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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을 줄이는 길

시론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을 줄이는 길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5.0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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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홍(미 메릴랜드의대 흉부심장외과)

의학 중에서도 예방의학의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인의 가장 큰 사망요인은 심혈관 질환이고, 다음으로 악성 암·사고사 등이 있다. 사고사 중에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죽음이 가장 많고, 산업재해·수해·화재·지진 및 총기사고 등 그 원인이 다양하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39.6%로, 살릴 수 있는 많은 부상자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 수치는 약 10% 정도로, 일본이 11.2%이고 미국의 1급 외상전문의료센터(Trauma Center)가 5~7% 수준이다.

중상을 당해 24간 이내에 100명이 사망한다면, 그 중 55명은 1시간 이내에, 20명은 이후 4시간 이내, 15명은 이후 7시간 이내, 10명은 이후 12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1시간 이내 사망 환자수가 가장 많다.

외상전문의료센터는 40년전인 1967년 미국 볼티모어의 메릴랜드의대에서 R. 아담스 코울리 박사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현재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도 전문센터가 설립돼 교통 사고로 중상을 입은 환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는 외상전문의료센터가 없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가 출판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로 다친 환자 1만 4171명을 치료한 결과 '외상환자 전담 외과의'(Full-time Trauma Surgeon)로부터 치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외과의로부터 치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 보다 절반 수준이었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대학이 제시한 통계 자료에서도 외상전문의료센터가 있는 지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7.7%인데 비해 외상전문의료센터가 없는 지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3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973년 일본응급의학회가 창립된 이래 현재 9000명의 외상외과의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86년에는 외상외과학회가 창설돼 10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이 전세계 11위 규모의 무역 국가로 성장했는데도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이 약 40%에 이른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가 예방가능한 죽음을 줄이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치료지연 때문이다. 심하게 다친 사람은 출혈로 죽게 되는데, 출혈이 심한 환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황금의 1시간' 내에 어떠한 치료를 받는 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상처입은 때부터 1시간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외과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가 도착 즉시 진단 및 치료에 착수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예방가능 사망률을 낮추려면 필요한 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외상전문의료센터에서 훈련된 외상 전공의들이 신속한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수송하려면 헬기 등 교통수단도 동원돼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를 중앙의 1급 외상전문센터로 이송할 때도 필요하다.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사인별 죽음의 원인은 치료의 지연이 52.9%, 임상적 오진이 21.6%, 진단 누락이 11.8%, 치료방법 상의 오류가 7.8%, 기타가 5.9%이다. 치료의 지연과 오진이 가장 중요한 사망의 원인이 되는 셈인데, 정부와 의학계가 협력해 수준 높은 1급 외상전문의료센터를 수도권에 설치해 전국적으로 활용한다면 이러한 죽음은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1급 외상전문의료센터는 응급의료 통신 및 헬기 사용 통제, 집중치료실 간호사 및 응급구조사에 대한 교육, 부상방지 및 응급의료제도와 재활의학에 대한 연구 진행 등의 역할을 맡는다.

지방대학병원은 한 단계 낮은 전문센터의 기능을 부여, 중앙의 1급 센터와 협력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2급 센터에서 당번 외과의사가 환자 내원 후 30분 이내 응급실에 도착해 환자를 치료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24시간 전문의가 대기하는 1급 센터로 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부상자 등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외상치료 및 치료 결과에 대한 통계는 외과의사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은 외과학회 차원에서 1990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이 제도를 활용해 외상치료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예방가능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기 보다는 외상의료제도를 수립·운영·지원해야 할 정부에게 있다. 보다 많은 의료인과 정책 입안자들, 국회의원들이 외상전문의료센터의 설립에 대한 뜻을 모아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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