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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의원 중심 간선제, 대의민주주의 기본원칙 훼손

시론 대의원 중심 간선제, 대의민주주의 기본원칙 훼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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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의협회장 간접선거 제도가 통과된 이후 의사사회의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직접선거 방식을 옹호하는 측이나 간접선거제도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는 회원 모두 의협을 사랑하고 의료계 발전을 염원하는 바람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의협신문은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을 존중한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선거방식에 대한 일선 회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싣기로 했습니다. 의협신문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편집자주>

 

▲ 이병기(경기도의사회 부회장)
민주적인 선거는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로 이루어진다.

이전에도 모든 회원들이 똑같은 가치로 투표한다는 보통선거의 원칙이 회비 미납자들에게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훼손되었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의원 총회에서 간선제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직접선거의 원칙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대한의사협회의 최고 결정 기관은 대의원회이다. 의협 회장 선거가 간선제로 진행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대의원의 선거참여는 기정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의협 대의원이 회원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는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회원이 뽑지 않은 대의원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회무를 집행하는 기관의 대표 또한 대의원에 의하여 뽑힌다면 회원들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아웃사이더로 전락되는 것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릴 때도 대의원을 심판할 수 없으며, 의협 대표인 회장 선거를 통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의협이 전체 회원을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대의원의 결정을 따르는 기관일 뿐이다.

직선제 하에서도 의협 회장은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할 법적 의무가 없다. 이는 선거 전후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융통성있게 대처할 수 있는 재량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을 주도하는 회원들의 뜻에 따라 정책을 펴야할 의무도 없다. 이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회원들 뿐 아니라, 훗날 살아갈 회원들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을 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마다 의협 회장과 대의원을 선거를 통하여 교체할 수 있어야 진정한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에 참여하는 대의원을 회원들의 손으로 뽑지 못한다면 민주적인 의협이 실현되기 어렵다.

일반 회원보다 언제나 우월한 지위나 신분을 갖고 있는 엘리트들만이 대의원이 된다는 점에서 평등하지 못한데다 일반 회원들은 대의원을 선거로 선택할 수조차 없으며, 또한 선거를 통해 선출한 지도자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집행할 것을 명령하고 책임 여부를 묻기 위해 직위를 해임할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었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회원들의 결집을 목표로 강력한 의사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간선제 방법으로는 민초의사들의 민의를 반영하기 어려웠기에 2001년 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개정했다.

현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투표권자인 회원들에게 의견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간선제로의 전환은 대다수 회원들의 무관심을 초래할 것이다.

회원의 단결을 필수로 하는 대정부투쟁에 있어 회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회원 전체에 대한 대표성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이 자리잡을 것임에 틀림없다.

의사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고 투명한 선거로 많은 회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회비 납부와는 무관하게 회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는 순차적인 기표소 투표와 부재자에 대한 우편투표를 병행, 폭넓은 참여와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회장 선거 시 대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도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 중의 하나이다. 간선제로 회귀하더라도 투표 등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할 경우 대의원을 포함한 선거인단이 구성될 것이므로, 이렇게 되면 과거와 같은 지연·학연별 선거운동이나, 후보 간 거래에 의한 합종연횡, 선거인단에 대한 금품살포 또는 지방 원로들에게 직책 수여 등을 약속하는 따위의 부작용이 만연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모든 의사협회 등록회원을 대상으로 컴퓨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일정 수의 선거인단을 뽑는다면 직선제에 버금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선거운동은 약 1개월에 걸쳐 공약과 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 후 투표 1주일을 남기고 컴퓨터 추첨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것이다.

선거인단은 공휴일에 16개 시도별 각 1개의 투표소에서 동시에 투표를 시행하고, 각 시도별로 당일 개표해 중앙에서 득표수를 집계해 당선자를 발표하면 될 것이다.

선거인단으로 추첨되어 선거권을 행사한 회원에 대해서는 의협회비의 일부를 할인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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