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coverstory 고개드는 '위탁생동' 성분명처방 수순밟기?

coverstory 고개드는 '위탁생동' 성분명처방 수순밟기?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9.07.17 10:4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ver Story

2년전 자취를 감췄던 '위탁생동'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2개 품목으로 제한됐던 공동생동 역시 전면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내년 11월 이후에나 논의할 문제이지만, 최근 규제개혁 대상 과제로 선정되면서 조기 원상복귀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6월 초 '의약품 등의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 일부 개정 고시안을 입안예고했다.
개정안은 2010년 11월까지 생동성 시험의 공동실시(공동 및 위탁생동)를 제한하는 규정의 일몰기간을 단축시켜, 7월 1일부터 공동생동 및 위탁생동을 전면 허용했다.

제약사도, 의료계도 '반대' 식약청은 왜?

하지만 7월의 보름이 지난 지금, 일몰기간 단축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와 제약협회의 반대로 식약청이 한 발 물러났다. 의료계의 반발은 그렇다치고, 식약청은 제약협회의 반대를 예상하지 못한 걸까?

식약청은 개정 고시안의 발표 배경에 대해 "생동성 시험의 공동실시 제한 규정이 규제개혁 대상과제로 확정됨에 따라 제한 규정의 규제 존속기한을 단축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동성 실시 비용 절감 및 중복 시설 투자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cGMP가 도입되는 등 의약품 품질 관리가 강화됐고, 생동성 시험 실시 및 관리 환경도 개선됐다"며 규제를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7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관계장관 합동회의'는 경제위기 조기극복을 위한 '한시적 규제유예' 등 규제개혁 대상과제 280건을 확정·발표했다.

생동성 시험의 공동실시를 제한한 규정의 일몰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은 이중 '영업활동 제한 완화' 과제로 선정됐다. 이에따른 비용 절감 규모는 연간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정작 제약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제약협회는 "현재의 약가 제도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위탁생동이 전부 풀리면 제약사들의 공동 담합이 일어나 과당 경쟁 및 시장 질서 교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근 약사제도위원회를 열어 개정 고시안을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식약청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단, 제약협회는 공동생동의 경우에는 4개 품목에 한해서 허용하는 게 좋겠다는 주장을 폈다.

▲ <공동생동과 위탁생동의 차이>

■ 공동생동이란 여러 제약회사가 모여 비용을 공동 지불해 생동성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생동성이 인정되면 이 중 한 회사가 의약품을 제조해 각각의 회사에 공급하게 된다. 이 때 각 회사는 생동성 시험에 드는 비용의 1/n을 지불하기 때문에 단독 생동보다 비용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 위탁생동은 위탁제조를 의뢰할 때 해당 품목이 이미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이라면 위탁제조된 약에 대해서 별도의 생동성 시험 없이도 생동성을 인정해주는 것. 이 때 두 약은 같은 제조사가 제조하는 똑같은 약이지만 각자의 회사에서 다른 이름으로 판매된다.공동생동과 위탁생동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약을 여러 회사가 다른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동생동은 개발단계(생동성 시험)에서부터 여러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반면 위탁생동은 일반적으로 이미 개발된(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약에 대한 위수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임승차약 늘면 어떤 문제 생기나

상위 제약회사들을 중심으로 공동·위탁생동 조기 허용에 대한 반발 기류가 거세다.

A제약사 관계자는 "공동실시를 제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인기 품목의 경우 수십여개의 제네릭이 한 꺼번에 등장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생동성 시험이 손쉬워질수록 무임승차하는 비슷비슷한 제네릭은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약 개발 및 R&D 투자 의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공동·위탁 생동이 허용되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네릭이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

실제로 식약청이 2001년 생동성 시험 확대 방침을 발표한 이후 생동성 시험 인정 품목은 2001년 186개에서 2004년 1648개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직접생동을 통해 생동성을 입증한 품목은 2001년 186개에서 2004년 276개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2001년 전혀 없던 위탁생동 품목이 2004년 1287개로 늘면서 생동성 인정 품목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제네릭의 등재 순서대로 약값이 정해지는 약가 제도의 헛점을 악용해 약가를 선점하는 속칭 '알박기'가 성행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B제약사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을 주도하는 회사가 5개 이상의 회사와 공동생동을 진행해 퍼스트제네릭 약가를 선점하고, 다른 회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수법은 얼마든지 예상이 가능한 얘기"라며 "지금은 그나마 공동생동을 2개로 제한하고 있지만, 빗장을 더 풀면 10개 이상 회사를 모으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식약청과 국무총리실에 반대 의견을 전달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는 약제비 절감을 이유로 제네릭 사용 유도 정책의 전제가 되는 생동성 시험을 통한 생동성 인정품목 확대에 주력해왔으며, 이를 통해 대체조제 활성화 및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생동성 시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미미한 상황에서, 과거 생동성 시험기관 및 생동성 인정품목의 부실화를 초래한 공동·위탁생동을 다시 허용하는 것은 무분별한 제네릭 양산을 허용해 결국 성분명처방 제도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생동성 시험을 거친 의약품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 약사법 규정을 악용하려한다는 지적이다.

중소제약회사의 '눈치보기'

물론 식약청의 개정 고시안을 환영하는 쪽도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약이 없어 제네릭에 대한 의존도가 높거나,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생동성 시험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 제약회사들이 그렇다.

C제약사 관계자는 "어차피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제조사에서 나온 똑같은 약인데, 각각 회사가 개별적으로 생동성을 입증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낭비를 초래하는 불필요한 일"며 "최근에 생동성 시험 기준이 강화돼 예전처럼 생동성 시험이 부실하게 진행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지금의 제도에선 기존 위탁처를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탁업체가 납기일을 잘 지키지 않거나 단가를 멋대로 변경한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잔뜩 기대하고 있던 중소제약회사들은 오히려 식약청이 고시 발표를 연기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몇몇 회사들은 생동성 진행 계획을 뒤로 미루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E제약사 관계자는 "식약청이 개정 고시의 적용 시점에 임박해서 입법예고했기 때문에 거의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품목은 생동성 시험 진행 일정을 뒤로 미뤄왔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당황스럽긴 하다"고 못마땅해 했다.

사실 이같은 눈치보기 현상이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식약청이 2006년 생동성 조작 파문 당시 공동·위탁생동 제한 방침을 밝혔을 때도 고시가 발표되기 이전에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려는 회사들로부터 위탁생동 신청이 폭주한 전례가 있다.

식약청은 "현재 내부적으로 입법예고안에 대해 접수된 의견을 검토 중"이라며 "공청회 형식이든 간담회 형식이든 외부 의견을 좀더 수렴할 계획이며,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로 구성된 회의와 생동성 운영협의체, 필요하다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등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 발표 시점에 대해선 "충분한 검토 시간을 갖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적용 시기는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내년 11월이면 어차피 논의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니까 규제 완화를 한다면 그 이전이 될 것"이라며 "식약청의 정책 방향은 공동·위탁생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