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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선제 문제점 노출, 효과있게 운영하는 지혜 필요

시론 직선제 문제점 노출, 효과있게 운영하는 지혜 필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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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협회장 간접선거 제도가 통과된 이후 의사사회의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직접선거 방식을 옹호하는 측이나 간접선거제도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는 회원 모두 의협을 사랑하고 의료계 발전을 염원하는 바람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의협신문은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을 존중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선거방식에 대한 일선 회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싣기로 했습니다. 의협신문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편집자주>


▲ 김동준(전 의협 중앙윤리위원장)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성장해왔다. 10만명을 바라보는 회원 수는 눈부시게 발전한 의협의 규모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 의사사회를 이끌어 온 수 많은 봉사자들과 일꾼들의 공과 노고를 치하한다.

우리 의사들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국민과 가장 가깝게, 그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일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에 따라 언제나 마음과 몸이 긴장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이라는 다분히 대중영합적인 법적 테두리속에 가두어 버린 의술과 의사들에게 강요된 수많은 규제는 의사 개인과 가정까지 힘겹게 만들고 있다.

국가권력에 의해 강요된 수많은 불합리한 규제속에서도 의료의 본질과 정신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애써 온 많은 선배·동료·후배들의 노력으로 아직 의사들이 사회적 존중과 아낌 받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잊게 해주는 힘이 되고 있다.

우리 의사사회는 오랫동안 전통처럼 이어오던 의협 대의원제도와 이 조직체를 통해 선출된 회장에게 애정과 존경을 모아 의료계의 단합과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어느날 세상이 이상하게 바뀌어가면서 그 바람도 우리에게 닥쳐왔다. 깊은 토의와 연구없이 대의원총회의 전격적인 개정안 통과로 이루어진 회장 직선제의 선택은 의료계의 새로운 전환점으로써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후 10년 가까이 실시해 온 전회원 직접선거의 효과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면서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출의 장단점과 비교하게 되었다. 많은 기간과 비용, 조직 가동에 소요되는 노력 따위를 계산하지 않고도 소득보다는 손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직선제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다시 간접선출방식으로 돌아가자는 논의는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져왔고 그것이 의협조직을 통한 상의하달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회원들과 각 시도의사회 조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자연발생적인 논의라는데 우리는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한다.

간선제를 반대하는 의견을 충분히 듣고 토론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이 공공회의장에서 보여준 돌출행위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특히 서로 인간적인 사랑과 보살핌, 양보와 설득을 미덕으로 하는 의사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신사적인 일이라고 여겨진다.

왜 하필이면 폭력의 전시장 같은 국회의 모습을 최고 교육을 받은 지성인 사회에서, 그것도 엄중한 규율이 요구되는 대의원총회에서 보아야 하는지 실망과 비참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2007년과 2008년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상정된 정관개정안에 대해 법정관심의분과위원회는 수준높고 권위있는 결정을 내렸으나 본회의 성원미달로 폐기됨으로써 2~3년의 시간이 지체된 것이 우리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다.

회장이 된 회원은 맡겨진 직책에 충실해야 하며 모든 회원에게 가능한 많은 수확물을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회원 전체의 20~30%의 지지로 선출된 직선제 회장이 모든 회원의 지지를 받은 것처럼 우쭐해도 안되고, 적은 수의 지지만으로 선출됐다고 해서 자신을 움추리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능력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세계 어느 곳에서는 포퓰리즘적 국가사회의 약점이 우리 의료사회에서도 간간히 엿보이는 것은 필자의 선입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강력한 실천능력과 정부 등 권력기관과의 협상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가 필요하다. 자그마한 이익에 머물거나 빠지지 않고 큰 이익을 위해 자기를 버릴 줄 아는, 미래를 직시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우리는 뽑아내야 한다. 그러기에는 회원 직선제는 너무나 엉성하고 즉흥적인 인기영합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보여진다.

회장에 따라 집행부의 구성이나 수행능력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검증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간접선거 방식에서 의협 회장 후보로 나서는 회원들은 의사 사회에서 기본적인 검증을 마친 사람들이다. 간선제가 채택되자 의협 대의원의 대표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수 백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린다. 전국에서 선출된 250명의 대의원 자격이 미흡하다면 600~700명의 선거인단의 대표성은 무엇으로 보장할 것인가.

이 또한 포퓰리즘의 축소된 형태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대의원총회에서 선택된 의협회장 간선제도를 효과있게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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