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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가게로 들어간 코끼리

도자기 가게로 들어간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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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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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lephant in a porcelain shop1)

▲ 최주현(대한전공의협의회 총무이사)

지난 4월 26일,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역사적이라 할 만한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간선제 전환의 안건'을 가결했다.

"강력한 회장을 선출하고자 시행하였던 직선제의 의미가 퇴색되었고 회원 참여율 저조, 대표성 문제 등이 제기되는 상황이며, 지난 2001년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하였던 직선제에 대한 변경논의를 대의원총회에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장장 10시간 동안의 총회에서 찾을 수 있는 간선제 전환의 이유이다.

뒤집어보면, 2009년 현재 '강력한' 의협 회장은 필요 없고, 직선제에서도 참여하지 않던 회원에게까지 투표권을 줄 필요는 없으며, 차제에 선거인단 선거를 통해 명목 투표율이라도 높여보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은 그러한가? 10년만의 우파 정권에서도 도무지 의사를 위한 정책이라고는 찾기 어렵고, 건강보험의 운영이 의사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공단 수장의 발언에도 수가 인상은 물가 인상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오는 6월 기만적인 '약제비 환수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이 과연 우리에게 강력한 회장이 필요치 않을 때일까?

2000년 투쟁의 거의 유일한 소득으로 평가받는 '회장 직선제'를 포기한 이유가 회원의 참여율 저조라는 것에 대해, 과연 간선제 전환은 참여 증진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직선제 회장 선출이 이루어진 지난 10년간, 선거권=회비라는 등식이 논란 끝에 성립되었고, 간선제 전환은 그나마 꾸준히 회비를 납부해온 '진성' 회원들의 권리를 훼손하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회비 납부율 급락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를 자아낼 정도다.

몇 차례 직선제 선거에서의 과열 혼탁, 부정의 양상으로 의료계의 척박한 민주적 토양을 드러냈지만, 그렇다고 의협 민주화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오산이다.

우스갯소리이겠지만, 제36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는 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후보자간 토론회에서, 갓 입영한 군의관·공보의 군사훈련 현장에 참석하였다며, "그분들이 투표권이 없다면 내가 그 자리에 왜 가겠습니까" 라고 답변했다. 이것이 직접민주주의이다.

의사 내부에도 여러 계층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거대 병원의 경영자에서 교수, 의원 경영자, 봉직의, 전공의,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당직의사까지.

그러나 계층을 막론하고 우리는 모두 동지이며 의업의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이다. 단 한번 묻지도 않고 동지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옳은 일일까? 함께 손잡고 거리로 나갔던 우리의 연대는 그저 하룻밤의 꿈이었을까?

4월 26일 '의협'이라는 도자기 가게에 '간선제'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집어넣었다. 이제 도자기 가게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각주1) Adepeju L.Gbadebo & Uwe E. Reinhardt, "Economists On Academic Medicine", Health Affairs, Volume 20, Number 2, March/April 2001, pp.148-152에서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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