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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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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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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신(충남 부여 현대내과)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버린 큰딸의 초등학교 2학년 바른생활 시험문제이다. (주관식 문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새치기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큰딸 답안지): '발로찬다.'

내가 딸아이를 좀 거칠게 키웠나보다. 하지만 단순명료하다. 불의에는 관대하고, 불이익엔 민감한 우리들이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서 주지말고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라'는 탈무드의 교훈이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 요즘은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지말고 '바다에는 먹을것이 많다'고만 가르치면 된다.

그러면 인터넷을 뒤지든 어찌하든 배도만들고, 고기잡는 법도 알아서 터득한다. 아들과 딸들에게 밟히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야한다. 오죽하면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었겠는가?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아버지는 화를 낸다. 하지만 손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할아버지는 웃는다.

하늘과 바다는 무한한 포용력이 있고 해와 달은 차별없이 비춘다.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없듯이 유리창을 너무 깨끗이 닦아놓으면 새가 유리창이 없는 줄 알고 통과하려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

너무 무뎌서도 안되지만, 너무 모나서도 안된다. 환갑이란 이 세상에서 한바퀴 윤회한 후 본래 태어난 자리로 다시 돌아온 것이니 61살이 아니라 한 살이 맞다.

그래서 나이들면 어린아이가 되고 지능지수도 감퇴하나 보다. '다시 태어나도 나와 결혼해주겠어?' 라는 남편의 질문에 아내는 '그럼 당연히 같이 살아야죠, 다만, 내가 남자로, 당신은 여자로 역할을 바꿔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남자는 머리를 긁적긁적, 갑자기 피곤해지며 아무대답이 없다.

남자가 흰머리가 나는 이유는 자식과 악처 때문이란다. 어쨌든 남자들이여! 늙어서 구박받지 않으려면 젊었을때 아내에게 신경 좀 써라. 늙어서 이사간다고 하면 이삿짐 차에 일찌감치 올라타는 것 반드시 잊지말고, 아내가 큰솥에 곰국 끓이는 날은, 아내가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호이니, 마음준비 단단히 해둬야 한다.

나란놈이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내가 장차 갈곳은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르니 우리는 모두 중증 치매환자이다. 사실 내가 없어져도 이세상은 잘만 돌아 갈것이다.

욕심 때문에 바쁘다 바쁘다 하며 정신없이 살다가 어디론가 바쁘게 간다. 마음을 쉼은 노래의 숨표와 같은 것이어서 쉴때 쉬어주지 않으면 엇박자가 되고 숨넘어간다.

자식이 태어날 때 자식은 울었고 나는 웃었다. 내가 죽을때 자식들은 울겠지만 나는 울지도 웃지도 않을것이다. '참선 잘하그래이'(성철) '서로 사랑하세요'(김수환)처럼 '나, 간다' 이한마디면 족할것같다. 왜냐하면 이세상에서 저세상으로 이사가는 것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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