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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PBM의 한국적 함의-DUR과 심사제도를 중심으로(상)

미국 PBM의 한국적 함의-DUR과 심사제도를 중심으로(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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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Pharmacy Benefit Management(PBM)이란 약제의 가격과 사용을 관리하는 민간회사다.

쉽게 말해 약제의 사용목록(Positive Lists)을 정하고, 가격을 협상·계약하는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능과 신약의 경제성 평가, 기등재약의 경제성평가, 약제사용에 대한 심사평가, Drug Utilization Review(DUR) 기능(동시적·전향적·후향적) 등을 수행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독립적 민간기구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우리나라에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이 도입되면서 많은 약제 전문가들이 미국처럼 한국PBM을 설립해 약제의 가격과 사용에 대해 합리적이고, 비용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으나 이는 의료행위 및 국가 간 제도적 차이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어서 여러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사회적 기구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필요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제도를 견학하고, 도입을 구상할 때에는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막연한 이해 속에서 형식만 도입한 각종 보건의료제도들로 인해 우리나라의 사회적 현실과 유리되어 대립과 혼란만 자초하는 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미국 PBM의 주요 기능을 우리나라의 제도와 검토하면서 우리의 방향성을 검토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것이다. 환자의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인 논의는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이는 법적·제도적인 부분에서도 다루어야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부분이 합리적으로 적절히 검토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아날로그DUR과 전산화DUR

미국 PBM이 우리나라 의료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된 것은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도입과 관련해서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보건행정가와 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정책을 기획하고, 논의하면서 DUR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부재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라도 올바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DUR이란 처방에 대한 총괄적 평가로서 의학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의료행위의 필수적·기본적 구성부분이다.

여러 가지 약제를 의사가 처방할 때, 약제 간의 상호작용, 부작용의 피해와 유효성, 비용효과성, 알레르기 및 환자 개인적인 수용성, 질병에 따른 주의, 임신 여부와의 관계 등 총괄적인 검토를 하게 된다.

처방 단계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의사의 의료행위가 DUR인 것이다. 그러므로 DUR은 처방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고, 처방의 완성과 더불어 완성된다.

현대 사회에서 건강보험제도의 현황과 사회적 여건에 따라서 뀬처방시 이뤄지는 동시적(Concurrent) DUR(cDUR) 뀬조제단계에서 이뤄지는 전향적(Prospective) DUR(pDUR) 뀬심사단계에서 이뤄지는 후향적(Retrospective) DUR(rDUR)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DUR이란 의료행위의 시작과 종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동시적 DUR이 필수적이며, 본질적인 부분이고, 전향적·후향적 DUR은 보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날로그(Analogue) DUR>

의사의 전통적인 처방행위를 말한다. 처방이란 약제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임상증상과 진단에 따른 복잡한 정신적 선택의 과정이다. 아날로그 DUR은 의사들의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 문헌적인 리뷰 등에 의하여 진료실에서 이루어져 왔다.

현대 진료에서 전산적 DUR의 도움을 의사가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최종적 판단은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성을 기초로 하기에 DUR의 시작과 끝은 아날로그적인 것이다. 다음의 3가지 유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전향적 DUR(pDUR)은 조제단계에서 약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DUR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시행되었다. 의사의 처방전에 대해 총괄적 평가를 하면서 약의 용량·복용방법·약물상호작용·부작용·비용효과성에 따른 환자의 수용성 등을 평가하고, 타 병원의 처방전 등과 비교 검토하여 중복 처방 등을 평가하여 의사와의 협력적 소통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pDUR은 약사로서 환자의 질병정보에 대한 정보접근의 제한과 수많은 약제들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정보 수용에 있어 전문성의 한계로 인하여 동서양을 통 틀어 일정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처방전에 의한 DUR(동시적 DUR, cDUR)은 처방과 동시에 이루어지기에 동시적 DUR이라 부른다.

의사가 처방한 처방전내 약물들의 적정성 검토, 약물상호작용 검토, 환자의 질병 상태와 관련한 부작용 검토, 알레르기 및 기타 과민반응의 위해성 검토, 비용효과성과 환자의 수용성에 대한 검토, 병용금기·연령금기·임부금기 등 각종 주의 사항에 대한 검토 등이 이루어진다.

처방과 더불어, 그리고 처방목록을 완성한 후 총괄적으로 검토하고, 의심이 있는 부분은 전문서적을 참조하거나 타 전문가와 협의하고, 필요에 따라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의 한 부분이다.

이러한 행위는 다시 처방전의 발생 유형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어, 진료담당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DUR, 동일병원 내 타 진료과 처방전과의 DUR, 다른 병원 처방전과의 DUR 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이 같은 구분은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자 하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에 의한 전산화 DUR의 1, 2, 3단계 구분과도 개념적으로 같은 것이다.

조제약에 대한 DUR(Black Bag Review)은 조제된 약을 보고 시행하는 DUR로서 갈색 종이봉투에 환자들이 평소 집에서 먹던 여러 가지 약들을 담아와 이를 재평가 해주는 영국의 Brown Bag Review와 비유하여 Black Bag Review라 부른다(우리나라에서는 검은 비닐 봉투에 약을 담아와 이에 대한 DUR을 시행해온 1차진료 의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명한 것임).

