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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항소심도 "연명치료 중단하라"

'존엄사' 항소심도 "연명치료 중단하라"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2.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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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세브란스병원 항소 기각 판결..."회생가능 없고 환자 진지한 의사표현 인정"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환자측의 요구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졌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10일 김 모씨 자녀들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치료중단 가처분신청 항소심에서 병원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병원은 피고 환자에 대한 연명치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증거조사 및 사실인정 부분을 그대로 수용하고, 연명치료의 중단 허용요건을 보다 구체화 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요구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의 보장 차원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허용 가능하다"면서 "단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열거한 연명치료 중단 요건은 첫째, 환자가 회생이 불가능 한 상태로서,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한 상태여야 한다. 또 그 판단은 담당 주치의에게만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제3의 의료진이 같은 소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 요건은 환자의 치료중단 요구가 일시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는 안되며, 진지한 의사표현에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의료지시서'가 사전에 작성돼 있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문서화된 의사표현이 없다고 해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환자가 평소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켜왔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치료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행위는 환자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의료행위로 한정해야 한다.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나 통상적인 치료는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존엄사의 요건과 절차가 법률에 명시돼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위의 조건들을 갖추었다면 굳이 법률이 없더라도 연명치료 중단은 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은 이들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마치고 그동안의 심적 고통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이인복 부장판사는  "존엄사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컸다"면서 "법원의 판단이 길어질 경우 환자측이 원하는 답을 구하지 못한 채 방치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소송 당사자들의 양해를 얻어 이번 사건 소송을 가장 먼저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환자와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도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환자의 진지한 의사표현이 있는 경우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오해하거나 남용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되며, 의료현장에서 항상 회상의 가치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 모씨(76.여) 자녀들은 지난해 2월 폐 조직검사를 받다 출혈에 따른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며,  같은 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김 씨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인공 호흡기 제거 판결을 사상 최초로 내렸었다.

한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병원윤리위'에서 항고 여부를 논의하고 '최고 경영자회의'에서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빠르면 이달 안으로 항고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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