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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인술봉사...카자네 <5회>

아프리카 인술봉사...카자네 <5회>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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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준(고려의대 교수)
카자네로 가기 위해선 6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날씨는 갈수록 더워져서 중간 기점인 나타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우린 모두 탈진 상태가 되었다. 계속해서 초원이 펼쳐지다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하였다.

보츠와나에서 카자네를 거쳐 짐바브웨로 가는 유일한 도로이자 고속도로라는 길이었지만 약 100km 구간에 걸쳐 폭격을 맞은 듯 도로에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어서 조심에 또 조심하여야 했고 고속도로 주변인데도 코끼리와 wild dog을 볼 수가 있었다.

Wild dog은 개와 비슷하나 큰 귀와 검은 무늬를 가지고 있었고 일곱 마리 정도가 무리 지어 있었는데 우리가 차에서 내리기라도 하면 곧 달려들 것 같아 보였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카자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 고속도로에서 마주친 wild dog
다음날 아침 일찍 사파리에 대한 기대로 잠을 깼다. 지프를 타고 쵸베국립공원으로 입장을 하였다. 이곳은 그 동안 거의 평지만 보아 왔던 데에 비해 비교적 높은 지대도 있었고 조금 들어가니 쵸베 강가가 보이면서 들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임팔라(뒷모습을 보면 검은 줄무니가 꼬리와 양쪽 엉덩이에 걸쳐 M자 형태로 되어있어 아프리카에선 사자의 맥도날드라고 한다고 했다)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강가에는 하마도 떼를 지어 있는 것도 보이고 물가를 걸어가는 하마의 육중한 전신도 볼 수 있었다.

사자도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지프 운전사가 사자를 만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사자를 찍은 다큐멘터리 같은 것은 수개월에 걸쳐 찍어야지만 겨우 찍을 수 있다니 함부로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는 아닌 듯 했다. 강가로 한참을 가다 돌아오는 길에 코끼리 무리에 의해 길이 차단되었다.

오카방고 델타에서 워낙 많이 봤기는 했어도 물가에서 떼지어 올라오는 코끼리들은 정말 장관이었다. 한 마리만 우리 곁에서 감시하는 듯 서있었고 다른 코끼리들은 여유 있게 우리 일행을 지나쳐 갔다. 코끼리가 다 지나가고 조금 더 가다 보니 이번엔 들소떼가 길을 막아 섰다.

▲ 초베국립공원, 강가에서 올라오는 들소떼의 웅장한 모습.

투구를 쓴 듯 머리에 달려 있는 커다란 뿔들과 시커먼 무리들이 코끼리떼 보다 더 장관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자의 발자국을 발견했다는 무전을 듣고 우리의 운전사가 다시 돌아가 살펴보았으나 사자의 뒤를 쫓는 데엔 실패하였고 대신에 임팔라들이 뿔 싸움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에이즈 고아원을 방문하여 축구 골대를 세울 만한 부지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고아원을 방문하였다. 고아원을 도착하여보니 우리나라의 유치원처럼 생긴 건물과 놀이시설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원장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아이들의 수업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첫 번째 반에선 아이들이 일어나 큰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였다. 하나같이 씩씩하고 건강해 보였고, 구김살없이 밝아 보였다. 옷도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아이는 없었고 신발도 모두 신고 있었다.

▲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하는 카자네 고아원 아이들과 선생님.
원장 선생님의 설명으론 아이들은 미취학반부터 연령대별로 세 개의 반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었고, 전체 30여명 중 20여명은 고아들이고 10여명은 주변의 부부들이 낮에만 맡기는 아이들이라 하였다. 10여명의 에이즈 고아들이 있다고 하였고 그 중 몇몇을 소개시켜 주었다.

우린 그 아이들이 좀 전에 큰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던 구김살 없던 아이들이어서 깜짝 놀랐고 그 중 한 명은 한쪽 팔이 불편하여 잘 움직일 수 없다 하여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맨 안쪽 방에는 힘겨워 보이는 창백한 아이가 한 명 누워 있었고 그 방은 아픈 아이들을 위한 방이라 하였다.

아이들은 정부에서 주는 약을 모두 먹고 있다 하였고 다른 재정적 지원은 일부 후원자들과 로마가톨릭으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한다 하였다. 원장선생님은 자신이 에이즈 환자이며 버려진 에이즈 고아들을 몇 명 돌보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day care center 겸 고아원으로 발전되었다고 했다.

또 내년에는 초등학교를 세워 직접 교육을 시키려 한다며 현재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하였고 그곳에 축구골대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함께 새로 짓는 학교 부지로 이동하였고 그곳을 둘러보았으나 공간이 협소하여 축구골대를 지을 경우 다른 놀이시설이나 부대시설이 들어올 곳도 없고 찻길도 인접해 있어서 자칫 공이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 축구골대를 짓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모습,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기에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 주고 싶었고 숙소로 돌아온 후 우리 일행들은 궁리 끝에 아디다스에서 축구공 등 용품을 우리 고대의료원에서 Home theater system을 기증하여 교육에 도움이 되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에이즈 고아원에 기증할 Home theater system을 사러 이동하였다. 대형 LG LCD TV와 LG home theater system을 샀고 고아원에서의 촬영이 끝날 무렵에 맞추어 배달을 요청하였다.

오후에는 어제의 그 고아원에 가서 촬영을 시작하였다. 촬영 중에 어떻게 에이즈 고아들과 일반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마치 우리들이 암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담배를 계속 피는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에이즈가 유치원 생활을 한다고 옮는 것은 아니기에 위험하지는 않으나 50%가 넘는 에이즈 유병율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에이즈에 대해 너무 관대한 것 같았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난 후 기증할 물품이 도착하였고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예고에 없던 선물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우리 일행은 너무나 행복하였다. 원장님은 Home theater system를 내년에 여는 초등학교에서 소중히 잘 쓰시겠다고 무척이나 고마워 하셨다.

많은 천사들의 미소와 해맑은 웃음소리 속에서 물품기증식 행사를 가졌고 손 흔들며 아쉬워하는 원장님과 천사들을 뒤로 한 채 보츠와나에서의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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