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항생제 처방률 통계 왜곡됐다
coverstory 항생제 처방률 통계 왜곡됐다
  • 최승원, 김희선(인턴)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06.1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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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16%·미국 43% 처방률 조사항목 의도적 축소
"정부 기관인 심평원이 그럴 수 있나" 분노

Cover Story

어처구니없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국 의사의 감기에 대한 항생제 과다 사용을 질타하기 위해 만든 데이터가 왜곡 의혹을 제기할 만큼 엉터리 자료인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엉터리 데이터가 최소 2년 동안 언론 등 에 번번히 인용되며 한국 의사의 신뢰도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이미 깨져버린 '라포'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심평원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엉터리 자료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의료계의 분명한 의지표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방영된 KBS '소비자고발'은 한국 의사(의원급)가 네덜란드 의사보다 감기(급성 상기도감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3배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의사의 처방률은 16% 밖에 안되는데 한국 의사의 처방률은 60%나 된다는 조사결과를 인용했다.

과다한 항생제 처방 이유가 약가 리베이트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과다 처방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의사 때리기'의 단골 메뉴다.

조선일보(3월 26일자)도 사설에서 똑같은 수치를 인용해 한국 의사의 과다한 항생제 사용을 비난했다. 이미 몇해째 보아 온 낯익은 수치들이다.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똑같은 수치를 인용한 기사가 또 나올 것이다. 도대체 감기에 대한 국가별 항생제 처방률 비교수치는 어디서 인용한 것일까? 보건복지가족부도 2006년 전국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을 발표하며 똑같은 수치를 인용했었다.

의문을 풀기 위해 KBS·조선일보 기사와 복지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봤다. 흥미로운 것은 몇년째 고정 메뉴로 나오는 네덜란드 항생제 처방률 16%에 대한 출처가 기사와 보도자료에 모두 없었다. 한국 의사의 부도덕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해 온 자료가 출처없이 몇년째 주구장창 인용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왜 이들 자료에는 출처가 없는 걸까?

 
처방률 자료에 출처가 없는 이유?

KBS 소비자고발 제작진에 인용자료의 출처를 문의했다. KBS는 관련 자료를 심평원 홍보팀에서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홍보팀의 대답은 달랐다. 관련 자료를 KBS 소비자고발측에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를 받은 곳은 있는데 준 곳은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단지 심평원 홈페이지 팝업창에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 처방에 관하여'란 안내문이 있으며 보도된 데이터가 띄워져 있어 이것을 인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의 팝업창을 열어보니 조선일보를 비롯해 KBS측이 왜 출처를 밝히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이뤄진 심평원 팝업창 자체에 출처가 나와있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급성 상기도감염에 항생제 사용이 외국에 비해 많은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 상기도감염으로 의원에 내원한 환자에 대한 항생제처방률은 약 60%로 미국 43%, 네덜란드 16%, 말레이시아 26%에 비해 약 1.5~4배 정도 높습니다.

-심평원 팝업창 중-

 

심평원에 근거자료를 요청했다. 심평원은 근거논문은 갖고 있지 않다며 논문 리스트만 보내줬다. 리스트를 받고 관련 논문들을 찾아봤다.

네덜란드 16% 처방률의 근거자료는 <Journal of Antimicrobial Chemotherapy> 2004년 11월호에 실린 논문 'Antibiotic prescribing for respiratory tract infections in Dutch primary care in relation to patient age and clinical entites'다.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대학 산하의 한 의과학연구소가 6만 4735건의 처방을 대상으로 2000년에 조사한 결과다. 자료를 검토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바로 드러났다. 한국 의사의 감기(급성 상기도감염) 처방률 분석은 표준질병사인분류코드에서 J00~J06로 처방된 처방을 대상으로 한다.

J00 급성 코인두염[감기](Acute nasopharyngitis[common cold])
J01 급성 굴염(Acute sinusitis)
J02 급성 인두염(Acute pharyngitis)
J03 급성 편도염(Acute tonsillitis)
J04 급성 후두염 및 기관염(Acute laryngitis and tracheitis)
J05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 및 후두개염(Acute obstructive laryngitis[croup] and epiglottitis)
J06 다발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급성 상기도 감염(Acute upper respiratory infections of multiple and unspecified sites)

 

상식적으로 네덜란드 의사의 감기에 대한 처방률도 같은 잣대로 집계해야 한국 의사들이 네덜란드 의사들보다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처방률이 4배 높다는 지적은 근거를 갖는다.

