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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쉽게 내주고 받긴 어려운 '권리금' 따져보기

coverstory 쉽게 내주고 받긴 어려운 '권리금' 따져보기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9.07.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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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법 제각각 '분쟁 소지'
전문평가서 작성 '한 방법'

신규 개원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의원을 인수하려는 경향은 늘고 있으나 권리금 시세가 바닥이다. 최근 의료기관의 증가와 경기 침체에 따라 권리금을 전혀 못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권리금을 퇴직금마냥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수년 혹은 수십년간 환자를 돌보며 일궈낸 보이지 않는 자산에 대한 대가랄까. 하지만 "아~, 옛날이여!"다.

의료계 홍보마케팅회사 프레스홀드 송영석 대표는 "워낙 불경기라 강남 병·의원 밀집지역도 권리금 받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곳이 많다"며 "시설을 잘 갖춘 압구정동 치과의원들도 최근 권리금 없이 매물로 내놓은 게 많다"고 말했다.


▲ 최근 권리금없이 나온 임대매물이 늘고 있다. 사진은 강남 의료기관 밀집지역. (※특정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김선경기자 photo@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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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약국 권리금 "병원보다 낫네"

A약국은 33㎡(10평) 규모로 처방전이 하루 평균 200장 정도다. 이 약국은 자리를 내놓으면서 처방전 한 장당 1만 3000원씩 계산해 한 달 청구액 매출을 8000~9000만원으로 잡고, 여기에 일반약 판매에 따른 수익분을 더해 월 매출액이 1억을 넘는다며 권리금으로 10억원 이상을 요구했다.

특히 종합병원 인근 약국들이 '○○병원 지정 약국'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경우 환자 유치 효과가 커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있다.

권리금 결정은 대체로 나가는 사람(양도인)과 들어올 사람(양수인)의 합의에 따르게 되는데, 건강보험 청구액이나 환자수 등 근거자료가 있으면 결정하기가 쉽다. 이 때문에 종별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다.

특히 약국의 권리금 결정방법은 정형화한 편이다. 개원입지 컨설팅 전문 엠로케이션 관계자는 "약국은 처방전 숫자와 일반약 판매에 따른 마진 등 매출액에서 비용을 뺀 월 순이익의 10배 정도를 권리금으로 정한다"고 귀띔했다. 이에 비해 병·의원은 전문과목과 의료진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크다.

엠로케이션 관계자는 "의원의 경우 보통 순이익의 3개월 정도를 권리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원의 경우도 권리금이 센 편에 속한다. 환자목록을 제시하면서 상당한 액수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한의원은 상대적으로 권리금 개념이 약하다.

#사례: 권리금 전문평가기관에 의뢰하기

▲ 강남의 한 15층짜리 메디컬빌딩. 1층 커피숍을 제외하고 2층부터 15층까지 모두 의료기관이다. 성형외과의원만 6개나 되는 점이 눈에 띈다.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선경기자 photo@kma.org
의료컨설팅업체 닥터멤버스 조영림 대표는 최근 한 피부과의원 양도건을 상담했다. 의사 2명이 공동개원한 이 의원을 넘기는 데 걸림돌은 권리금 액수. 권리금 계산은 딱히 정해진 기준이 없어 이해관계가 상반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산출기준을 도출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는 협력기관인 세무법인의 전문적인 평가를 받도록 연계했고, 상담을 의뢰한 원장들은 대단히 흡족해했다. 조 대표는 "권리금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전문기관에서 평가서를 만들어보면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권리금은 비급여 진료가 많을수록 받기가 어렵고 급여청구액이 많은 경우에는 그나마 낫다. 성형외과·피부과 등 비급여 진료과목의 경우 환자의 신뢰와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원장을 따라다니게 마련이지만 내과·이비인후과 등 급여 중심 진료과목은 대체로 환자들이 집 근처 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 환자들을 그대로 껴안고 갈 수 있어서다.

