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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4-2.의약분업 비용문제 해법은 하

[특별기획]의약분업 시행1년-4-2.의약분업 비용문제 해법은 하

  • 김병덕기자 kduck@kma.org
  • 승인 2001.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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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도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청구프로그램상의 문제가 있어 8월부터 조제한 조제비청구가 지연되었고 이것이 11∼12월부터 대거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의료계가 수차에 걸쳐 주장한 바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계의 수입증가가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주장하기 위해 이러한 자료적 한계를 보완하지 않고 5월말 종합대책자료에서조차 그대로 수가인상에 의한 재정파탄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둘째, 파업영향으로 인한 대기수요자들의 일시적 진료로 인한 수요의 증가.
이 부분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차의료의 경우에는 특별한 영향이 없겠지만 2, 3차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일시적 수요증가를 발생시킬수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분업의 효과로 인한 수요의 증가로 볼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파업에 의해 발생이 미루어졌던 것이므로 파업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측면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약국환자의 이동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환자수 증가(분업효과).
2000년 11, 12월과 2001년 1월 자료를 평가하면서 정부와 공단, 평가원 등 각계에서는 약국환자의 의료기관 이전으로 환자수가 20% 이상 증가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고찰이다. 우선 11, 12, 1월의 자료에서조차도 이 기간에는 환자수가 증가되었는데 이후 환자수가 감소한 것은 분명히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 기간에서 조차도 두 달 분이 한꺼번에 청구되었기 때문에 의료기관당 평균환자수와 수입이 증가되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질적인 월간 평균환자수가 증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업후 의료기관의 환자수와 평균수입은 〈표〉와 같다.

의료기관 파업과 보험청구상의 문제가 해소되는 2001년 2월부터 정상화된 의료기관의 실적은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증가율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원인분석과 재정적자의 규모 파악이 정확하지 못하기에 단기 대책이던 중장기 대책이든 적절한 해법을 찾기란 사실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민과 의료계에 책임전가하기 위해 마련된, 적자의 의도적 과잉추계를 바탕으로 한 재정안정화 대책 하나하나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2001년 상반기 진료비 청구동향은 진료비의 년평균 자연증가율 범위안에 있는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현 단계 재정파탄에 대한 단기대책은 지출을 담보할 수 있는 수입대책을 마련하는 일이고 그동안 정부가 정치적으로 방기해왔던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국고보조를 확대하여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분업 후 수가변동으로 인하여 4조원의 지출증가 요인이 있다고 주장하여 왔으나 이는 분업효과에 대한 단편적인 고찰일 뿐이었다. 2001년 상반기 동안 실제 진료비는 수가를 그렇게 많이 올리고도 분업이전인 99년과 비교해보면 자연증가율 범위 안에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부분 조차도 약제비와 조제 기술료의 부분으로 잠식당하여 실질적으로 의료계의 부분은 자연증가율분 대비 66%에 지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자연증가율 범위의 증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단기 대책으로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진료비의 자연증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증가,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 국민들의 의료이용수준의 향상, 물가상승, 의료인수 증가,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 의학 및 제약 기술의 발전 및 의료제도의 현실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지금의 자연증가율 수준이 적절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증가 추세인지,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부족한 것인지 비교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증가 경향에 대한 열린 논의를 통해서 분업후 우리 나라 의료체계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파탄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이, 위기를 정치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대해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함께 논의해본 적이 있었는가. 정확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와 의료계와 국민이 함께 고민해본 적이 있었는가. 민주적 개혁을 표방하는 현 정부의 정책집행 방식은 무모하리 만치 성급하고 폐쇄적이다.

조정자로서 협력과 조화와 상생을 창출하기보다는 권력의 남용과 무분별함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 아무런 사회적 합의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계의 파탄을 야기하여 한국의료체계의 붕괴를 서두르고 있다. 의사와 국민을 적대적 관계로 조장하며 이루려 하는 개혁의 완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대책들이란 사실 새로운 것이기보다는 이전부터 많이 논의되어 왔던 대책 방안들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보다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간의 사회적 합의와 또 이러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만드는 가운데에서야 시행할 수 있는 대책들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무런 인프라도 구축함이 없이 각종 대책 방안들을 발표하는 데에 급급하다.

이제는 정부가 얄팍한 정치지향적 가면을 벗고 국민 앞에 솔직하고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현 단계의 문제가 폭력적 억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단의 이해관계를 심도깊이 파악하는 가운데 조정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창조와 협력이 도모되는 사회적 비전을 만들어 가야할 시점에 우리가 분명히 서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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