하지만 심평원은 그러지 않았다. 심평원은 논문에서 우리의 경우로 치면 J00과 J06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Upper respiratory tract'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16%만을 네덜란드의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로 게시했다.

왜 J01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sinus'와 J03·J04·J05로 볼 수 있는 'Throat'에 대한 처방률은 집계하지 않았을까? 같은 논문에서 네덜란드 의사의 sinus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67%에 이르고 Throat에 대한 처방률은 33%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Upper respiratory tract'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16%보다 2~4배 높은 수치다. 두 가지 상기도 질환을 한국 통계처럼 급성 상기도감염에 포함시킬 경우 네덜란드의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처방률은 두배 이상 높아진다.

바로 이점 때문에 심평원이 고의로 누락한 것은 아닐까? 물론 두 가지 항목을 포함시킨 통계 역시 한국 처방률을 집계할 때 쓴 기준과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백번양보해 불충분한 항목들이라도 한국과 네덜란드의 항생제 처방률을 비교하고자 했다면 당연히 sinus와 Throat을 포함시키는게 맞다. 왜 같은 논문에 버젓이 나와있는 수치들을 누락해 집계한 걸까?
 
실수인가 의도적 왜곡인가?

미국 항생제 처방률 43% 발표에서도 비슷한 실수 혹은 왜곡이 의심되는 부분이 눈에 띤다.

미국 처방률 43%의 근거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3년호에 실린 논문 'Changing Use of Antibiotics in Community-Based Outpatient Practice 1991~1999'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로 치면 J00과 J06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Upper respiratory tract'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인 43%만을 미국 항생제 처방률로 발표했다. J01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sinusitis'와 J02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pharyngitis'에 대한 처방률을 누락시켰다.

왜 심평원은 sinusitis와 pharyngitis를 누락시켰을까? 논문을 살펴보자

미국 의사들의 sinusitis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Upper respiratory tract 43%를 크게 상회하는 60%고, pharyngitis는 그보다 더 높은 64%다. 한국 의사들에게 적용한 기준을 미국 의사들에게도 적용하자면 sinusitis와 pharyngitis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

두 질환을 포함시켜 미국 의사의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계산해 봤다. 처방률이 53%까지 올라갔다. 2006년 3분기 한국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 54.93%와 차이가 없다.

논문은 성인과 소아를 나눠서 평가했는데 소아에 대한 처방률까지 포함시키면 미국 의사의 처방률은 47%로 조금 낮아진다.

논문에서는 감기(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와 'otitis media'·'급성 기관지염'을 포함시켜 통계처리한 결과도 있는데 처방률이 성인의 경우 56%. 소아청소년의 경우는 80%까지 이르렀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모두 심평원이 게시한 자료에서는 볼 수 없는 데이터다.

물론 'otitis media'와 '급성 기관지염'은 한국 의사의 감기 항생제 처방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준항목을 조금만 달리해도 항생제 처방률이 얼마든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으며 결국 일정한 잣대없이 집계한 국가간 처방률 비교가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sinusitis·pharyngitis·tonsillitis 등은 항생제 처방을 심각히 고려해 볼 만한 진단명"이라며 "미국이나 네덜란드 조사에서는 제외하고 한국 조사에서만 이 항목들을 포함시키면 한국의 처방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는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같은 논문에서도 네덜란드와 미국 의사들의 sinusitis·pharyngitis·tonsillitis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쓰여있다.

말레이시아 의사들의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26%는 더욱 부실한 데이터다. 말레이시아 처방률 26%는 <Journal of Antimicrobial Agents> 2004년 4월호에 실린 논문 'General and URTI-specific antibiotic prescription rates in a Malaysian primary care setting'이 근거다.

논문은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조사하기 위해 급성 상기도감염으로 분류할 만한 기준을 9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기준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cough·runny nose·hoarseness·red throat·yellowish phlegm·fever" 등이 기준항목인데 기침하고 목이 붓고 콧물 나오면 '대충' 대상항목으로 쳤다. 심평원은 증상으로 어림잡아 집계한 자료들과 한국 의사의 처방률을 계산한 J00~J06 코드를 같은 잣대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완전 '어이없음'이다.

