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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약?

완벽한 약?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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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GSK 학술부)
강력한 효능을 보이면서 부작용이 없는 약이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약'일 것이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처방 받은 약이 이런 '완벽한 약'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고, 의사인 나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과연 이런 '완벽한 약'이 있을까? 'Medicines are useful poisons'란 경구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모든 약은 이득 (benefit)과 동시에 위해(risk)를 갖고 있다.

새로운 물질(new molecular entity)을 발견한 후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이유는 그 물질이 가지고 있는 이득과 위해를 동시에 파악하기 위함이고, 허가기관이 하는 일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득-위해 균형(benefit risk balance, 이후 득실균형)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면 일단 판매허가를 받은 약의 득실균형은 변함이 없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허가를 신청할 때까지 그 약에 노출된 사람은 수천 명에 불과하다. 그것은 만 명에 한 명 꼴로 드물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의 경우 허가 시까지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약회사에 들어와서 여러 약의 life cycle을 지켜볼 기회를 가진 필자로서는 약의 이러한 속성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 온다. 약의 기전상 그야말로 '완벽한 약'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되었던 제품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으로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특히 신약의 경우에 이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여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한 걸음 물러나서 지켜보자'라는 것이다.

일찍이 이런 사실을 깨달은 약물개발의 선진국들은 소위 위해 관리 시스템의 운영을 통해 시판 후에도 그 약의 득실균형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위해 관리는 제약회사·보건의료전문가·허가기관이 모두 함께해야 하는 총체적인 시스템이다.

특히 이미 시판된 약에 대해서는 실제 약을 처방하고 그 효능 및 이상반응을 경험하게 되는 의사선생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약 처방 후 이상반응을 관찰하게 될 때, 혹시라도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다고 하여도 이를 해당 제약회사 혹은 식약청에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제약회사 및 허가기관은 해당 약물의 득실균형을 다시 평가해서 그야말로 유익성이 위험을 상회하는 약만을 공급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일 것이다.

더욱이 아직 이상반응 보고율이 충분히 높지 않아 약물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많은 부분 외국자료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현실을 생각할 때 이상반응 보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완벽한 약'이란 언뜻 좋아 보이는 약이 아니라 그 약에 대하여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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