'요즘 의원들 대략적인 권리금이 얼마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리금은 대충 얼마라는 개념이 없다"는 공통된 답변이 의료컨설팅업체·부동산업계 전문가들로부터 돌아왔다.

MSO 라파엘 하원범 대표는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쪽은 3개월 매출액을 권리금으로 정하는 게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하지만 요즘에는 사안마다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리얼메디의 이창호 대표는 "내과의원의 경우 건강보험 청구액 기준으로 보통 6개월을 요구한다"며 "잘 되는 곳은 1년분 청구액을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 중심으로 환자는 어느 정도 있지만 인테리어나 장비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월 평균 매출액의 50%에 12(1년)를 곱해서 권리금을 계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 차트수를 기준으로 권리금을 매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차트가 3만개인 경우 개당 1000원꼴로 계산하면 권리금은 3000만원이 된다.

의료장비의 경우 중고가격으로 감가상각해 양도하는데 요즘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역시 햇수에 따른 감가상각을 고려하는데 평가가 후하지 않은 편이다.

이창호 리얼메디 대표는 "요즘 장비나 인테리어는 아예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흔해 악착같이 계속 운영하던지 권리금에 대한 기대치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다"며 "압구정동의 한 의원도 인테리어와 장비에 4억원을 들였는데 1억만 받으면 나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권리금을 받아야 할 입장이라면 아무래도 같은 전문과목에 넘기는 게 좋다. 예컨대 성형외과의원을 하던 곳에 피부과가 들어서면 수술방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기존 의원과 다른 전문과목이 들어올 경우 권리금이라기보다는 형식적인 이사비용으로 2000~3000만원 정도 지불하는 게 관행으로 통한다. 의료기관 이외의 업종에 양도하는 경우 권리금은 인정되지 않지만 예를 들어 건물의 1층이라면 이른바 '자릿세'라는 게 있다.

봉직의로 들어가 지분 확보할 수도

갓 전문의를 따고 개원가에 발을 들여놓는 입장이라면 우선 2~3년 봉직의로 근무하면서 권리금의 일정 지분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 가령 권리금 3억원인 의원의 지분 중 3분의 1을 인수받고 싶다면 봉직의로 들어가 월급 700만원 중 300만원 정도씩을 적립해 1억원을 만드는 방법이다.

청담동 예성형외과의원 문정일 이사는 "요즘 개원가 사정이 '나홀로 개원'은 힘드니까 기존 의원에 들어가 배우면서 월급의 일정 부분을 권리금으로 내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목돈이 있다면 처음부터 권리금의 일정 지분을 지불하고 공동개원할 수도 있다.

결국 권리금 산정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순이익, 즉 원장이 실제 가져가는 현금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순이익을 직접·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백길현 세무사(세무법인 택스홈앤아웃)는 "최근 의료기관의 권리금을 산정해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세법상 일반기업의 자산과 매출액을 확인하는 방법을 의료기관 사정에 맞게 변형해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세무소에 신고하는 소득과 실제 소득에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부 정산자료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권리금을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례: 권리금 제대로 못받고 쫓겨나 극단적 선택

2007년 3월 3일 경기도 부천에서 개원하던 이비인후과 전문의 B원장이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B원장의 지인들은 병원 임대계약 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일 때문에 심한 정신적 압박을 받았으며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송파구에서 그럭저럭 개원하고 있던 B원장은 2005년께 건물 주인으로부터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자 부랴부랴 이전했다. 건물주는 같은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사위를 자기 건물에 개원하도록 할 작정이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거의 쫓겨나가다시피했으며 권리금도 300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의원을 넘겨받는 경우 임대차 계약기간을 확인하고 얼마 안 남았다면 건물주인의 재계약 의사를 타진해봐야 한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돼 임대계약이 끝나버리면 큰 곤경에 빠질 수 있다.

권리금은 민법 등 성문법에 규정돼 있지 않고 일종의 무형자산에 대한 시장의 평가이기 때문에 경기 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병·의원을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경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철저히 계획을 세워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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