서는 "KT가 심평원의 XML 방식 도입을 포기하게 만든 것은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다른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제한(다른 사업자 EDI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하고, 다른 통신사업자(데이콤 등)를 배제하고 EDI 시장을 장기간 배타적으로 독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KT가 심평원과의 EDI 계약서 체결 시 '제3의 중계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자체적으로 사업추진을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과 관련 "KT는 다른 사업자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다른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막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Web-EDI 계약은 2000년에 체결되었고, KT 민영화는 2002년 5월이었기 때문에 KT가 주장하는 민간사업자 참여를 위한 사업권 보장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2) - 부당한 가격결정

신고서는 KT가 정한 EDI서비스 이용요금 산정의 전제조건이 되는 원가구성요소에 관해 충분한 정보 및 자료가 없다는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원가를 모르는 상황에서 책정된 EDI 서비스 이용요금으로 KT가 초과 이윤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2006년 Van-EDI 사업자 선정 때 데이콤이 제시한 이용대금은 기존 KT에서 적용했던 Van-EDI 이용요금을 48.2%로 인하한 것으로 KT가 정한 EDI 요금의 적정성 여부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사업자로 KT가 선정됐는데, KT는 계약 조건으로 기존 Van-EDI 이용요금을 31% 인하하는 안을 내놓았다.

신고인들을 대리하고 있는 박영운 변호사(법무법인 지음)는 "KT가 EDI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서비스 요금 산정을 위한 원가구성요소를 고객인 요양기관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폭의 요금인하만을 단행하고 현재까지 막대한 초과이윤을 취득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T와의 EDI 계약 체결 주체인 심평원도 EDI 이용요금이 어떤 기준으로 책정됐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KT에서 적용하고 있는 EDI 이용요금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잘 모르지만, 당시 가격결정에 앞서 KT가 의약단체와 수많은 논의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답했다.

▶불공정거래행위-차별적 요금체계 구축

KT는 요양기관별로 구분해 별도의 차별적 요금체계를 구축해 서비스 이용요금을 징수하고 있다는 부분도 신고인들이 지적했다.

즉 KT는 의원·약국·치과의원·한의원이 각각 같은 양의 정보를 전송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서로 다른 요금을 부과해 징수해 왔다는 것.

한 예로 1000KB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경우 의원은 2만 1088원· 약국은 1만 4356원·치과의원과 한의원은 1만 4036원을 이용요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KT는 요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약국은 프로그램이 단순하지만 의원은 복잡한 부분이 있다"며 "업종별로 프로그램이 달라서 가격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영운 변호사는 "EDI 서비스는 동일한 사업자가 동일한 서비스망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의원에서 전송되는 데이터와 약국에서 전송되는 데이터의 처리비용이 달라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KT에서는 유독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에 대해서 다른 요양기관보다 약 46% 이상의 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심히 부당한 차별취급으로서 중대한 불공정거래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표 참조>

▶투자금 147억 4296만원, EDI 요금에 포함 의혹

2000년 6월 KT와 심평원이 Web-EDI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서에는 KT의 투자금 97억 1300만원을 심평원이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이후 2006년 노후장비 교체 명목으로 50여억원 추가 투자).

'Web-EDI 투자 계약서' 제21조에서는 투자금 회수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돼 있는데, 우선 "투자금 회수는 'KT'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심평원'으로부터 징수하는 대가와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하는 약정요금으로써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투자금 147여억원 중 113여억원은 상환했고 34여억원이 미지급돼 있다"고 밝혔다. 또 "중개센터와 관련된 투자금은 계약서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요양기관에서 KT에 지불하는 EDI 요금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계약서는 "'심평원'이 부담하는 약정요금은 '심평원'과 'KT'간에 투자금 납입전일까지 체결된 별도의 협정에 의하며,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하는 약정요금은 'KT'의 제안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투자금 회수에는 97억 1300만원과 성능개선 비용 및 시스템 운영에 소요된 비용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다시말해 KT가 심평원에 시스템 구축을 위해 총 147억 4296만원을 투자했는데, 심평원이 모두 갚아야 할 부분을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는 투자금 명목으로(중개센터 투자금) 요양기관도 함께 갚아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투자금이 EDI 요금에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비껴나갔다.

이에 대해 박영운 변호사는 "심평원이 10년간 분할 상환을 어떻게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 KT가 EDI 요금을 책정할 때 투자금 부분도 일부 포함시켰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EDI 청구와 관련이 없는 심평원 전산시스템 구축비용이 의사 회원들의 EDI 청구비용에 포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KT 독점 뿌리뽑고 심평원과 동등하게 정보공유해야

의협이 아닌 의사들이 개인 자격으로 KT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동안 사용자인 의사들이 KT는 물론 심평원과 대등한 입장에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점을 시정해 보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불공정한 계약에 묶여 얼마든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EDI를 계속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사용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다른 요양기관과 차별을 당하면서까지 EDI를 사용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윤창겸 회장은 "KT가 EDI를 독점하면서 의사들이 이익을 보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이 더 많다"며 "앞으로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등한 입장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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