노인 환자들일수록 여러 병원 여러 진료과에서 처방받은 약제들을 복용하기에 약들의 중복도 많고, 복용 방법 등에 대한 주의도 많기에 '처방전에 의한 DUR의 검토 사항'들을 점검하면서 약제의 중복을 피하도록 하고, 복용 방법들을 재조정하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환자가 가져온 여러 가지 약제들을 모양만 보고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처방한 병원, 조제한 약국 등에 일일이 전화로 문의하여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DUR은 의사의 처방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여러 상황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검토와 숙고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전산화 DUR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많은 분들이 통계 자료를 들이대며 기존의 처방들이 굉장히 문제가 많은 것처럼 과장하나 이는 의료행위와 처방이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전산화 DUR 이전 기존의 처방들도 DUR에 의한 처방이다.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도입 당시 연간 2만 건의 병용금기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라는 사회적 비판 속에서 정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중 70%는 금기 기준의 부적절함 속에서 과장된 것이고, 기타의 처방들도 모두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는 처방들인데도 식약청 및 복지부의 기준 운용의 문제로 국민적 불신만 불필요하게 조장하게 되었다.

또 통계수치들을 그대로 인정한다 해도 10만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매우 희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약물 사용의 안전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원칙적 주장에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님), 의사들을 단두대로 몰아가는 각종 정책적 시도가 사회적 혼란과 의사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전산화(computerized) DUR>

전산화 후향적 DUR(rDUR)은 어느 나라나 심사기구에서 이뤄지는 후향적 DUR에서 먼저 발달했다. 약제의 처방과 조제가 이뤄지고 난 후에 시행하는 것이기에 후향적(Retrospective)이라 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약제의 사용경향·부당청구·약물남용 등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행위의 표준화·막강한 전산시스템 구축·EDI 시스템의 도입 등과 더불어 발전했다.

개별 병의원의 처방실태와 경향, 약국의 조제 현황에 대한 전산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처방의 적정성·급여기준의 준수여부·특정 약 사용실태·고가 약 사용실태·약물사용 추이·약제의 적정용량·사용기간·각종 금기규정 위반여부·오리지널과 복제약 사용 수준 등 방대한 전산적 라이브러리를 작성해 심사와 평가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행위와 치료재료, 약제의 사용에 관한 전산적 표준화와 전산기술의 발전이 빨라 비교적 조기에 전산화 DUR이 도입됐으며, 심사와 평가를 통한 강제적 삭감이라는 행정수단을 법적인 근거없이 활용할 수 있었기에 외국에 비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에 대한 강제적 개입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정책적 개입을 추구하는 외국에서는 이러한 전산화 후향적 DUR이 별로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들이 있다.

전산화 전향적 DUR(pDUR)은 조제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전산화 DUR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아날로그적 pDUR은 한계가 많았다. 의사에 의한 아날로그적 cDUR 이후에 이뤄지는 것이기에 환자의 질병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제한적인 약사로서는 의사의 사소한 실수를 점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산화 pDUR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PBM의 정보를 바탕으로 중재자로서 약사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미국에서 약국이 각종 보험자의 급여기준에 따라 약제비를 계산하는데 있어 전산장비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약제의 사용과 관련한 급여기준에 대한 판단을 약사가 일일이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PBM과의 연계를 통해 환자의 보험가입수준에 따른 보험급여약제비와 비급여약제비의 구분에 대한 정보를 통보받아 환자의 약제비를 산정하고, 조제단계에서 약제사용에 대한 평가를 통한 중재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진일보시키는 것이기에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다양한 보험자들에 의한 개별적 약가관리보다는 통합된 거대기구로 관리하는 효율성에서 PBM은 발생했다. 또 다양한 보험자와 가입자들의 다양한 보험가입 수준에 따른 보험급여약제비 산정과 관련해 PBM-약국간 연계의 필요성, 광범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의 용의성 등에서 전산화 pDUR은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98~99%의 약국에서 전산화 pDUR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PBM의 DUR 평가대상은 동일성분 중복, 동일치료군 중복, 용량-기간-연령-성별-특정질병 주의, 약물 알러지 주의, 임산부 주의 등이다. 여기에 급여기준, 급여수준까지 평가해 준다.

PBM과 약국간의 전산화 pDUR은 의사의 처방때 이뤄지는 cDUR에 비해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고, 의약사간의 소통의 과정으로 인한 비효율성의 문제가 있다.

▲ 전철수(전 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건강보험제도가 올바르기 위해서는 보험자-의료이용자-의료공급자 간에 서로 동등하게 책임을 지고 권리를 나누는 가운데 사회적 화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 Pharmacy Benefit Management(PBM)의 심사제도와 제도운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의협 보험부회장에서 평회원으로 돌아갔지만 의료현장에서 여러 회원들과 함께 아픔과 기쁨을 나누면서 한국의료의 발전과 진정한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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