'왜곡' 수준…막가자는 말인가

정리해 보자. 심평원은 각국의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발표하면서 각각의 잣대로, 다른 시기에, 별개의 연구자들이 집계한 자료를 아무런 설명없이 한꺼번에 게시했다.

데이터를 게시하며 데이터의 출처는 물론 데이터가 어느 해에 조사된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심평원의 자료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각국의 데이터가 같은 기준과 동일한 방법으로 집계했을 것으로 믿을 것이다.

심평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네덜란드와 미국의 항생제 처방률을 높일 수 있는 그러나 한국 의사 처방률 집계에는 포함시킨 항목들을 자의적으로 누락시켰다.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라 심평원이 한국 의사의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 자료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볼 만하다. 

이 뿐이 아니다. 팝업창에 한국 의사의 처방률을 조사 시기도 밝히지도 않은 채 60%라고 올려 놓았다.

심평원이 가장 최근 발표한 2008년 3분기 한국 의사(의원급)의 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57.3%였고 2006년도 3분기에는 54.93%였다.

어느 해를 기준으로 60%라고 게시했는지 밝히질 않았으니 알 길이 없지만 최근 처방률보다 3%나 높은 데이터를 내놓았다. 외국 처방률은 의도적으로 낮은 수치를 인용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 수치는 최근 조사치보다 3% 올려놓았다.

이래저래 한국 의사의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외국에 비해 극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언론이 한국 의사들의 부도덕함의 증거이자 무식한 처방패턴의 근거라고 제시했던 네덜란드와 미국, 말레이시아의 급성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이렇듯 자의적이고 부실한 수치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논문들의 조사 시기도 네덜란드는 2000년, 미국은 1999년으로 9~10년이나 지난 해묵은 자료다.

몇몇 항목을 누락시킨 것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감기라는 잣대로 각국의 항생제 처방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다.

김준명 대한감염학회 전 회장(연세의대 감염내과)은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기 위해 의사가 계속 노력해야 하지만 일률적으로 누가 누구보다 처방률이 더 높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고 더 부도덕하다고 말하기에는 더욱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송재훈 아시아태평양 감염연구재단 이사장(성균관의대 감염내과) 역시 국가별 항생제 처방률 비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각국의 처방률을 평가하기 위한 동일한 잣대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환경도 제각각이어서 국가별로 처방률을 단순비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올 3월 태국에서 '제7회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심포지엄(ISAAR)'을 개최했다.

송재훈 이사장은 국제심포지엄에서 "항생제를 오용하거나 남용한 태국 사례를 따져 봤더니 전체 항생제 사용의 90%가 부적절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며 기준과 조사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 이런 사실을 심평원은 몰랐을까? 심평원측은 이같은 문제 제기에 "논문간 단순비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서로 비교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자료를 제공할 때에도 참고자료로만 써야 한다"고 수치 비교의 한계를 주의시키고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심평원 게시 자료 어디에도 단순비교의 한계를 주의시키는 대목은 찾아 볼 수 없다.

조선일보와 KBS도 문제다. 구체적인 데이터에 대한 검토없이 엉터리 데이터를 기사화했고 그 덕에 한국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4배' 만큼 추락했다.

오남용 줄이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물론, 항생제는 오남용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의료계는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송재훈 이사장은 항생제가 오남용될 수 있는 환경으로 항생제의 특성을 지적한다.

"항생제는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대상 질환도 다양하며 약의 종류도 많아 그에 따른 적정한 사용법을 전문가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

거의 모든 나라가 항생제 오남용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다. 또 "미국과 유럽 등이 항생제 처방률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으며 한국 역시 적정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 오남용은 세계적인 문제이지 특별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 의사들이 네덜란드 의사들보다 더 부도덕해서 항생제를 마구잡이로 처방하는 듯한 인상을 준 조선일보나 KBS 보도는 잘못됐다. 

근거없는 수치를 근거있는 수치로 포장해 몇년째 '의사 때리기'의 자료로 애용되고 있는 데이터들은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인용된 데이터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진실은 진실 그대로 존재해야 한다. 한국 의사가 네덜란드 의사보다 항생제를 4배나 처방한다는 것은 단언컨대 진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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