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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에서 강제로…리베이트 달라지는 것은?

자율에서 강제로…리베이트 달라지는 것은?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9.07.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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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사-외자사 단일 기준 마련…복지부-공정위 규정 달라 혼선 예상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주도권이 제약사의 손을 떠나 정부로 넘어갔다.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에 대한 한계를 체감한 보건복지가족부가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복지부는 8월 1일부터 리베이트 제공 등 의약품 유통질서를 해친 제약사의 해당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당초 '리베이트-약가 연동' 방침이 알려졌을 때는 '리베이트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는데, 이번에 복지부가 국내사와 다국적사에 따로 적용되던 자율 규약을 통일,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상적인 판촉활동 범위를 공개하면서 이러한 논란은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자율'의 시대에서 '강제'의 시대로 접어든 리베이트 이슈, 8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해외 제품설명회 불허…다국적사 '난감'

복지부가 적절한 판촉활동 범위 기준을 담은 '의약품 투명거래를 위한 자율협약'을 공개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해외 제품설명회'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 해외 제품설명회는 주로 다국적제약사의 본사 또는 지사가 주최해 제품을 소개하거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인 학회 주최의 학술대회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제약협회는 해외에서 이뤄지는 판촉활동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복지부는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경쟁규약에서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결국 이번 협약안에서 제외됐다.

반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두 단체의 최종 협약안이 도출된 이후에도 "합의해 준 적 없다", "앞으로도 이 부분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계속 주장할 것"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KRPIA측은 "요즘은 아시아 지역·유럽 지역 등 지역별로 관련 정보를 교류하고 업데이트하는 자리를 갖는 추세"라며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가 주로 해외 현지에서 먼저 발표되는데 국내 전문가들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KRPIA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는 공정경쟁규약에는 반드시 해외 제품설명회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개정 시점 전까지는 어쨌든 리베이트로 간주돼 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지정기탁제' 사실상 역사속으로

지난해 2월부터 제약사와 학회가 직접적인 기부금을 주고 받는 행위를 지양하는 '지정기탁제'가 도입됐다.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회를 대상으로 제약사가 한국의학원 등을 통해 기부금을 기탁하면, 한국의학원 등 제3자가 적절성 여부를 따져 해당 학회에 전달해주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이 제도가 배제돼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지정기탁제와 관련 KRPIA가 불참 의사를 밝혀 '반쪽짜리 제도'란 오명을 안았고, 실제 현장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대신 업계는 사전심의기구를 설치, 사실상 리베이트 역할을 하는 기부행위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약협회는 30일 기자 브리핑에서 당분간 지정기탁제와 사전심의 등 두 방식 모두 가능하다며, 기부 방식 보다는 기부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는 데 목표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제 지정기탁제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와 제약업계의 두 대표단체, 의약계가 참여하는 사전심의위원회(가칭)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정위 규약과 차이…어디에 맞춰야?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공동 지침이 극적으로 마련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의 리베이트 기준과 공정위의 리베이트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지침은 그동안 업계의 관행과 현실에 맞춰 대체로 판촉활동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마련된 공정경쟁규약과는 상당부분 배치된다.

예를 들어, 의료인에 대한 식사 비용의 경우 복지부 규정은 1인당 10만원까지 허용하는 반면 공정위는 5만원 이상은 불법으로 보고 있다. 또 학술연구 또는 진료 목적 물품제공의 경우 복지부는 연간 50만원한도에서 허용하지만, 공정위는 3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만일 제약사가 제품설명회를 열어 식사를 대접했을 때 1인당 7만원의 비용을 지출했다면, 약가 인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공정위 조사에서는 부당고객유인행위로 분류돼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기관끼리 조율해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마다 다를 수 있어 지금은 어느 규정을 따르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RPIA는 아예 "가능하면 더 타이트한 규정을 따르도록 회원사에게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공정위가 쥐고 있다. 현재 공정위가 공정경쟁규약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능하면 8월부터 개정된 단일 공정경쟁규약을 적용하고자 했지만, 결국 공정위와 조율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공정경쟁규약이 개정되면 그 내용을 복지부 지침에 반영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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